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 여성 2명 중 1명 “아이 없어도 괜찮다” 생각
미혼 여성 2명 중 1명 “아이 없어도 괜찮다” 생각
  • 김복만 기자
  • 승인 2019.02.15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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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모두 출산에 회의적인 시각 2015년 대비 1.6배 증가
남성 28.9%, 여성 48.0% ‘자녀가 없어도 무관하다’고 응답

[베이비타임즈=김복만 기자] 미혼 여성 2명 중 1명은 “자녀가 없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결혼 및 자녀·가족에 대한 가치관 변화, 그에 따른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 등으로 비혼이나 무자녀를 선택하는 일이 빈번해진 현상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상적인 가족에 대한 기대나 전통적인 가족관의 변화로 결혼 해체나 가족 형태의 다양화 현상이 더 이상 새로운 것으로 인식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12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8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를 이용해 작성한 ‘미혼인구의 자녀 및 가족 관련 생각’ 보고서에 따르면, 20~44세 미혼 남녀 가운데 ‘자녀가 없어도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미혼 남녀 비율은 각각 28.9%, 48.0%로 나타났다.

2015년 같은 실태조사 당시 자녀가 없어도 된다는 남녀 비율은 각각 17.5%, 29.5%에 불과했는데 남녀 모두 출산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비율이 1.6배 가량 높아진 것이다.

이 같은 선택을 한 이유로 남성은 ‘아이가 행복하게 살기 힘든 사회여서’(27.7%)를 1순위로 꼽은 반면, 여성은 ‘자신의 자유로움을 위해’(32.0%)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20~44세의 미혼인구 2500명을 대상으로 자녀가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그 필요성에 대한 생각을 알아본 결과, 미혼 남성은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 나을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34.2%, ‘꼭 있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33.6%, ‘없어도 무관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28.9%, ‘모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3.3%로 나타났다.

반면, 미혼 여성의 경우 ‘없어도 무관하다’는 비율이 48.0%로 매우 높고, 그 다음으로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 나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이 28.8%, ‘꼭 있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19.5%, ‘모르겠다’는 비율은 3.7%로 나타나 자녀의 필요성에 대한 생각에서 성별간 차이를 보였다

남성의 경우 35세 이상이 되면서 ‘자녀가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24.0% 정도로 낮아져 35세 이전 집단과는 다른 경향이 나타났다. 자녀가 필수적이라는 생각이 줄어드는 대신,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 나을 것’이라는 응답과 ‘없어도 무관하다’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미혼 여성 중 ‘자녀는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25~34세가 24.0%, 그밖의 연령집단에서는 낮게 나타나 여성은 주 결혼 연령대에서만 자녀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약간 높아졌다.

미혼 여성은 연령집단마다 ‘자녀가 없어도 무관하다’는 생각이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특징을 나타냈다.

2015년 조사 결과와 비교해 보면, 전반적으로 자녀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미혼 남성의 경우, ‘자녀가 꼭 있어야 한다’와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 나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줄어들었고, 줄어든 비율만큼 ‘없어도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증가했다.

자료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자료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자녀에 대한 생각에 있어서 여성의 변화가 남성의 변화보다 빠르게 일어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2015년 미혼 여성이 응답한 결과를 보면,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 나을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40.0%로, ‘없어도 무관하다’고 응답한 비율 29.5%보다 높게 나타났는데, 2018년에는 오히려 ‘없어도 무관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48.0%로 매우 높게 나타나 미혼 여성 사이에서 자녀의 필요성에 대한 생각이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녀가 없어도 무관하다’고 응답한 미혼인구를 대상으로 그 이유를 알아본 결과, 미혼 남성 중 ‘자녀가 없어도 무관하다’고 응답한 남성은 329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27.7%는 ‘아이가 행복하게 살기 힘든 사회여서’를 이유로 꼽았다.

‘경제적으로 여유롭게 생활하기 위해’가 26.1%, ‘부부만의 생활을 즐기고 싶어서’가 24.1%, ‘자녀가 있으면 자유롭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가 19.7%, ‘직장생활을 계속하고 싶어서 및 기타’의 이유가 2.4%로 나타났다.

