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학습 방향에 대한 생각
[교육칼럼] 학습 방향에 대한 생각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3.04.14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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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승범 서울경인초등학교 교사
방승범 서울경인초등학교 교사

“사람에게 물고기를 주면 하루를 먹일 수 있지만,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면 평생을 먹일 수 있다.” - 노자

“한 인간에게 교육을 시작할 때의 방향이, 훗날 그의 삶을 결정할 것이다.” -플라톤

우리나라 교육은 교육부에서 공표한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이뤄지고 있다. 교육과정은 영어로 Curriculum(커리큘럼)이라 한다. 이 단어는 라틴어에서 ‘달리다(Run)’의 의미를 가진 ‘Currere’에서 유래됐다.

교육과정은 나라에서 만든 구체적인 교육과 관련된 계획이다. 현재에만 관심을 두고 있지 않고, 현재 교육을 받는 학생들이 앞으로 지낼 100년을 바라보고 만드는 교육 계획이다. 중국의 사상가 노자, 서양 철학가 플라톤의 교육에 대한 인식도 맥락을 같이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예전부터 교육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교육에 대한 역사도 매우 길다. 교육과 관련된 기록으로는 372년(고구려 소수림왕 2년)에 국가에서 세운 유학 교육기관인 ‘태학’을 찾아볼 수 있다. 태학은 우리나라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국립교육 기관이다. 태학은 국가에서 경학, 문학, 무예 등을 체계적으로 교육했다.

태학 외에도 역사에서 찾을 수 있는 국가 교육기관으로는 통일신라시대의 국학, 고려시대의 국자감, 조선시대의 성균관 등이 있다. 신라에서 고려로, 고려에서 조선으로 시간이 흐르고 나라는 바뀌었어도 국가가 중심이 되는 교육기관은 항상 존재했다.

현대식 교육과정은 광복하면서 시작됐다. 미군정 시기인 1946년부터 1954년은 교수요목기라고 불린다. 광복되면서 교육과정을 우리의 현실에 맞게 구성하지 못해 당시 미국에서 유행하던 실용주의 교육 사상을 기반으로 한 교육이 시행됐다.

전쟁이 끝난 1954년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1차 교육과정이 공표되었다. 그 후 2차, 3차, 4차, 5차, 6차, 7차 교육과정으로, 짧게는 4년(5차 교육과정), 길게는 10년(2차 교육과정)을 주기로 개정됐다.

7차 교육과정을 끝으로 ‘~차’가 붙는 교육과정은 사라지게 됐다. 7차 교육과정 이후 수시개정 교육과정으로 변경되어 2007 개정 교육과정, 2009 개정 교육과정, 2015 개정 교육과정, 2022 개정 교육과정으로 개정됐다.

현재 초, 중, 고등학교에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어 해당 교육과정의 흐름에 맞춰서 일선 학교의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2022년 12월 22일 교육부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을 공표했다. 2024년 초등학교 1~2학년, 2025년 초등학교 3~4학년, 중·고등학교 1학년, 2026년 초등학교 5~6학년 중·고등학교 2학년, 2027년에는 중·고등학교 3학년에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될 예정이다.

교육과정은 각각 그 당시에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교육 사조에 영향을 받아 개정됐다. 이 때문에 교육과정마다 구분되는 특징 및 특색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3차 교육과정은 학문 중심 교육과정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학문’을 중요시해 다른 교육과정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학문의 깊이가 깊은 편이다.

최근에 개정된 교육과정들 위주로 살펴보면, 2009 개정 교육과정은 ‘창의성’을 중요시하고 있다. 2009 개정 교육과정이 실제 현장에서 적용되었을 때, 학문 간의 융합도 중요시했다.현재 현장에 적용 중인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특징은 ‘역량 중심 교육과정’이다. ‘역량’이 중요시된 것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처음이다. 2022년 겨울에 공표된 2022 개정 교육과정도 이러한 기조를 맞춰 ‘역량’을 중요시하고 있다.

역량이 교육에 있어 공식적으로 중요하게 부각된 것은 1990년대 후반부터였다. 1990년대 후반 OECD는 데세코(DeSeCo: Definition and Selection of Competentence)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데세코 프로젝트는 ‘역량’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역량은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는 힘’이라 정의되어 있다. 그동안의 교육은 정해진 범위 안에서 정해진 것을 일정한 절차에 따라 하고 이에 따른 결과물들을 중요시했었다. 하지만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사회는 급변했고, 다양성이 중요시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사회에서 문제를 찾고 이에 대한 답을 알려주는 것이 과연 교육적으로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미래를 이끌어갈 학생들에게 답을 알려주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보다 다양성의 시대에 알맞은 다양한 해답을 찾아 나갈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대두하게 됐다. 이런 관점이 적용된 교육과정이 ‘역량 중심 교육과정’이다.

현장에서도 이를 깊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학부모, 학생들은 어려운 수학 문제를 잘 풀어내는 학생이 수학 능력이 우수하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은 난도 있는 수학 문제를 풀기 위해 선행 학습하곤 했다. 하지만 앞으로의 교육과정에서는 난도가 있는 수학 문제를 잘 푸는 학생보다는 수학 교과의 역량(문제해결, 추론, 의사소통, 연결, 정보처리)를 갖춘 학생이 더 수학적으로 학업 성취도가 높은 학생이라 예상할 수 있다.

수학 시간에 학생들은 흔히 교사에게 “복잡한 계산 문제를 왜 풀어야 해요? 요즘은 계산기가 잘 되어 있어서 이 문제를 왜 풀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등의 질문을 한다.

이에 대한 해답은 수학 교과의 역량을 생각해보면 쉽게 답을 찾을 수 있다. 복잡한 계산을 통해서 수학 역량 중에 문제해결 역량을 갖출 수 있고, 정보 등을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정보처리 역량을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에 맞는 답을 알려주는 것보다 실질적으로 학생들에게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역량은 능력이다. 역량은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학생들이 역량을 기르기 위해 노력한다면, 분명 학생들의 역량은 성장해 있을 것이다. 앞으로의 사회는 다양성을 기본 전제로 하고 있다. 이에 맞춰 교육은 일대일로 이에 대한 답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을 방법을 알려줘 역량을 증진시킬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방승범 교사 프로필>
- 서울경인초등학교 교사
- 서울교대 학사 및 동 대학원 졸업
- 디지털 교과서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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