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교사 천아영 칼럼] 성교육하는 보건샘
[보건교사 천아영 칼럼] 성교육하는 보건샘
  • 김은교 기자
  • 승인 2020.06.26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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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아영 고양신일초등학교 보건교사
천아영 고양신일초등학교 보건교사

1. 나의 즐겁고 의미 있는 성교육에 초대합니다

1990년 동두천의 작은 학교로 신규발령을 받은 양호교사가 지금은 31년 경력의 보건교사가 되었습니다. 저는 1998년 고양시 대표 공개수업을 시작으로 매년 공개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1998년 어린이 성폭력예방, 2003년도 아름다운 임신, 아름다운 출산, 2005년 아름답고 멋진 이성교제, 2016년 생명존중, 2017년 양성평등, 2018년 ME TOO 다시보기, 2019년 아름다운 이성교제를 주제로 성교육 공개수업을 하면서 저는 제 자신에게 질문을 해봤습니다. ‘왜 성교육인가? 나는 어떤 성교육을 하고 싶은가? 나의 성교육이 아이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가?’

제가 실력이 뛰어나서 매년 수업공개를 한 것은 아닙니다. 좋아하는 것을 잘하는 사람이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듯, 저 또한 성교육을 좋아하고 잘하고 싶을 뿐이었습니다. 그래도 매년 공개수업을 하다 보니 지도안 작성이나 수업기술면에서 긍정적인 성장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도전은 저에게도 용기가 필요한 것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저만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용기 있는 도전으로 많은 동료들과 후배들이 용기를 내어 학교보건, 성교육에서의 중심적인 역할을 감당하고 자부심을 갖기를 원합니다.

국가감염병위기 심각단계의 상황 속 학교현장에서 코로나19 대응의 컨트롤타워인 보건교사들이 생각을 같이 나누고, 같이 성장하는 가치 있는 동료가 되기를 소망하며 저의 성교육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합니다.

2. 성교육은 인성교육입니다

학교 성교육은 “문제가 있다”,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는 도움이 안 된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학부모는 자녀의 성교육에 관해 학교에서 무언가를 해주기를 바랍니다.

코로나19로 학부모상담이 대면방식에서 전화상담으로 변경되었고, 전화상담시 많은 학부모들이 성교육은 온라인이 아닌 보건교사가 직접 교실에서 진행해주길 요청했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에 매우 난감하다고 담임선생님들의 얘기가 있었습니다.

모든 사람을 경악하게 한 박사방 사건, 어린이 성착취물 웰컴투 비디오 등은 우리나라 성도덕 및 성가치관의 문제를 여지없이 드러내는 사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님은 부모님대로, 학생은 학생대로, 성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교사는 교사대로 학교 성교육의 문제에 직면하며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찾아야만 합니다.

교육은 한 인간을 올바르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하도록 하는 것에 목적이 있습니다. 학교 성교육도 학생을 바른 성가치관이 내재된 인간으로, 올바른 성행동을 하는 성인으로, 건강한 성의식을 가진 사회구성원으로 만드는 데 목적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의 삶속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성관련 상황에서 무엇이 옳고 그른가, 무엇이 해롭고 이로운 것인가를 끊임없이 걸러낼 수 있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 이제 학교성교육을 인성교육 측면에서 체계적으로 실시해야 합니다.

3. 나의 성교육 키워드는 ‘책임, 존중, 배려, 생명’

2001년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성교육 시간에 행복한 임신, 행복한 출산이라는 주제로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봤습니다.

이 주제를 이끌기 위해 성교육 수업계획을 세웠고,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공개수업을 준비하는데 담임선생님이 “보건선생님의 성교육은 도덕수업 같아요”라고 말씀하셨던 것이 기억납니다.

성교육은 단순히 성지식만을 가르쳐 주는 교육이 아닙니다. ‘올바른 성의식과 성가치관을 확립해야만 올바른 성행동을 할 수 있다’라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올바른 성의식이란 자기의 성적 결정권을 가지고 타인의 성적 결정권을 존중하며 책임을 지는 성행동을 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저의 성교육은 책임, 존중, 배려, 생명이라는 키워드에 맞춰져 있습니다.

4. 초등학교시기에 틀을 잡아주어야 하는 성교육

6학년 아이들은 조금 있으면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생이 됩니다. 많은 아이들에게서 2차 성징이 나타나고, 신체는 정자와 난자를 만들고 이로 인해 몽정이나 월경을 하게 됩니다. 즉 엄마, 아빠가 될 수 있는 아주 기본적인 몸의 조건을 갖춘 것입니다. 마음만 먹으면 성관계도 할 수 있고 임신도 할 수 있고 여성을 임신시킬 수 있습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성지식만 알려주고 ‘자연스런 몸의 성장이다’라는 것만을 가르쳐주면 안 됩니다. 사춘기가 되면 자연스런 성적인 충동이 일어나고 상대가 있다면 성관계를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자기가 한 성행동에 대한 분명한 자기결정권과 상대방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면서 서로의 성적인 행동에 대하여 예측을 하고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다소 무거운 주제로 성교육을 마무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성교육은 성이 갖는 진지한 가치를 맞추는 교육이어야 합니다.

5. 보건교사이기 전에 책무성을 가진 어른으로서 성교육을 합니다

아직 초등학교 6학년인데 이런 주제로 성교육을 이끌어가도 되는 건가 걱정이 되시나요? 성교육을 하는 교사에게는 책무성이 있습니다. 그러니 이 행복한 임신, 행복한 출산이라는 단원을 이끌기 위해 7차시의 성교육으로 준비하고 마지막 시간을 이 주제로 정리를 합니다.

저는 많이 고민하고 많이 연구하고 많이 준비하여 아이들을 만납니다. 준비 없이, 의도된 방향 없이 성교육을 한다면 그냥 성교육을 하지 않는 것이 낫습니다.

부모님도 마찬가지 입니다. 내 아이가 어떻게 성장하고 성숙되기를 바라시나요?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그 길을 가도록 길을 터주시고 불을 밝혀주시고 옆에서 지켜봐주시기 바랍니다. 그런 마음으로 아이 옆에 있으면 분명 아이는 우리의 마음을 알 겁니다.

 

<천아영 고양신일초등학교 보건교사 약력>
- 경기도보건교사회 회장
- 뻔FUN하지 않은 WE풍당당 성교육 연구회 운영진
- 성교육하는 보건샘 네이버 블로그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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