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임칼럼] 스마트 리빙랩 활성화에 대하여
[조영임칼럼] 스마트 리빙랩 활성화에 대하여
  • 김복만 기자
  • 승인 2018.06.20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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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임 (가천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
조영임 (가천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스마트시티’가 IT업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스마트시티는 첨단화되고 현대화된 도시, 지속 가능한 미래의 도시와 같은 목적물로 보는 시선이 강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스마트시티가 하나의 목적이 아닌 수단과 과정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생겨났다. 또 4차 산업혁명을 담는 플랫폼으로서 스마트시티를 주목하고 있다.

새롭게 정의된 스마트시티는 공급자 중심의 닫힌 생태계가 아니라, 수요자와 시민 참여 중심의 열린 생태계 플랫폼이다. 도시의 핵심 요소인 교통·에너지 등 분야가 수직적으로 구축된 것이 아니라 각 분야가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수평적으로 통합되는 의미가 강조되고 있다.

스마트시티의 개념 변화와 함께 떠오른 이슈가 ‘스마트 시민’이다. 점점 더 많은 도시가 인프라 건설을 통해 제공하는 서비스를 늘리는 스마트시티 모델에 한계를 느끼고 있어서다. 새로운 스마트시티는 시민이 참여해 양방향으로 운영되는 지속 가능한 도시의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

도시의 모습이 아무리 변해도 스마트시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사람이다. 아무리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도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이 없으면 의미가 없다. 디지털에 익숙한 스마트시티 사용자인 ‘스마트 시민’은 끊임없이 도시 공간과 상호작용하며 도시와 함께 진화하게 된다.

대표적으로 유럽에서는 시민들의 참여를 늘려 도시를 점층적으로 스마트하게 만드는 ‘스마트시티화’가 진행되고 있다. 영국의 밀턴 킨즈, 스웨덴의 스톡홀롬,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이 대표 사례이다.

이들 도시에서는 사물인터넷(IoT) 등 기술을 활용해 재난에 대비하거나 독거노인과 같은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건강을 관리하는 식으로 스마트시티가 시작되었다. 이후 데이터의 이해 및 응용을 정규 교육 커리큘럼에 포함시키면서 어린이와 청소년을 스마트 시민으로 육성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사례를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곳에는 일반 시민부터 민간기업과 스타트업, 지자체, 대학, NGO 등에 소속된 4,000여명의 혁신가가 있다. 이들은 ‘암스테르담 스마트시티(ASC)’라는 웹사이트에 도시를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구글맵과 암스테르담 시가 제공한 데이터를 조합해 새로운 주차공간을 발굴해내거나, 각 가정에 에너지 사용량 정보를 알려주는 스마트 미터기를 보급해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는 등의 프로젝트다. 이렇게 온라인상에 올라간 아이디어가 ‘좋아요’ 100개 이상을 받으면 시(市)가 공식적으로 논의해 실행 여부를 결정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진행 중인 프로젝트만 200개가 넘는다.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철저한 시민 정신을 바탕으로 진행된다. 특히 시민들의 책임과 봉사정신이 없다면 이뤄지기 어려운 프로젝트들이 많다. 예컨대 한 프로젝트는 날씨와 온도, 습도 등의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스마트 시민 키트를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사람들은 이 키트를 본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곳에 부착한다. 이렇게 수집된 정보를 모아 도시를 더욱 스마트하게 만드는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암스테르담은 시민들의 민원을 받아 해결해주는 수준을 뛰어넘어, 시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실험실이 됐다. 이는 유럽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리빙랩(Living Lab)의 개념과도 일치한다. 말 그대로 살아있는 실험실, 일상생활 속의 실험실을 의미한다.

대상이 되는 공간에서 생활하는 시민들이 직접 문제점을 찾아내고 개선방향을 도출하는 방법이다. 시민이 주체가 되어 도시를 만들어간다는 의미에서 리빙랩의 의미는 스마트시티의 발전 방향과도 일맥상통한다.

대한민국 정부도 암스테르담과 같이 시민들의 역동적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스마트 시민 전략에 관심이 많다. 도시를 위한 기술의 개발과 시제품 평가 및 정책 업그레이드 등 도시 혁신의 전 과정을 시민이 전문가와 함께 수행하도록 하는 리빙랩 전략이다.

국내의 대표 리빙랩 사례는 서울 동작구의 성대골 에너지 전환과 종로구 북촌 IoT 사업이다. 성대골 곳곳에는 크고 작은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어 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충격을 받은 주민들이 의견을 모아 에너지 전환 사업이 시작됐다.

단순히 많은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시민과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고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 설치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과 패널의 철거까지도 폭넓게 고민한다. 지역 금융과 연계해 태양광 설치를 위한 금융 상품도 개발했다. 은행은 설치비용을 대출하고,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주민은 매달 아껴지는 전기요금으로 원리금을 상환하는 상품이다.

한옥이 밀집돼 해마다 1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북촌 한옥마을에는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리빙랩이 뜨고 있다. IoT 기술을 활용해 관광객들에게 위치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북촌에 거주하는 주민의 안전과 편의까지 확보해나가고 있다. 쏟아지는 관광객들로 몸살을 앓았던 주민과 더 가까이 북촌을 느끼고 싶어 하는 관광객들이 공존할 수 있는 아이디어들이 발굴되고 있다.

리빙랩은 이제 하나의 글로벌 트렌드가 되었다.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의 쇠락한 공업지대였던 칼라사타마는 주민과 공무원, 학자와 시민단체로 구성된 ‘혁신가 클럽’을 바탕으로 첨단 기술이 빛나는 도시로 변모하였다. 스웨덴과 프랑스, 스페인에서도 도시 재건의 핵심 수단을 리빙랩을 활용하는 시도가 빠르게 늘고 있다.

스마트시티가 4차 산업혁명의 중요한 포인트이고 정부의 IT 정책에도 반영되어가고 있다. 정부가 스마트시티의 틀은 마련해 줄 수 있지만 속의 콘텐츠는 결국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채워져야 한다는 것을 유럽의 다양한 사례들이 말해주고 있다. 높은 수준의 스마트시티는 결국 스마트 시민이 만든다.

그럼 어떻게 하면 리빙랩을 활성화시킬 수 있을까? 미국의 UC버클리 대학에서는 다양한 연구플랫폼을 중심으로 리빙랩을 활성화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BAIR(Berkeley Artificial Intelligence Research)라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인재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37명의 교수, 280여명의 석박사와 박사후 연구원으로 구성되어 있고, BAIR와 BDD(Berkeley Deep Drive)에서는 페이스북, 삼성, NVDIA, MS, Intel, 텐센트, 현대차, 도요타, 혼다 등 전 세계 기업들이 투자하고 있는 다양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BAIR는 전 세계의 돈, 인력, 기술 및 인공지능과 관련된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연구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인공지능 뿐 아니라 새로운 알고리즘 개발과 프로젝트를 추진함으로써 이론적 결과를 현실세계에도 적용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교수들이 항상 무언가를 만들고 성실히 노력한다는 점에서 장점을 갖는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도 리빙랩 등 4차 산업혁명의 선도국으로 활성화 하려면 다양한 연구플랫폼 중심의 활동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재처럼 ‘남이 하니 나도 한다’는 식으로 진행하다가는 이도저도 아닌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좀 더 체계적으로 접근하고 활성화해야 오래가고 깊이 있는 연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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