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학습 만화에 대한 생각
[교육칼럼] 학습 만화에 대한 생각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3.09.1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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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승범 서울경인초등학교 교사
방승범 서울경인초등학교 교사

어느덧 9월이 되고 학교에서는 새로운 학기인 2학기가 시작됐다. 2023학년도가 시작한 지 별로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절반이 지났다.

학교 현장에서 3, 4월과 9, 10월은 학부모 상담을 하는 달이다. 학부모 상담을 해보면 아이의 교우 관계, 학업 관계 등 학부모님들의 다양한 고민을 듣게 된다.

특히 많이 물어보시는 주제가 바로 독서 관련 내용이다. 그중에서도 ‘우리 아이가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데, 글로 된 책은 잘 읽지 않고 학습 만화책을 많이 읽어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도서관에 가면 아이가 학습 만화책만 봐요. 어떻게 지도하면 좋을까요?’, ‘언제까지 학습 만화 읽는 것을 허락해야 할까요?’ 등 학습 만화에 관한 질문을 많이 한다.

필자는 학생들이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 등에 책을 읽고 있으면 어떤 책을 읽는지 궁금해서 물어보기도 한다. 다양한 책을 읽지만 ‘Why’ 시리즈를 읽는 학생들의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why’ 시리즈는 학습 만화책이다. 책 읽는 습관이 아직 형성되지 않은 친구들도 학습 만화책은 열심히 읽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중국의 유명한 고대 소설 중에 삼국지가 있다. 삼국지는 고대 중국의 세 나라(위, 촉, 오)의 패권을 다툰 내용을 담고 있는 소설책이다. 삼국지에는 유비, 조조, 관우, 장비, 제갈공명 등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고, 다양한 사건들이 나온다.

삼국지를 소설책으로 읽으면 재미있지만, 양이 매우 많기에 처음부터 책으로 삼국지 전체를 읽는 것은 어렵다. 필자는 초등학교 시절에 삼국지를 만화책으로 처음 접했었다.

만화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인물의 특징을 살려 묘사된다. 예를 들면, 삼국지에 나오는 인물인 관우는 남성적이면서 의리를 중요시하는 인물이다. 만화책에서 볼 수 있는 관우의 이미지는 남성성을 표현하는 긴 수염과 날카로운 눈매와 짙은 눈썹을 가진 모습으로 주로 볼 수 있다. 만화에 나오는 인물 묘사를 통해서 삼국지 속 다양한 인물의 성격과 특징을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이런 연유로 처음 삼국지를 부담감이 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우리나라 말은 한자와 깊은 관련이 있다. 필자가 학생이었을 때 항상 아침 자습 시간에 자습 과제로 한자를 적었던 것 같다. 덕분에 한자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었다. 중학생 때는 담임 선생님께서 역사 선생님이셨는데 퇴근하기 전에 반에 오셔서 한자를 6글자씩 적고 가셨다. 다음 날 아침에 등교하면 담임 선생님이 전날에 적어놓은 한자를 10번씩 적었다. 중학교 때 ‘한자’ 과목에서 한자를 배울 때 도움이 되었고, 국어의 어휘력도 자연스럽게 증진되었던 것 같다.

한자는 중국에서 사용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예전부터 사용되어온 문자이다. 한자는 상형 문자이기에 국어와 비교해 보면, 상대적으로 더 어렵다. 중국인들은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한자를 사용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원래 한자가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인들은 중국식 한자(간체자)를 주로 사용한다. 간체자는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한자보다 훨씬 단순하다.

요즘은 초등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한자를 가르치지 않는다. 한자를 학교에서 따로 하지 않는데도 한자를 잘 알고 있는 학생들이 있다. 그 연유가 궁금해서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한자 학습 만화를 통해서 익혔다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았다.

궁금해서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한자 학습 만화책을 본 적이 있다. 학생들이 좋아하는 캐릭터가 주인공이 되어 다양한 에피소드 등을 통해 관련된 한자를 제시하여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한자를 스스로 익히도록 구성이 된 학습 만화책이 다수였다.

학생 중에 한자를 익히는 것을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종종 있는데, 한자 학습 만화는 쉽게 한자에 접근하고 원리 등을 설명함으로써 한자에 대한 불안감, 부담감을 낮춰줘 한자를 익히는 데 해결 방법이 될 수 있다.

길을 걷다 보면 만화 24시라 적혀있는 곳을 종종 볼 수 있다. 이곳은 24시간 동안 원할 때 만화를 볼 수 있는 곳이다. 궁금해서 만화 24시에 가본 적이 있다. 예전에는 ‘소년 챔프’ 등의 청소년 만화 잡지 등을 통해서 학생들이 만화를 봤었다. 요즘에는 종이로 된 만화를 보는 사람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서 만화방에도 사람이 별로 없을 것으로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사람들이 많이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었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만화를 좋아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지식을 습득한다. 학생들은 학습 만화를 읽으면서도 지식을 습득한다. 학습 만화를 통해서 관심이 있는 분야 혹은 평소 어려워했던 분야에 대한 지식을 상대적으로 쉽게 얻을 수 있다. 사람들은 만화를 보는 것을 좋아하기에 학습 만화를 읽으면 학습에 대한 부담감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학습 만화는 만화의 한 장르이기에 학생들의 거부감이 다른 장르들보다 많이 적은 편이다. 만화를 좋아하는 어른들도 많이 있다. 만화를 좋아하는 것은 본성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학생들이 학습 만화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학습 만화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은 해당 분야에 대해 전문적인 내용이 아니다. 표면적이고, 흥미로운 내용들을 주로 다루고 있다. 학습 만화에서 다루고 있는 지식은 전문적인 지식이 아니기에 학생들이 학습 만화를 통해서 전문적인 학습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학습 만화를 통해 얻은 학생들의 흥미 및 관심 등이 단순히 학습 만화 단계에서 멈춰서는 안 된다. 학습 만화로 학생들이 학습에 대한 내재적인 흥미가 생겼다면 교사나 학부모는 학생들이 학습 만화를 통해서 얻은 지식, 흥미, 관심 등을 학생들이 학업의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지도할 필요가 있다.

 

<방승범 교사 프로필>
- 서울경인초등학교 교사
- 서울교대 학사 및 동 대학원 졸업
- 디지털 교과서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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