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미디어 리터러시에 관하여
[교육칼럼] 미디어 리터러시에 관하여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3.08.10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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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승범 서울경인초등학교 교사
방승범 서울경인초등학교 교사

2002년에 대한민국에서 월드컵이 개최됐다. 이후로 축구에 대해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2000년대 중반에 박지성, 이영표 선수가 EPL(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하면서 사람들은 해외 축구 경기를 보기 시작했다.

박지성, 이영표 선수 이후에도 계속해서 기성용,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등 유명한 축구 선수가 해외에서 활약하고 있다. 주변에서 해외 축구 경기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도 종종 볼 수 있다.

최근에 축구 선수 이강인이 스페인의 마요르카에서 프랑스의 파리 생제르망으로 이적했다. 프랑스의 파리 생제르망은 세계적으로 매우 유명한 클럽이다. 유명 축구 선수인 음바페, 네이마르 등이 뛰고 있는 팀이다.

이강인 선수 이적과 관련해 유튜브에서 음바페 선수의 인터뷰 영상을 보게 됐다. 해당 영상에서 일본 기자가 음바페 선수에게 “이강인 영입은 단순 마케팅의 일환인가요? 일본 선수에 대해 어떻게 대해 생각하나요?”라고 물어봤다.

이에 음바페 선수는 “우리는 그를 신뢰하고 있다. 재능을 가졌기에 여기로 올 수 있는 것이다. 질문의 의도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으로 온다는 것은 준비가 됐다는 것이고 팀원으로서 우리는 그를 신뢰해야 한다. 그가 어떠한 선수인지 이미 충분히 알고 있고, 우리는 좋은 호흡을 보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당신 나라의 선수들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한다”고 대답했다.

이 영상을 보고 한국 축구의 팬으로서 음바페 선수는 정말 멋있는 선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해당 영상이 실제 음바페 선수가 인터뷰한 영상이 아니라 AI로 만든 거짓 영상임을 알게 됐다. 해당 영상은 음바페 선수가 2021년에 한 기자회견 모습을 기반으로 최신 AI 기술을 접목해 음바페의 음성을 넣어 마치 진짜인 것처럼 만든 것이었다.

평소에 가짜 영상을 구분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잘 만들어진 가짜 영상을 보니 구분할 수 없었다. 필자만 그런 것이 아니라 해당 영상을 본 사람들도 필자와 같은 판단과 생각을 했다고 한다. 이 일을 계기로 다시 한번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2022년 개정 교육과정은 2022년 12월에 최종적으로 발표됐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역량을 중요시한다는 점에서 현재 교육과정인 2015 개정과 맥락을 같이 한다. 하지만 국어과의 경우 한 가지 큰 변화가 있었다. 그건 바로 ‘미디어’, ‘매체’ 부분이 하나의 국어 영역으로 들어온다는 점이었다.

물론 과거의 교육과정에도 ‘미디어’, ‘매체’ 관련 내용을 중요시했었다. 실제 교과서에서도 매체를 활용하는 내용을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국어과의 고유한 영역으로서 중요시한 것은 아니었다. ‘매체’는 국어과에 있어 ‘문법’, ‘문학’과 같은 수준의 위상이 됐다.

교육학 용어 중에 리터러시(Literacy)라는 용어가 있다. 리터러시(Literacy)를 검색해보면,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이라고 설명돼 있다. 리터러시는 교육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능력으로 학습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 리터러시는 개별적으로 존재하기보다는 여러 교과하고 더해져서 쓰기 리터러시, 말하기 리터러시 등으로 교육 현장에서 연구 및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리터러시의 개념이 최근에 점점 변화하고 있다. 예전의 리터러시는 한 가지 개념이나 능력을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이었다면, 요즘의 리터러시는 여러 개념이나 능력을 ‘융합해서 읽고 쓸 수 있는 능력’로 변화했다.

현재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이다.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는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여 익숙하게 사용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용어다.

학생들은 ‘미디어’ 기기를 활용하는 것에 매우 익숙하다. 더욱이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로 인해 학생들은 디지털 기기를 아주 능숙하게 활용하며 수업을 했었다. 이런 디지털 네이티브인 학생들에게 필요한 개념 중에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가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의 정의는 연구하는 학자마다 다를 정도로 매우 다양하다.

우리나라의 교육부에서는 2019년에 미디어 리터러시와 비슷한 개념으로 ‘미디어 교육’을 ‘미디어로 필요한 정보를 찾고 제공되는 정보를 비판적으로 이해하는 데서 나아가 미디어를 활용하여 정보와 문화를 생산하고 사회에 참여하는 역량을 기르는 교육’이라 정의했다. 이처럼 미디어 리터러시는 미디어를 잘 다루는 기술적 능력과 수준 높은 사고 능력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라 하면 사람들은 미디어 기기를 잘 다루는 것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미디어 리터러시를 하기 위해서는 미디어 기기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미디어 기기의 활용이 미디어 리터러시의 궁극적인 목표는 아니다.

새로운 미디어 기기는 계속해서 나온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측면에서 보면 학생들에게 미디어 기기를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과 더불어 미디어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미래에는 지금보다 더 기술이 발전할 것이다. AI 기술도 지금보다 더 정교해지리라 생각한다. 미디어에 있는 많은 정보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정보의 양이 많아질수록 사실 정보를 구별해 낼 능력이 더 필요하다.

미디어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이를 제대로 구분할 제일 좋은 방법은 비판적 사고를 기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어과 교육과정에서도 ‘비판적 사고’를 하나의 중요한 역량으로 제시하고 있다.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모든 것을 알려주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어렵다. 그렇기에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스스로 비판적 사고를 할 방법과 역량을 길러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생들이 앞으로의 미래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세계적인 흐름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프랑스 등 외국에서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유치원 시기부터 시작하며, 체계적으로 하고 있다. 우리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지금보다 더 일찍 체계적으로 시작할 필요가 있다.

 

<방승범 교사 프로필>
- 서울경인초등학교 교사
- 서울교대 학사 및 동 대학원 졸업
- 디지털 교과서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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