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교사 조은숙 칼럼] 학교에는 보건교사 1명뿐
[보건교사 조은숙 칼럼] 학교에는 보건교사 1명뿐
  • 김은교 기자
  • 승인 2020.05.27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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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숙 울산광역시 보건교사
조은숙 울산광역시 보건교사

초유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학교현장은 등교개학을 앞두고 더욱 분주해졌다. 방역물품구비에서부터 감염병 예방 포스트 붙이기, 발열체크를 위한 준비, 일시적 관찰실, 생활 속 거리두기를 위한 방안 마련, 감염병 예방 교육자료 준비 등 무엇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것들이기에 보건교사의 하루는 짧기만 하다.

학교는 긴 시간 아이들을 기다려 왔지만, 보건교사는 코로나19로 인해 마냥 기다려지지만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학교보건업무를 맡은 보건교사는 이에 대한 부담감과 장기간 코로나19 대응으로 인한 피로도가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5월에 실시한 울산보건교사회 설문조사 결과 97%의 보건교사들이 높은 피로도를 호소하였고, 코로나19 대응으로 인해 가장 힘든 부분을 묻는 질문에는 ‘학교 내 업무지원 부족’, ‘혼자만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느낌’이라고 답했다.

학교현장에 첫발을 내딛는 보건교사가 갖는 가장 큰 마음의 부담은 응급상황 시 오롯이 혼자 판단하고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위급한 심정지와 같은 상황에 대한 두려움, 혹시나 중요한 위급 증후를 놓치기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 등 그런 일이 절대 나에게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똑같을 것이다.

보건교사는 응급상황에만 대처하는 것이 아니라, 보건업무도 담당해야 한다. 코로나19 대응에 있어서 학교보건업무는 학교교육과는 동떨어진 듯, 보건교사에게만 집중되고 있다. 차라리 보건업무만 보건교사에게 집중된다면, 이는 행운에 가깝다.

학교현장의 보건교사가 처한 현실은 그다지 녹녹하지 않다. 학교보건서비스에 대한 요구는 계속 높아지지만 학교에 한 명뿐인 보건인력으로 그들의 기대와 만족을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응급환자 대처 ▲성교육 ▲흡연예방교육 ▲심폐소생술 교육 ▲감염병 예방교육 ▲비만 예방교육 등 해마다 실시해야할 의무교육뿐만 아니라, 학교보건법 시행령 제23조의 ‘학교 환경위생의 유지·관리 및 개선에 관한 사항’을 이유로 ▲정수기 관리 ▲공기질 검사 ▲미세먼지 대책 ▲방역 ▲석면·라돈 관리 ▲공기청정기 관리 등 환경과 시설에 관한 업무까지 맡는 경우도 있다. 이에 더해 학교 내 전문상담사 또는 상담교사가 있음에도 정서행동특성검사의 일부 업무까지 보건교사에게 부과되는 상황이다.

또한 해마다 성폭력 사안은 증가하고 있지만 성폭력 근절을 위한 근본 원인인 양성평등교육 역시 보건교사의 업무로 배정되어 있다. 과연 보건교사 혼자서 양성평등 의식을 고취하여 성 고정관념과 남성우월주의 의식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의문이다.

이쯤 되면 보건교사 주 업무가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다. 보건교사는 대학에서 간호학과 교육학을 배워 자격을 갖춘 교사다. 진료는 의사만 할 수 있듯, 학교 내 유일한 의료인인 보건교사는 학생들의 건강상태를 확인한 후 의료인으로서 할 수 있는 범위 내 응급처치를 하고 병원에 가야할지, 휴식을 취해야 할지, 상담실로 보내야 할지를 판단하고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와 함께 학생들의 건강문제를 예방하고 조기에 발견하여 조기 치료를 지원해야 하고, 학생들이 스스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즉 학교 내 사고나 질병에 대한 처치와 학생들의 건강관리 및 보건교육이 주 업무라 할 수 있다.

학교현장에서 코로나19 사태에 의한 방역활동으로 보건교사 혼자 분주하다. 감염병 예방 활동은 보건교사 업무라는 것에 토를 달 의사는 없다. 하지만 마스크, 손소독제, 체온계 등 방역물품 구비를 위해 보건교사는 인터넷에서 검색을 하고 품의서를 올리고, 물건을 찾고, 정리한다. 학생 및 교직원들의 발열검사도 보건교사의 일이니 매일 일찍 출근해서 발열체크를 해야 한다.

게다가 코로나19 대응 인력부족 지원을 위해 보건보조인력, 안전도우미가 학교에 배정이 되니 보조인력 채용부터 계약 등등의 업무가 다시 보건교사에게 부과된다. ‘차라리 보조인력 보내지 말지’라는 보건교사들의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제는 보건교사가 잘 할 수 있는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간호사로서 학생들의 건강관리와 응급상황 대처, 체계적인 보건교육을 통해 학생 스스로 건강관리가 일상화 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1달러의 보건교육에 대한 투자가 14달러의 경제적 효과를 낸다고 한다. 학생의 소중한 건강권과 보건교사의 책임 있는 보건교육 권한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보건교사의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인력확충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특히 1000명 이상의 과밀학교에서는 학생들의 건강권 보호를 위한 차원뿐만 아니라 희귀난치성 질환, 건강 고위험군(당뇨병, 심장질환, 아나필락시스 등)과 같이 높아지는 학교보건서비스에 대한 요구와 방과 후 활동으로 인한 보건실 이용 학생 수 증가 등으로 생기는 수많은 상황을 보건교사 혼자 담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학생 건강권 보장과 평생 건강의 토대 마련을 위해 보건교사가 보건교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학교 환경위생관리의 시설, 설비 업무의 조정이 필요하다. 보건교사의 전문성을 신장하고 보건교육 역량을 강화하여 학생들의 건강관리 측면에서 환경위생에 관한 자문, 교육, 협조는 충실히 수행할 수 있으나 설비 및 시설에 대한 점검 및 측정 등의 직접 관리는 해당 시설관리 부서에서 담당할 수 있도록 교육부 및 교육청 등에서 업무조정 노력이 요구된다.

이밖에도 정서행동특성검사와 같이 업무의 전문성이 필요한 일에도 그 특성을 고려하여 업무 조정의 노력이 필요하다.

 

<조은숙 울산광역시 보건교사 약력>
- 現 울산광역시 보건교사
- 現 울산보건교사회 회장
- 학교보건연구회 연구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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