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철칼럼] 국민 합의 없는 교육교부금 개편 ‘졸속’ 우려
[김희철칼럼] 국민 합의 없는 교육교부금 개편 ‘졸속’ 우려
  • 김희철 전문기자
  • 승인 2026.09.17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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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희철 베이비타임즈 전문기자
김희철 베이비타임즈 전문기자
김희철 베이비타임즈 전문기자

아이들의 미래와 교육자치 기반 ‘교육재정’ 근간 흔들면 위험

국회 교육위원회 공청회에서 논의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하 교육교부금) 개편안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개편안을 놓고 파열음이 굉장한 걸 보니 핵심 쟁점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여당, 야당, 시·도교육청, 학부모와 시민사회단체의 입장이 서로 다르고, 주요 쟁점을 놓고는 입법을 앞둔 시점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교육교부금 개편과 관련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교육재정처럼 아이들의 삶과 학교 현장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안을 이렇게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이번 교육교부금 개편안 논의는 단순히 교육예산을 얼마 늘리고 줄이는가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 공교육의 기반을 지킬 것인가, 아니면 중앙의 재정 논리 아래 교육자치를 후퇴시킬 것인가를 가르는 중대한 문제다.

정부는 학령인구 감소와 재정 효율성, 고등교육 재정 확충 등을 이유로 교육교부금 개편 필요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교육청과 교육 현장은 전혀 다른 현실을 말하고 있다. 인건비 상승, 인공지능(AI)·디지털 교육 전환, 늘봄학교 확대, 노후 학교시설 개보수, 학생 정서·행동 위기 지원, 기초학력 보장 등 필수 교육 수요는 오히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생 수가 줄어든다는 이유만으로 교육재정을 줄이거나 통제하려는 접근은 현장의 실제 수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수도 있다.

여당과 야당의 입장 또한 하나로 정리되어 있지 않은 듯하다. 여당은 정부의 재정운용 기조와 고등교육 재원 확보 필요성을 강조하는 반면, 야당은 유·초·중등 공교육 재정의 안정성과 교육자치 훼손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정치권 내부에서도 충분히 합의되지 않은 사안을 교육 현장과 학부모에게 감당하라고 하는 것은 무책임이 아닐 수 없다. 정부가 재정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교육의 재원을 흔들 경우, 그 피해는 결국 학생과 학부모, 학교 현장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

시민단체와 학부모들이 우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교육교부금은 남는 돈이 아니라 아이들의 안전한 학교, 질 높은 수업, 따뜻한 돌봄, 공정한 교육기회를 보장하는 최소한의 기반이기 때문이다.

정근식 서울특별시교육감이 공청회에서 지적했듯이, 교육교부금 개편은 단순한 예산 조정이 아니라 교육자치의 문제다. 교육교부금은 전국 시·도교육청이 지역의 교육 여건에 맞게 공교육을 책임지도록 하는 핵심 재정 기반이다. 이를 기획재정부 등 중앙 재정 당국의 논리만으로 재편하려 든다면 지방교육자치의 근간은 약화할 수밖에 없다.

특히 내국세 연동 비율 20.79% 체계를 흔들거나 폐지하는 방식의 개편은 시·도교육청의 재정 안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고 교육계는 판단하고 있다. 교육은 경기 상황이나 중앙정부의 판단에 따라 해마다 흔들려도 되는 영역이 아니다. 아이들의 배움, 안전, 돌봄, 성장에는 지속적이고 예측가능한 재정이 필요하다.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교육재정을 줄이거나 통제하려는 발상도 위험하다. 학생 수가 줄어든다고 해서 학교 시설 유지비, 급식 안전, 냉난방과 환기, 돌봄 운영, 상담 지원, 통학 안전 비용이 같은 비율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학령인구 감소 시대일수록 아이 한 명에게 더 세심하고 질 높은 맞춤형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이번 교육교부금 개편 논의는 내용뿐만 아니라 절차에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교육을 직접 책임지고 있는 전국 16개 시·도교육청, 교원, 학부모, 학생, 시민사회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앙 재정 당국 중심으로 개편안이 추진되고 있어서다.

교육 현장을 배제하고 교육계의 의견을 배척한 채 추진하면 독단적 행정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잇다. 정부와 정치권, 시민사회가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상황에서 합의 없는 개편을 강행하는 것은 공교육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무너뜨리는 해악을 낳을 수 있다.

고등교육 재정 확충이 필요하다는 점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 해법이 유·초·중등 공교육 재정을 흔드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고등교육 재정은 별도의 안정적 재원 마련을 통해 해결해야지, 아이들의 기본 교육권을 보장하는 교육교부금을 ‘희생양’ 삼아서는 안 된다.

정부와 국회는 교육교부금 개편 논의를 즉각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부, 여당, 야당, 시·도교육청, 학부모, 교원, 학생,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공개적이고 책임 있는 협의 절차부터 마련하는 것이 좋다.

국민적 합의 없는 교육교부금 개편은 개혁이 아니라 교육자치와 공교육의 기반을 흔드는 일방적 조정일 뿐이다.

교육은 비용이 아니라 국가의 책임이다. 지방교육재정은 남는 돈이 아니라 아이들의 미래를 지키는 최소한의 안전망이다. 교육 백년대계를 위해 충분한 협의와 사회적 합의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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