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결심’은 단순한 단절이 아니다. 헤어짐은 어느 날 갑자기 선언되는 것이 아니라, 축적된 감정과 설명되지 않은 긴장, 남겨진 사람의 혼란을 동반한다.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결심은 상대에게 납득이 아니라 상처와 의문을 남긴다.
교육정책도 다르지 않다. 정부가 기존 제도와 헤어지겠다고 결심했다면, 그 결심은 국민과 현장이 이해할 수 있는 절차와 설명을 통해 정당성을 얻어야 한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하 교육교부금) 개편 역시 마찬가지다. 기존 교부금 구조와 ‘헤어질 결심’을 했다면 그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국민과 교육 현장을 향한 ‘설득할 책임’이다.
정부가 교육교부금 개편을 추진하는 설명은 비교적 분명하다. 학령인구는 줄고 있는데 교부금은 내국세에 연동돼 자동으로 늘어나는 구조이므로, 교육재정 배분 방식을 시대 변화에 맞게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새로운 산식에 따라 전년도 교부금에 최근 3년 평균 경상성장률과 학령인구 변화율의 일부를 반영하고, 교부금 총액이 전년보다 줄어들 경우 국가가 차액을 보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이러한 문제 제기 자체를 모두 부정하기는 어렵다. 학령인구 감소, 고등교육 투자 부족, 평생교육 수요 증가, 영유아 교육·보육 재정 확대 필요성은 우리 사회가 함께 검토해야 할 과제다. 정부가 교육재정의 구조를 점검하고 미래 교육투자 방향을 모색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정책의 필요성과 추진 방식의 정당성은 별개의 문제다. 특히 교육재정은 단순한 예산 항목이 아니다. 교실의 운영, 교원의 배치, 학교시설 개선, 돌봄, 특수교육, 기초학력 지원, 지역 간 교육격차 해소와 직접 연결된다. 따라서 교육교부금 개편은 회계상의 조정이 아니라 교육 현장의 안정성과 국민의 신뢰를 다루는 문제다.
이번 논란의 핵심도 여기에 있다. 정부는 “교육투자는 줄지 않는다”고 설명하지만, 교육계는 “그렇다면 왜 충분한 협의와 공론화가 선행되지 않았느냐”고 묻고 있다. 실제로 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회장 정근식 서울시교육감)는 현행 내국세 연동률 20.79% 유지를 요구하며 교육 현장이 참여하는 공식 협의체 구성을 촉구했다. 또한 정근식 회장과 교육감들은 국회의장, 여야원내총무. 국회 예결위원장 등을 만나 국회에 우려를 전달했다. 교육·시민사회단체들도 개편안에 반대입장을 밝히며 공동행동을 예고했다.
교육계의 반발은 단순한 이해관계의 충돌로만 볼 수 없다. 학생 수가 줄어든다고 해서 교육재정 수요가 같은 비율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학교는 학생 수만으로 운영되지 않는다. 교직원 인건비, 노후 시설 개선, 학교 안전, 디지털 교육 기반, 돌봄과 방과후 지원, 지역 소규모 학교 유지 등은 일정 수준 이상의 고정비를 필요로 한다. 교육감협의회 역시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한 일방적 교부금 구조 개편은 현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문제는 정부의 ‘결심’이 아니라, 그 결심을 국민에게 설명하고 현장과 조율하는 절차에 있다. 정책은 결론만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특히 교육정책은 절차의 정당성이 매우 중요하다. 정부가 아무리 미래 교육을 말하더라도, 현장이 배제됐다고 느끼는 순간 정책은 개혁이 아니라 일방적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역대 정부의 교육정책은 이 점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박근혜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얻지 못한 채 추진되면서 큰 갈등을 불러왔고, 이후 교육부 진상조사에서도 추진 과정의 위법·부당 행위가 지적됐다.
누리과정 예산 갈등도 대표적인 사례다. 만 3~5세 무상보육 재원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를 두고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이 수년간 충돌했고, 그 과정에서 학부모와 현장은 ‘보육 대란’ 우려를 반복해서 겪었다. 결국 중앙정부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국고에서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리되기까지 상당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했다.
자사고·외고·국제고 정책 역시 정권에 따라 방향이 크게 흔들렸다.
이명박 정부 시절 일제고사 논란도 있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전수조사 방식으로 확대하고 성적을 공개하면서 학교 서열화와 교육과정 왜곡 우려가 커졌다. 당시 전수조사와 성적 공개가 학교와 학생의 서열화를 불러왔고, 성적 조작 논란까지 이어졌다는 비판이 거셌다.
이런 사례들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교육정책은 방향이 옳다고 해서 자동으로 성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충분한 설명, 현장과 협의, 국민적 공감, 제도 시행에 따른 부작용 검토가 함께 있어야 한다. 절차가 부실하면 정책은 쉽게 정치적 갈등으로 변하고, 그 피해는 결국 학생과 학부모, 학교 현장으로 돌아간다.
교육교부금 개편 역시 예외가 아니다. 정부가 교육 재정을 보다 효율적으로 쓰고자 한다면 먼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초·중등 교육재정이 실제로 어떻게 유지되는지, 영유아·고등·평생교육 확대 재원은 어떤 기준으로 배분되는지, 지역별 교육격차와 소규모 학교 문제는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는 교육재정 개편을 재정 효율화의 언어로만 설명해서는 안 된다. 교육재정은 비용이 아니라 미래 세대에 대한 사회적 투자다. 학생 수 감소라는 숫자만으로 교부금 구조를 판단하면, 교육의 질과 지역 교육의 지속 가능성이라는 더 중요한 문제를 놓칠 수 있다.
정부가 기존 제도와 ‘헤어질 결심’을 했다면 그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국민과 ‘소통할 결심’이다. 교육청과 협의하고, 학교 현장의 우려를 검토하며, 학부모와 국민에게 구체적인 영향을 설명해야 한다. 정책은 밀어붙일 때 빠르게 보일 수 있지만, 설득 없이 추진된 교육정책은 오래가지 못했다.
교육교부금 개편은 필요하다면 논의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논의는 정부의 일방적 결심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개편이라면, 오늘의 교실이 불안해지지 않도록 하는 장치가 먼저 마련돼야 한다.
교육정책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변화가 아니다. 설명 없는 변화, 합의 없는 변화, 현장을 건너뛴 변화다. 정부가 진정 미래 교육을 말하고자 한다면 교육교부금과 헤어질 결심보다 국민을 설득할 책임을 먼저 보여줘야 한다.
지금은 혼란을 수습할 정부. 전국 교육감, 교육계 단체, 여야가 만나서 작전타임을 가져야 할 가장 절실한 시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