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철칼럼] AI시대 교육교부금 개편, ‘기본교육 패러다임’이 출발점
[김희철칼럼] AI시대 교육교부금 개편, ‘기본교육 패러다임’이 출발점
  • 김희철 전문기자
  • 승인 2026.07.3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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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희철 베이비타임즈 전문기자
김희철 베이비타임즈 전문기자
김희철 베이비타임즈 전문기자

필자는 7월 15일 게재 칼럼에서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산업이 만들어낼 초과이윤과 초과 세수는 기업 내부의 사적 축적이나 단기적 이익 배분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재투자로 쓰여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AI 시대의 새로운 부는 국민 기본교육과 평생교육, 직업전환 교육, 미래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시 국민에게 투자되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AI와 반도체가 창출하는 부의 토대에는 국민의 세금, 공교육이 길러낸 인재, 국가 인프라, 노동자의 희생과 숙련, 국민 전체가 만들어낸 데이터가 함께 놓여 있기 때문이다. (베이비타임즈 2026년 7월 15일자 <[김희철칼럼] AI 초과이윤, 국민기본교육·미래경쟁력에 재투자해야> 참조)

이 칼럼이 제기한 이 문제의식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하 교육교부금) 개편 논의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AI와 반도체 산업이 국가의 미래 먹거리가 되는 지금, 그 성과를 누구에게 어떻게 환원할 것인가는 단순한 산업정책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교육, 노동, 복지, 지역균형, 민주주의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최근 제기되고 있는 교육교부금 개편 논란을 단순히 “학생 수가 줄었으니 교육예산도 줄여야 한다”는 방식으로 바라보는 것은 매우 제한적인 접근이다.

학생 수 감소는 분명 교육재정 구조를 점검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교육재정의 적정 규모를 판단할 수는 없다. 지금 우리가 물어야 할 질문은 “학생 수가 얼마나 줄었는가”가 아니라 “AI 시대에 국가가 모든 학생에게 어떤 수준의 교육을 보장해야 하는가”이다.

최근 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회장 정근식 서울시교육감)가 주최한 지방교육재정 관련 토론회에서도 이러한 문제의식은 여러 방식으로 확인되었다.

토론회에서는 지방교육재정 축소에 대한 우려, 학교 현장의 어려움, 소규모 학교 운영비, 노후 시설 개선, 안전관리, 교원 배치 문제 등이 제기되었다. 학생 수가 줄어든다고 해서 학교 운영에 필요한 비용이 비례적으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강조되었다. 농어촌 학교, 특수교육, 다문화 학생 지원, 디지털 교육환경 구축 등 현장의 구체적 사례 역시 이어졌다.

물론 이러한 논의는 매우 중요하다. 교육재정이 축소될 경우 학교 현장이 어떤 어려움을 겪게 되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러나 지금의 논쟁을 단순히 “교부금을 줄이면 안 된다”는 방어적 논리에만 머물게 해서는 부족하다.

교육재정 논의는 이제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AI 시대라는 문명 전환기 속에서 공교육이 무엇을 준비해야 하며, 국가는 이를 위해 어떤 재정적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 논의로 확장되어야 한다.

우리는 지금 AI 시대라는 거대한 문명의 전환기에 서 있다. 산업계는 AI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하게 움직이고 있다. 정부 역시 국가 전략산업 육성, 인재 양성, 디지털 전환을 주요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국민 또한 새로운 기술 변화가 일자리와 삶의 방식, 사회 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해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렇다면 이 전환의 시기에 공교육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그 답은 ‘기본교육’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찾아야 한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최근 AI 시대에 맞는 기본교육의 필요성을 제시한 바 있다. 과거의 기본교육은 주로 읽기, 쓰기, 셈하기로 이해되었다. 산업화 시대에는 일정 수준의 문자 해독력과 계산 능력, 규칙을 따르는 태도만으로도 사회생활과 직업 생활에 진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AI 시대의 기본교육은 더이상 전통적 기초학력에 머물 수 없다.

오늘날 학생들에게 필요한 기본역량은 기초학력은 물론 디지털 문해력, AI 활용 능력, 비판적 사고력, 협업 능력, 윤리적 판단력, 민주시민성까지 포함한다. 단순히 지식을 많이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인공지능이 제시하는 정보를 이해하고, 그 결과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며, 인간다운 판단을 내리고, 공동체 속에서 책임 있게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AI 시대의 기본교육은 교과 지식 전달에 그치는 교육이 아니다. 학생이 AI를 도구로 활용하되 AI에 종속되지 않도록 하는 교육이다. 기술을 능숙하게 다루면서도 그 기술이 인간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성찰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이다. 이것이 바로 기본교육 패러다임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교육교부금 문제는 전혀 다르게 보인다. 학생 수가 줄었으니 예산을 줄이자는 논리는 과거의 교육 패러다임에 머물러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몇 명을 가르칠 것인가”가 아니라 “한 명 한 명에게 어떤 수준의 기본교육을 보장할 것인가”이다.

