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희망이다] 선천성대사이상 검사를 아십니까
[아이가 희망이다] 선천성대사이상 검사를 아십니까
  • 이진우 기자
  • 승인 2018.05.24 10:2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고] 인구보건복지협회 박현임 과장
박현임 인구보건복지협회 과장
박현임 인구보건복지협회 과장

 

우리나라에서 갓 태어난 신생아의 건강을 위해 실시하는 필수검사가 여럿 있지만, 그 중에서도 한 아이의 인생을 좌우할 수 있는 것으로 선천성대사이상검사가 있습니다.

선천성대사이상검사는 1985년 국내에 처음 도입돼 순천향대병원에서 검사를 실시했고, 1991~1994년에는 정부에서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페닐케톤뇨증, 호모시스틴뇨증, 단풍당뇨증, 히스티딘혈증, 갈락토스혈증, 선천성갑상선기능저하증 등 6개 질환을 대상으로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이후 1997년부터는 전국의 모든 신생아를 대상으로 확대하면서 발생률이 높은 2종인 페닐케톤뇨증과 갑상선기능저하증에 검사가 이뤄졌습니다. 이어 2006년부터는 4개 질환인 단풍당뇨증, 호모시스틴뇨증, 갈락토스혈증 및 선천성부신과형성증을 추가해 총 6개 질환으로 확대해 지금까지 정부에서 장애발생 예방사업으로 실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검사가 도입되기 전인 19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신생아들 가운데 정상아로 태어났음에도 얼마 지나지 않아 지능이 떨어지고 원인도 모른채 평생을 정신지체아로 살아가는 경우도 종종 있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선천성대사이상검사의 시기는 생후 48시간에서 7일 사이에 신생아의 발뒤꿈치에서 채취한 혈액을 특수여과지에 묻혀 건조시킨 뒤 검사를 실시하며, 해마다 1000명 중 1명 정도의 신생아가 선천성대사이상 환아로 발견돼 치료받고 있습니다.

선천성대사이상 질환이란 무엇일까요.

선천성 유전질환으로 아기가 태어날 때부터 어떤 종류의 효소가 없거나 부족해 우유나 음식의 대사산물이 뇌, 간, 신장 등에 축적됨으로써 신체에 유독작용을 일으켜 치명적인 장애를 초래하는 질환입니다.

그렇다면 선천성대사이상 검사는 왜 중요할까요. 선천성대사질환의 경우 치료가 지체되면 뇌장애가 발생하거나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르는 등 예후가 매우 좋지 않아 조기 진단과 치료가 그만큼 중요합니다.

갑상선기능 저하증은 신생아 때 발견해 한 달 이내 치료하면 아이의 정상성장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진단을 놓쳐 치료가 지체되면 뇌가 손상을 입어 평생 정신지체를 겪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페닐케톤뇨증 또한 한 달 안에 치료하면 정상성장이 가능하지만 진단과 치료가 늦어지면 역시 뇌 손상으로 정신지체를 겪게 됩니다.

그러나 선천성대사이상 질환은 조기에 발견해 치료를 시작하면 장애를 예방할 수 있으며, 거의 정상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선천성대사이상 질환은 조기발견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기에 반드시 필요한 검사입니다.

선천성대사이상 검사 홍보 포스터. 사진=인구보건복지협회
선천성대사이상 검사 홍보 포스터. 사진=인구보건복지협회

선천성대상이상 검사가 정부지원 사업으로 시작된 지 벌써 20년이 지났습니다.

1997년부터 2017년까지 20년간 정부지원으로 신생아 선천성대사이상 검사 건수는 총 873만 2423건으로 이 기간 동안 출생한 모든 신생아의 84.4%가 검사를 받은 셈입니다.

선천성대사이상 검사를 받은 전체 신생아 중 검사를 통해 발견된 환아 수는 보건소 등록 기준으로 ▲선천성갑상선기능저하증 4053명 ▲페닐케톤뇨증 184명 ▲단풍당뇨증 31명 ▲갈락토스혈증 177명 ▲ 부신과형성증 147명 ▲호모시스틴뇨증 24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신생아를 둔 부모들은 이 검사가 무엇보다 중요함을 잘 알고 있습니다. 70% 정도가 기존의 6종에서 발견되지 못하는 검사를 평균 7만원 정도의 자비를 들여 탠덤매스 검사를 추가로 실시하고 있지만, 부모들의 경제 부담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에 정부는 2018년부터 기존의 선천성대상이상 검사 6종 외에 탠덤매스 검사의 급여화를 추진, 신생아를 둔 부모의 부담을 덜어 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환아를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해 정상적인 아이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민과 정부 모두의 바람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정부는 현재 사후관리 치료사업으로 선천성대사이상 질환으로 진단된 자로서 특수조제식의 의료 지원이 필요하다고 인정된 만 18세 미만의 환아들에게 특수분유와 저단백햇반을 무료로 지급해 주고 있으며, 또한 선천성 갑상선기능저하증 환아에게는 치료비 일부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신생아 선별검사를 통해 환아를 조기에 발견하더라도 제대로 관리를 하지 못해 장애로 진행이 된다면 조기 발견의 의미가 없습니다.

선천성대사질환 환아들은 평생관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환아 특수식품은 치료의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한편, 1991년 자체 시범사업으로 시작한 인구보건복지협회의 선천성대사이상 검사는 정부사업으로 채택돼 1997년부터는 모든 신생아를 대상으로 사업 범위를 확대하는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속적인 환아 관리를 위해 2001년부터 PKU(페닐케톤뇨증)가족캠프를 1박 2일 동안 개최하고 있습니다.

PKU환아들은 단백질 분해효소가 없어 단백질을 섭취하면 안 되는 희귀병이기에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여행지에서 매끼 식사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소아청소년과 교수, 영양사 등 선천성대사질환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캠프를 진행할 수 있어 환아가족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주최하는 페닐케톤뇨증(PKU) 환아 지원을 위한 'PKU가족캠프'의 지난해 행사 모습. 사진=인구보건복지협회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주최하는 페닐케톤뇨증(PKU) 환아 지원을 위한 'PKU가족캠프'의 지난해 행사 모습. 사진=인구보건복지협회

또한 PKU가족캠프는 페닐케톤뇨증 질환 치료 및 식이요법 관련 최신정보를 공유하고, 환아와 가족간 소통의 장 역할을 해 해마다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캠프 참여가족들은 “PKU가족캠프로 저희 가족에게 좋은 경험이 되었고,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어 매우 만족스럽다”, “아이가 조금 크다 보니 치료법이 무뎌지는 감도 있지만, 캠프를 통해 더 자극이 되고 공부도 돼 큰 도움을 받는다”며 긍정적 평가를 해 주고 있습니다.

올해에도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오는 7월 19~20일 충남 태안 안면도 리솜오션캐슬에서 PKU가족캠프를 열고, 페닐케톤뇨증 환아 및 가족 140명 정도가 참여할 예정입니다.

저출산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생명에 대한 국가의 관심과 투자는 확대돼야 하며, 선천성대사이상 검사는 소중한 내 아이를 위한 필수검사이기에 무엇보다 국가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