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교사 전은경 칼럼] ‘2020 보건교사 방역기’…코로나19 속 학교 대응
[보건교사 전은경 칼럼] ‘2020 보건교사 방역기’…코로나19 속 학교 대응
  • 김은교 기자
  • 승인 2020.12.31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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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의 화두는 당연히 코로나-19다. 모두의 입을 마스크로 막아버렸을 뿐만 아니라 일상 자체를 바꿔 놓았기 때문이다. 학교 역시 예측하지 못한 변화에 대응하며 2020년을 보냈다.

그렇다면 온 국민을 힘들게 한 코로나-19 속 학교 현장의 모습은 어땠을까? 이제부터 그 대답을 위해 내가 직접 보고 느껴온 ‘진짜 학교 이야기’를 그려내고자 한다.

올해 3월2일. 1학년은 신입생 입학식을, 재학생은 개학식을 하지 못했다. 덧붙여 코로나-19로 인한 ‘개학연기’라는 초유의 사태 또한 지속됐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 드디어 온라인으로나마 개학·입학식이 진행됐다. 비록 학생들은 만나지 못했지만, 각 반의 담임교사 역시 전화로 학생·학부모 상담을 실시하며 담임으로서의 시작을 열었다.

◇ 코로나-19,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만들다

그런데 개학과 동시에 다양한 문제 상황이 발생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원격수업’이다.

이와 관련해 교사들은 어떤 방법으로 온라인 수업을 이어갈지 논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예측불허의 상황에서 새로운 수업방식을 도입하기에는 교사들의 연령과 관심, 그리고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 수준이 너무 달랐다. 학교는 이 같은 상황을 극복하고자, 제일 먼저 연수를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원격수업 현장. 교사들은 수업자료를 만들기 위해 더 뜨겁고 치열하게 준비했다. 과목을 나눠 수업자료를 만들었으며, 학부모 공개수업 또한 실시간 영상수업으로 진행했다.

지난 1년 동안 코로나-19 속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교감의 시선에서 열정을 나누는 교사들을 바라보았을 때는 “그 어느 해 보다도 열정적인 해가 바로 올해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다. 학교 구성원 모두가 협력해 집단지성을 발휘하고 또 함께 급성장한 해임을 느꼈기 때문이다.

1700명의 학생과 교직원 110명이 함께 생활하는 거대학교이자, 코로나에 힘껏 대응해 온 본교에서는 이제 실시간 온라인 협의가 일상이 됐다.

원격수업·동영상 제작·쌍방향 수업 역시 평범한 일상이 돼 자유자재로 이뤄지고 있다.

◇ 보건교사, 학교 방역을 지키다

코로나-19 시기. 원격수업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학교방역이다. 아울러 그 학교방역의 지휘자는 단연 보건교사다.

코로나-19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학교 안전망’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그 안전망 중 기본이 되는 것은 코로나-19 예방수칙을 지키려는 ‘개개인의 의식’이다. 이와 더불어 방역물품 확보 및 등교·하교·수업시간 중 지켜야 할 시스템 또한 중요한 안전망이다.

지역 내 가장 많은 학생이 다니는 본교 역시 과대 학급의 위험과 핸디캡을 극복하고자 학교 방역에 더 최선을 다했다.

우선 교사들은 스스로 몸을 사리며 주변과의 접촉을 최소화했다.

수시 회의도 채용해야할 강사 면접도 운영위원회 회의도 비대면으로 실시했다. 소수가 모여서 꼭 회의를 해야하는 경우에는 차도 마시지 않았다.

마스크는 절대 벗지 않았다. 가정에서도 학생들에게 마스크 착용과 손씻기 거리두기 교육을 철저히 할 수 있도록 지도했으며,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학교에 보내지 않도록 했다.

1년 내내 교장과 교감은 아침 등교하는 아이들을 교문에서 맞이하고, 하교하는 아이들을 교문에서 배웅했다.

