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산책] 새벽·공휴일 근무 거부한 워킹맘 본채용 거부는 부당해고
[워킹맘산책] 새벽·공휴일 근무 거부한 워킹맘 본채용 거부는 부당해고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3.12.29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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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명 노무법인 길 공인노무사
안진명 노무법인 길 공인노무사

근무 당시 만 1세, 6세인 자녀를 양육하는 워킹맘이 초번근무(오전 6시부터 오후 3시까지)와 공휴일 근무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본채용을 거부당한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을 소개한다.

우선 해당 판결의 사실관계에 대해 알아보도록 한다. 해당 워킹맘 A씨는 8년간 도로관리용역업체 소속으로 영업관리팀 서무 주임으로 근로했으나, B사가 2017년 4월 고속도로 유지관리 용역을 낙찰받아 B사로 고용승계된 근로자다.

A씨와 B사가 작성한 근로계약서에는 3개월 수습기간을 두며, 문제가 생기면 본채용을 거부할 수 있다는 내용과 주휴일과 근로자의 날만 휴일로 인정한다는 내용 등이 담겨있었다.

A씨는 이전 용역업체에서는 워킹맘임을 이유로 초번근무는 면제됐으며 공휴일근무는 연차대체로 연차를 사용했었다.

B사에서의 근무 초반에는 자녀의 어린이집 등원 시간에 맞춰 외출을 허락받고 초번근무를 수행했으나, 공휴일에 출근하라는 지시는 거부했다. 이에 B사는 공휴일의 무단결근이 계속되면 초번 근무 시 외출을 허락할 수 없다는 취지로 언급했고, A씨는 그 후 초번 근무를 수행하지 않았다.

B사는 A씨의 근태를 무단결근으로 보고 수습기간 평가에 반영해 50점 가까이 감점했고, 그 결과 본채용 기준인 총점 100점 중 70점이 미달했다는 이유로 ‘정식 채용 부적격 대상에 해당하여 근로계약을 해지한다’는 통보를 했다.

이와 같은 사실관계에 대법원은 B사는 어린 자녀를 양육하는 A씨에 대해 고용승계에 따른 시용기간 동안 일·가정 양립을 위한 배려의무를 다하지 않았고, 그 결과 A씨가 초번 근무와 공휴일 근무를 하지 못하고 근태 항목에서 상당한 감점을 당해 본채용 거부통보를 받기에 이르렀다고 볼 여지가 상당하다고 봤다.

대법원은 ▲8년 9개월 동안 동일한 업무를 수행해 온 숙련된 근로자에 대한 본채용 거부통보의 합리적 이유와 사회통념상 상당성은 신규 근로자에 대한 본채용 거부보다 다소 엄격하게 판단해야 하는 점 ▲종전 용역업체에서 근무할 때 양육 문제로 초번근무 면제 및 B사에서 자녀의 등원 시간에 맞춰 외출을 허용한 점 ▲종전 용역업체에서 모든 일근제 근로자들은 공휴일 연차휴가를 사용해 근무하지 않았고, A씨 전임 서무주임도 공휴일에 근무하지 않았으며, A씨의 다른 팀 소속 일근제 근로자들에 대하여는 연차 사용대체 제도를 시행하는 점 ▲B사는 A씨가 육아기 근로자로서 자녀를 보육시설에 등원시켜야 하는 평일 오전 이른 시간이나 공휴일에 근무해야 할 경우 양육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사정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보여지는 점 ▲수년간 지속하여 온 근무형태를 갑작스럽게 바꿔 보육시설이 운영되지 않는 공휴일에 매번 출근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A씨의 자녀 양육에 큰 저해가 되는 반면, A씨에게 공휴일 근무를 지시해야 할 경영상 필요성이 크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근거로 했다.

나아가 해당 판결은 사업주에게 소속 육아기 근로자의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배려의무가 인정된다고 한 최초의 판결이며 사업주가 부담하는 배려의무의 판단기준을 제시한 판결이라는 점에 의의가 있다. 대법원의 판결 요지는 다음과 같다.

대법원은 ‘부모의 자녀 양육권은 헌법 제36조제1항, 제10조, 제37조제1항에서 나오는 중요한 기본권으로서(헌법재판소 2000.4.27. 선고 98헌가16 등 결정 참조),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이라 한다)은 양육권의 사회권적 기본권으로서의 측면을 법률로써 구체화하여 근로자의 양육을 배려하기 위한 국가와 사업주의 일·가정 양립 지원의무에 관해 규정하고 있다.

특히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의5는 사업주가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양육하는 근로자(이하 ‘육아기 근로자’)의 육아를 지원하기 위해 업무를 시작하고 마치는 시간 조정, 연장근로의 제한, 근로시간의 단축, 탄력적 운영 등 근로시간 조정을 비롯해 그 밖에 소속 근로자의 육아를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따라서 자녀 양육에 대한 부담으로 발생하는 근무상 어려움을 육아기 근로자 개인이 전적으로 감당해야 한다고 볼 수 없고, 사업주는 그 소속 육아기 근로자의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기 위한 배려의무를 부담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하여 명시적으로 사업주의 육아기 근로자에 대한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기 위한 배려의무를 인정했다.

대법원은 또한 사업주가 부담하는 배려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으로 ▲근로자가 처한 환경 ▲사업장의 규모 및 인력 운영의 여건 ▲사업 운영상의 필요성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개별 사건에서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하여 사업주가 부담하는 배려의무의 판단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안진명 노무사 프로필>
- 홍익대학교 불문과/법학과 졸업 
- 現 노무법인 길 공인노무사
- 現 미래일터안전보건포럼 자문위원
- 前 노무법인 대양 공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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