미혼 여성의 경우는 자녀가 없어도 무관하다고 응답한 636명 중 32.0%가 ‘자녀가 있으면 자유롭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라고 응답했고, 28.6%는 ‘아이가 행복하게 살기 힘든 사회여서’라고 응답했다.

‘경제적으로 여유롭게 생활하기 위해’ 자녀가 없어도 무관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18.3%였으며, 15.4%는 ‘부부만의 생활을 즐기고 싶어서’라고 응답했다. ‘직장생활을 계속하고 싶어서 및 기타’는 5.8%로 나타났다.

미혼 남성과 미혼 여성의 응답에서 ‘아이가 행복하기 살기 힘든 사회여서’가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미혼인구가 자녀의 필요성을 판단할 때 자신의 입장과 함께 아이의 행복 측면에서도 출산 필요성을 생각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혼 남성의 응답 중에서는 ‘아이가 행복하기 살기 힘든 사회여서’라는 응답이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지만, 미혼 여성의 응답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인 것은 ‘자녀가 있으면 자유롭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로 나타났고, 여기에 ‘직장생활을 계속하고 싶어서’라는 이유 도 더해져 자녀가 없어도 무관한 이유에 대해 남녀의 차이를 보였다.

일상생활에서 자기 시간·여가 생활의 중요성 및 그에 대한 욕구 증가와 함께 사회 진출과 결혼 후에도 경력을 유지하고자 하는 여성들의 욕구는 더욱 커졌지만, 출산 및 양육에 대한 책임이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더 남아있는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자녀가 생기면 자신의 일을 포기하는 상황이 여성에게 더 빈번하게 일어나는 현실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결혼 해도 자녀를 가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견해에 대한 질문에는 미혼 남성과 미혼 여성 모두 찬성하는 비율이 반대하는 비율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혼 남성은 전적으로 찬성하는 비율이 17.3%, 전혀 찬성하지 않는 비율이 8.9%인데 반해, 미혼 여성은 전적으로 찬성하는 비율이 29.2%, 전혀 찬성하지 않는 비율은 4.1%로 나타나 전반적으로 이 견해에 대해 찬성하는 경향은 비슷했지만 그 안에서 정도의 차이를 보였다.

연령별 차이는 미혼 남성보다는 미혼 여성에게서 더 확연했다. 20~24세 여성은 이 견해에 ‘전적으로 찬성’하는 비율이 36.4%인데 반해 40~44세 여성은 13.4%로, 적극 찬성하는 비 율에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대체로 찬성’한다는 비율을 더한 찬성 비율 전체(전적으로 찬성+대체로 찬성)는 연령집단 간에 비슷하게 유지됐다.

2015년의 결과와 비교해 보면, 미혼 남성과 미혼 여성 모두 찬성 비율이 증가했고, 특히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비율이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과거와 같이 결혼 후 출산이 과정처럼 이어지는 경향이 더 이상 지속되지 않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는 동시에 미혼인구의 응답인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경향이 앞으로 지속되거나 증가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결과다.

미혼인구 사이에서 자녀의 필요성은 점차 감소하고, 전통적인 모습과 다른 형태의 가족에 대해서는 더욱 수용적인 태도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미혼 여성이 미혼 남성보다 더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는데, 특히 이혼이나 무자녀에 대해서는 미혼 여성이 더 개방적으로 수용하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결혼 대신 동거를 하는 것 또는 결혼하지 않고 자녀를 두는 것 등에 대해서는 미혼 남성보다 덜 받아들이는 태도를 보여 여성이 남성보다 부정적 인식이나 편견에 더 노출될 수 있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 반영된 결과를 보였다.

변수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전반적인 생각의 변화는 남성보다 여성, 특히 연령이 낮은 여성 사이에서 큰 폭으로 나타나고 있고 사회적으로 다양성을 인정하는 인식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면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결혼·자녀·가족과 관련된 변화는 더욱 급격히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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