학생들은 교문에 들어오기 전부터 거리두기를 실천하며 등교했다. 교장·교감선생님과 인사를 나누며 교문을 들어선 아이들은 1차로 발열체크 및 손소독을 실시한다. 이어 교실 앞에서 체온을 재고 다시 손 소독을 한 후 입실하게 된다.

1차와 2차 모두 증상이 있거나 열이 37.5도 이상이 나오면 현관 밖에 있는 일시적 관찰실로 가야한다.

보건교사들은 방역 물품 확보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본교에서는 학생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열화상 카메라 확보에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 특히 학생 수가 많은 학교 특성상 4대의 열화상 카메라를 확보했으며, 자동 손 소독기 5대·비접촉식 체온계·마스크 등을 구입했다.

본교는 보건교사가 2명이었지만, 과대 학급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더 많은 보건교사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절실했다.

◇ 집단지성 돋보인 위기상황…성장의 기회로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위기였다. 이 위기 상황에서 수시로 바뀌는 지침 또한 위기로 작용했다.

이렇듯 예측할 수 없는 환경 속의 2020년을 보내면서 나는 교사들 대부분 번아웃을 겪고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올해 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평가 결과는 내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힘든 한 해였지만 새롭게 적용하고 맞췄던 그 역동적이고 혁신적인 과정에, 대부분의 교사들이 보람을 느꼈다는 반응이 너무 놀라웠기 때문이다.

이번 코로나-19 상황에서는 ‘교사 역량의 한계는 어디까지 일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집단지성의 힘이 돋보였다. 또 굉장한 성장을 일궈냈다.

새해를 준비하는 이 시점에서 전망하건대, 향후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온라인 수업의 형태는 함께 진행돼 교육의 패러다임이 확연히 달라질 것이라 생각된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건교육 전문직 부족’

나는 보건교사 출신의 4년차 교감이다. 그간 학교에서 교감으로 충실히 일했지만, 올해는 전공의 전문성이 어느 해보다도 도움이 되었던 해이기도 하다.

지난 2009년 신종플루·2015년 메르스를 담당하며 이겨낸 노하우로 코로나-19 상황을 때마다 미리 예견하고 준비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장감은 여전히 매일매일 지속된다. 감염병은 항상 우리 주변에 있다. 학생들은 우리 상상이상으로 많은 질병에 노출돼 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환경 변화에 따라 질병에 노출돼 있는 우리 학생들을 건강하고 안전하게 지켜내야 할 책무가 있다.

그러나 입시위주의 교육계에서는 ‘건강해야 공부한다’는 말에는 모두 공감하면서도 건강을 위한 예산은 전폭적으로 투자하지 않는다.

질병은 해당 상황이 발생해야만 소잃고 외양간 고치듯, 그때만 잠깐 주인공이 되곤 한다. 그러다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다시 배제된다.

학교에는 보건교사 한 명이 학생들의 건강을 위해 교육하고 치료하고 예방하고 있다. 또 그마저 배치가 안돼 보건선생님이 없는 학교도 있다.

교육청에는 학교의 전문성을 가진 보건교육전문직이 매우 부족한 상태다. 따라서 행정기관에 학교의 보건전문성을 아는 경험 있는 전문직이 확보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체계적으로 시스템을 갖추어야 할 때다. 그래야 앞으로 다가올 또 다른 신종감염병을 막을 수 있다.

이렇듯 아이들이 중심인, 건강이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학교 교육현장으로 자리 매김되는 그 날을 꿈꾼다. 그리고 오늘의 아이들과 교사를 바라보며 희망을 얻어본다.

 

 

<전은경 교감 약력>

가톨릭대 간호학박사

가톨릭대 청소년복지 석사

아주대 혁신교육 교육학 석사

前 전국보건교사회 총무이사

現 경기도초등보건교육연구회 회장

現 세계기독간호재단 이사

現 국제한인간호협회 이사

現 학교보건학회 이사

現 경기도 소재 초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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