농어촌의 작은 학교를 생각해보자. 학생 수가 적다고 해서 학교 운영비가 비례해서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교실은 유지되어야 하고, 급식은 제공되어야 하며, 통학과 안전관리는 계속 필요하다. 시설 유지, 교사 배치, 돌봄, 상담, 행정 지원 역시 학생 수와 정확히 비례해 줄어들지 않는다. 학교는 단순한 수업 공간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핵심 인프라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AI 시대의 기본교육을 보장하려면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안정적인 인터넷망, 디지털 기기, AI 기반 학습 플랫폼, 교사 연수, 원격 공동교육과정, 데이터 보호 체계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 작은 학교일수록 이러한 투자는 더욱 중요하다. 지역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학생들이 AI 교육, 디지털 교육, 진로 탐색, 심화 학습의 기회에서 배제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기본교육 패러다임은 ‘최소한의 교육’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어느 지역에 살든, 어떤 가정환경에 있든, 모든 학생이 미래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기본역량을 국가가 책임지고 보장한다는 의미다. 기본교육은 낮은 수준의 보편교육이 아니라, 미래사회를 살아가기 위한 공통의 출발선을 보장하는 교육이다.

특수교육과 다문화 교육에서도 마찬가지다. AI 디지털 교과서와 디지털 학습 도구는 장애 학생에게 음성 지원, 자막, 수준별 자료, 반복학습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다문화 학생에게는 번역, 발음 지원, 언어 수준별 학습 자료를 제공할 수 있다. 제대로 활용된다면 기술은 교육격차를 줄이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기술이 곧바로 교육격차 해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기기를 보급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교사가 이를 수업 속에서 적절히 활용할 수 있어야 하고, 학생의 학습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호할 시스템도 필요하다. 학생의 상황을 이해하고 맞춤형 지원을 제공할 전문 인력과 행정적 기반도 갖춰져야 한다. 따라서 AI 시대의 기본교육은 더 많은 전문성, 더 정교한 지원, 더 안정적인 재정을 요구한다.

교육재정을 줄이는 것은 단순한 예산 절감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학생 개개인에게 보장해야 할 기본교육의 수준을 낮추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지역, 계층, 장애, 언어, 가정환경에 따른 교육격차가 확대될 위험이 크다. AI 시대의 교육재정은 과거보다 덜 필요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전략적으로, 더 안정적으로 투자되어야 한다.

이번 교육감협의회의 지방교육재정 관련 토론은 중요한 출발점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한계도 분명했다. 학교 현장의 어려움과 재정 축소의 부작용을 제시하는 데서 더 나아가, 교육재정 논의를 미래교육 체제 전환의 문제로 확장해야 한다. AI 시대에는 학교의 역할, 교사의 역할, 학생에게 필요한 역량, 교육격차의 양상이 모두 달라진다. 그 변화에 맞춰 교육재정의 철학과 구조도 새롭게 설계되어야 한다.

지금의 논쟁은 예산을 줄일 것인가, 유지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다. 핵심은 AI 시대에 국가가 어떤 교육국가를 지향할 것인가이다. 모든 학생에게 미래사회를 살아갈 기본역량을 보장할 것인가, 아니면 학생 수 감소라는 산술적 기준만으로 교육의 공적 책임을 축소할 것인가의 문제다.

이재명 정부는 국민의 삶의 기반을 보장하는 기본소득의 문제의식과 함께, 국민의 미래역량을 보장하는 기본교육의 패러다임을 제시해야 한다. 기본소득이 최소한의 삶의 안전망을 논의하는 것이라면, 기본교육은 미래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역량의 안전망을 구축하는 일이다. AI 시대의 불평등을 줄이고 모든 국민이 새로운 문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국가의 핵심 책임이다.

AI 시대의 새로운 부가 국민 전체의 기여 위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면, 그 부는 다시 국민의 기본교육과 평생교육, 직업전환 교육, 미래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쓰여야 한다. 이것이 공정한 환원이며, 지속 가능한 성장의 조건이다. 지금 교육재정 논의가 다시 출발해야 할 지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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