[전문가진단] 사립유치원용 재무회계특례규칙 제정해야
[전문가진단] 사립유치원용 재무회계특례규칙 제정해야
  • 김복만 기자
  • 승인 2018.10.18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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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법률 전문가 “사립유치원의 초기 설립자금·재투자금 회수 방안 필요”
한유총 “시설사용료·적립금 반영 등 사립유치원용 재무회계규칙 제정하라”

[베이비타임즈=김복만 기자] 정부와 여당이 유치원 등 교육계의 비리를 근절하기 위한 차원에서 국가회계기준인 ‘에듀파인’의 사립유치원 적용과 함께 유아교육법 개정 등 입법 작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정부 지원금 형태인 누리과정비를 보조금 형태로 바꿔 부정 발견 시 환수·처분하고 횡령죄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유아교육 현실을 잘 아는 전문가들은 비리를 저지른 사립유치원에 대해서는 엄벌에 처하되, 사립유치원의 특성을 감안한 재무회계규칙을 만드는 것도 유아교육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사립유치원이 갖는 사적재산권 성격을 인정해 초기 설립자금과 재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재무회계규칙을 개정하거나, ‘사립유치원 재무회계특례규칙’을 제정해 사립유치원의 구분회계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 “사립유치원에 맞는 법률과 재무회계규칙 제정하라” = 김성섭 강동대 유아교육학 겸임교수는 “설립 및 운영 재원이 개인의 재산으로 구성되어 있는 사립유치원에 사립학교재무회계규칙을 적용하는 것은 실제 사립유치원의 운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고, 차입금 및 적립금의 허용도 실제로는 허가 사항 등으로 제한함으로써 사실상 금지하고 있다”며 사학기관재무회계규칙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사학기관재무회계규칙이 사립유치원의 경영 규모, 내용의 난이, 회계운용 능력 부족 등으로 실제적인 회계 운용 상황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성섭 교수는 “사학기관재무회계규칙의 형식들은 사립유치원의 경영 현황을 나타낼 수 있는 규칙으로 제정되어야 한다”면서 “투입되지 않은 재정을 근거로 법적인 의무만 강조하는 회계보다는 사립유치원의 현실과 운영에 적합한 새로운 ‘사립유치원재무회계규칙’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사립유치원의 현실성 있는 회계운용을 위해서는 기본금, 차입금, 적립금, 감가상각과 설립자의 투자에 대한 권리 인식 등에 대한 항목들이 인정돼 회계 항목으로 분개될 수 있어야 한다”면서 “특히 시설사용료 형식의 감가상각 방법 등이 사립유치원의 회계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학기관재무회계규칙에는 감가상각, 충당금이나 적립금 등 발생주의적인 원인에 의한 내용과 기초 설립비, 차입금 및 이자 비용, 설립자에 대한 권리 보전과 잉여의 회수 등 일반회계 항목들이 인정되지 않고 있는데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유치원의 안정적 경영을 위한 원비책정권이나 경영권 등은 책임에 맞게 경영자들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자율권이 보장이 되어야 하며, 이에 따라 회계 내용도 새롭게 구성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 주최로 열린 ‘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정책 토론회-사립 유치원 회계부정 사례를 중심으로’에서 박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반대하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 회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 주최로 열린 ‘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정책 토론회-사립 유치원 회계부정 사례를 중심으로’에서 박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반대하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 회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 “사립유치원에 사학기관재무회계규칙 적용은 위헌 소지” = 정부가 사립유치원에 적용하고 있는 사학기관재무회계규칙이 사립유치원 설립자와 원장들의 사유재산권을 침해해 위헌 소지가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수정 법무법인 화우 소속 변호사는 “사학기관재무회계규칙은 사립유치원 회계의 세입·세출 항목을 한정하고 있어 사립학교 운영자의 헌법상 ‘직업 수행의 자유’ 및 ‘재산권’을 제한하고 있다”며 위헌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또 “영리를 추구하는 사업가인 사립유치원 설립·운영자를 국·공립학교 설립자 또는 사립학교를 설립·운영하는 학교법인과 동일하게 취급하고 있어 ‘평등의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사학기관재무회계규칙이 사립유치원 설립자에 대한 보수와 시설사용료, 감가상각비 등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 헌법상 사유재산권 보호규정을 침해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사학기관재무회계규칙이 권리의 주체와 재정의 주체가 완전히 다른 국공립유치원과 사립유치원에 동일하게 예·결산구조와 세입·세출항목을 규정하고 있어 법령의 개정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사립유치원들은 사립유치원 운영의 정당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고 사유재산 보호를 담보하는 내용으로 법률을 개정하고, 사립유치원에 맞는 재무회계규칙을 제정할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이하 한유총) 비상대책위원회는 16일 정부의 강경한 사립유치원 압박에 대해 “사립유치원의 몸에 맞지 않는 사학기관재무회계규칙이나 ‘에듀파인’이라는 잣대를 들이대 사립유치원을 감사하면 모든 사립유치원이 범죄자로 전락할 것”이라면서 “사유재산권을 인정하는 내용으로 사립유치원에 맞는 재무회계규칙을 만들어 사립유치원이 건전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덕선 한유총 비대위원장은 “헌법 제23조3항에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시에 정당한 보상을 지급한다고 규정돼 있다”면서 “사립유치원의 경우 유치원 토지와 건물 등은 개인재산이므로 공공필요인 유아교육에 기여한 것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비대위원장은 “국가에서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 경감을 위해 지원하는 누리과정비는 사립유치원에 직접 지원되어 운영을 보조하는 것이 아니라 유아교육법에 따라 학부모 유아학비 경감을 위해 학부모님에게 지원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상원 한유총 정책기획팀장은 “정부의 재원이 유아학비지원으로 사립유치원의 재정에 투입된다고 해서 갑작스럽게 정책을 변경해 학교이기 때문에 수익을 가져가면 안된다는 식으로 회계감사를 실시하는 것은 헌법의 소급적용 금지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한국유아정책포럼 등 사립유치원들은 지난해 사학기관재무회계규칙의 사립유치원 적용은 사립유치원장들의 재산권 및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고 평등의 원칙을 위반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한 바 있다.

◇ “학부모 분담금·정부 지원금은 사립유치원 경영자의 수입” = 법률사무소 인정의 오빛나라 대표변호사는 “학부모 분담금 및 정부 지원금인 누리과정비는 사립유치원 경영자에게 귀속되는 수입이므로 사립유치원 경영자의 사유재산권에 속하고, 이를 개인적 용도로 사용하였다고 비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학부모 분담금’ 및 누리과정 예산과 같은 ‘정부 지원금’의 경우에는 정부 보조금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유아교육법상 유치원 목적 내로 사용하여야 한다는 규정이 없고, 사립유치원의 장이 유아교육 외의 목적으로 학부모 분담금 및 지원금을 사용하였더라도 반환을 명할 수 없다. 따라서 횡령죄 역시 성립하지 않는다.

판례 역시 어린이집에 관한 판례이기는 하나 누리과정 정부지원금에 관하여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영유아의 보호자에게 보육서비스 이용권을 발급해 준 다음 보호자가 이를 어린이집에 제시하고 결제한 보육료를 부담하는 경우에,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영유아의 보호자에게 보육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는 것으로서 보육료를 교부받은 자는 어린이집 운영자가 아니라 영유아의 보호자이고, 어린이집 운영자를 거짓이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조금을 교부받은 자로 보아 보조금의 반환명령이나 어린이집의 운영정지(이를 갈음하는 과징금 부과 포함) 또는 폐쇄를 명할 수는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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