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없어도 괜찮다” “꼭 낳아야 하나” 절박감 실종
“아이 없어도 괜찮다” “꼭 낳아야 하나” 절박감 실종
  • 김복만 기자
  • 승인 2019.02.15 12:1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혼여성 절반 아이낳을 생각 없어…기혼 “2명 이상 원하나 못낳아”
경력단절 우려·자녀양육비 부담으로 출산 기피, 저출산 심화 악순환

[베이비타임즈=김복만 기자] 출산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확산되면서 미혼 여성 2명 중 1명은 “자녀가 없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기혼 여성은 평균적으로 2명 이상의 자녀를 원했지만 실제 출산한 자녀 수는 이에 미치지 못했다.

직장여성 10명 가운데 7명은 자녀를 임신하고 출산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하던 일을 지속하지 못하고 ‘경력단절’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일·가정 양립과 자녀 양육비용 부담 등으로 개인이 출산을 쉽게 선택하기 어려워지면서 저출산이 심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8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를 이용해 작성한 ‘미혼인구의 자녀 및 가족 관련 생각’, ‘미혼인구의 결혼관련 태도’, ‘자녀출산 실태와 정책 함의’, ‘일·가정양립 실태와 정책 함의’ 등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혼여성 절반이 “아이가 없어도 괜찮다”고 응답했다.

또 기혼여성의 경우, 결혼하면 임신해서 자녀를 출산해야 한다고 여기는 기혼여성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미혼여성과 기혼여성 모두 아이 출산에 대한 절박함이 없어졌다는 뜻이다.

20~44세 미혼 남녀 약 2,5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자녀가 없어도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미혼 남녀 비율은 각각 28.9%, 48.0%로 나타났다.

2015년 같은 실태조사 당시 자녀가 없어도 된다는 남녀 비율은 각각 17.5%, 29.5%에 불과했는데 남녀 모두 출산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비율이 1.6배 가량 높아진 것이다.

이 같은 선택을 한 이유로 남성은 ‘아이가 행복하게 살기 힘든 사회여서’(27.7%)를 1순위로 꼽은 반면 여성은 ‘자신의 자유로움을 위해’(32.0%)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미혼남녀, 특히 미혼 여성들 사이에서 출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과 달리 기혼여성들은 원하는 만큼 자녀를 낳지 못하는 고민이 있었다.

보사연의 ‘자녀 출산 실태와 정책 함의’ 보고서를 보면 2018년 출산력 조사에서 15~49세 기혼 여성 1만1207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평소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자녀 수는 평균 2.16명, 결혼 당시 계획한 자녀도 평균 2.0명으로 나타났다.

결혼한 여성은 여전히 2명 정도의 자녀를 출산하기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출산한 자녀 수는 1.75명, 향후 출산까지 고려한 기대 자녀 수도 1.92명으로 이상적인 자녀 수보다 각각 0.41명, 0.24명이 적었다.

이 같은 결과는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일·가정 양립이 어렵고, 자녀 양육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자료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자료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실제 기혼 여성들은 자녀들에게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하거나(43.2%), 자신이 관심 있는 일을 위해 시간을 확보하려면(38.8%) 적정한 자녀 수는 1명이라고 응답했다.

이소영 보사연 연구위원은 “출산은 개인의 선택이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해 지원한다고 해서 당장 개인의 선택에 큰 변화가 오진 않을 것”이라면서 “원하는 만큼의 자녀를 출산할 수 있도록 긍정적인 출산환경 조성과 함께 우리 사회에 출산친화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통계청의 ‘2017년 출생·사망 통계 잠정 결과’에 따르면 2017년 출생아수는 출생 통계 작성(1970년) 이래 최소인 36만명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9월 인구 동향’에서도 9월 출생아는 2만6100명으로 1년 전보다 4000명(13.3%) 감소했다. 이에 따라 9월 기준 출생아수는 월별 통계 집계를 시작한 1981년 이후 역대 최소를 기록했다.

가임기 여성(15~49세)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의 수인 합계출산율은 2018년 3분기 0.95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0.10명 적은 수준이다. 이대로 가면 2018년 합계출산율은 1.0명에도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