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비이재명계 죽이기’ 프로젝트 가동했나?
더불어민주당 ‘비이재명계 죽이기’ 프로젝트 가동했나?
  • 김복만 기자
  • 승인 2024.03.15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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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을 정봉주 전 의원 공천 취소…차점자 박용진은 “안돼”
정봉주 경선 여론조사 사전기획 의혹에 서울시 선관위 조사착수
김성환 “하위 20% 비명계 많은 것은 이재명체포안 찬성표 때문”
비명계 ‘하위20%’ 전멸…‘대장동 변호사’ 등 친이재명 대거 공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정봉주 전 의원. 민주당은 14일 ‘목발 경품’ 발언, ‘거짓 사과’ 의혹을 받는 ‘친명’ 정봉주 전 의원의 서울 강북을 후보 공천을 취소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정봉주 전 의원. 민주당은 14일 ‘목발 경품’ 발언, ‘거짓 사과’ 의혹을 받는 ‘친명’ 정봉주 전 의원의 서울 강북을 후보 공천을 취소했다.

[베이비타임즈=김복만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4·10 총선 공천이 사실상 마무리된 가운데 경선을 치른 비이재명(비명)계 현역 국회의원들이 대거 탈락하면서 ‘비명횡사’라는 말이 현실화됐다.

특히 민주당이 ‘목발 경품’ 발언, ‘거짓 사과’ 의혹을 받는 ‘친명’ 정봉주 전 의원의 서울 강북을 후보 공천을 취소하고서도 정 전 의원과 후보 경선을 벌인 차점자 ‘비명’ 박용진 의원은 재공천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해 계획된 ‘비명계 죽이기’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다.

박 의원은 대표적인 ‘비이재명계’로, 당 현역의원 평가에서 하위 10%에 포함돼 경선 득표의 30%를 감산당함으로써 강북을에 연고가 없는 ‘친이재명계’ 정 전 의원과 경선에서 패배했다.

박 의원은 2020년 총선 때 서울에서 당선된 민주당 의원 가운데 최다 득표율(64.5%)을 기록하는 등 탄탄한 지역구 기반을 뒀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수박(비이재명계의 멸칭) 척결’을 내세운 강북을 무연고 정 전 의원에게 경선에서 졌다.

민주당은 경선 자체에 문제가 있던 것이 아니라 1위 정봉주 후보에게 문제가 생겨 ‘사고 지역구’가 되었으니 박용진 의원은 해당이 안 되며, 당헌·당규에 따라 재추천, 즉 전략공천을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박용진 의원은 15일 입장문을 내고 “현재 재심을 신청했고 재심위는 오늘 밤 9시에 열릴 예정으로 알고 있다. 재심 절차도 경선 절차의 일부”라며 “강북을 경선 절차는 끝나지 않았다”면서 강북을에 제3의 인물을 전략공천하는 당 지도부의 방안에 강력하게 반발했다.

박 의원은 “재심조차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당헌·당규 및 당이 과거 유사 사례에서 판단해왔던 선례에 따라 합리와 상식에 근거하여 이번 일이 공정하게 결정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과 같이 민주당의 대다수 ‘비명계’ 현역의원들이 평가 ‘하위 10%’나 ‘하위 20%’ 감점 페널티를 받아 경선에서 낙천하거나, 탈당한 설훈·홍영표 의원처럼 아예 공천배제(컷오프) 사례가 속출하면서 사전에 ‘비명계 죽이기 프로젝트’가 가동된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 의원은 모 여론조사업체에서 지난달 말 실시한 여론조사가 사전에 기획된 게 아닌지 의심된다며 지난 13일 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재심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다.

박 의원 측은 정 전 의원 캠프가 해당 여론조사 시작 19분 전에 유권자에게 응답 독려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사전 정보 유출이 의심되고, 여론조사 문항 등이 편파적으로 설계됐다고 주장했다.

당장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는 여론조사 과정에서 사전기획 의혹이 제기되고 여러 건의 신고가 접수된 정봉주 전 의원에 대해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광명을 양기대 의원은 광명시장을 두 번이나 하며 탄탄한 기반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아왔으나, 제한경선에서 해당 지역에 내려온 지 5일밖에 되지 않은 ‘친명’ 김남희 후보에게  패배해 공천을 받지 못했다.
경기 광명을 양기대 의원은 광명시장을 두 번이나 하며 탄탄한 기반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아왔으나, 제한경선에서 해당 지역에 내려온 지 5일밖에 되지 않은 ‘친명’ 김남희 후보에게 패배해 공천을 받지 못했다.

광명시장을 두 번이나 하며 탄탄한 기반을 확보했다고 평가받던 광명을 현역 양기대 의원이 해당 지역에 내려온 지 5일밖에 되지 않은 ‘친명’ 김남희 후보에게 속절없이 패배한 것도 ‘기획’ 의심을 받을만하다.

정치신인으로 광명시민들에게 전혀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 정치 시작 5일만에 지역 지지율에서 압도적이었던 현역 국회의원을 밀어낸 것이 순리대로 진행된 경선이었다면 과연 가능했겠느냐는 것이다.

광명을 민주당 경선 과정을 보면 시스템 공천이라고 확언하지 못할 석연치 않은 정황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광명을 경선 관련해 전략공천위원회에서 결정한 국민경선(일반시민 100%)이라는 룰은 하루 만에 한밤중 열린 비공개최고위원회가 국민참여경선(권리당원 50%, 일반시민 50%)으로 일방적으로 바꾸었다.

이어진 최고위에서는 친명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전략경선에 한해 인재영입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있게 해 권리당원들이 자연스럽게 친명 후보를 선택하게 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는 평가다.

양기대 의원은 공직선거후보자검증 단계에서 예비후보 등록을 신청했으나 검증위가 결과를 통보하지 않고 질질 끌자 당원과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문제가 있나’라는 의심이 돌기 시작했다.

공천관리위원회에서도 기존의 현역 후보의 경쟁력이 압도적으로 높으면 단수 추천을 의결하거나 경선 발표를 할 수 있음에도 이를 미루다가 막판에 전략공관위원회로 보내면서 전략경선(제한경선) 결정을 함으로써 현역 양기대 의원이 공천배제(컷오프) 됐다는 기사가 봇물처럼 쏟아졌다.

이뿐 아니라 재공모를 거쳐 최종적으로 인재영입 인사와 양기대 의원을 경선에 다시 붙이면서 양 의원의 무소속 또는 다른 당에서의 출마 길도 ‘전략적으로’ 막아버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과정에서 ‘비명계’ 양기대 의원은 자의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룰에 묶여 일방적으로 당하면서 불공정한 경선을 해야 했고, 결국 ‘양기대 죽이기’ 기획에 말려들었다는 의심도 제기된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양기대 의원님 정도 외에는 수도권에서 무소속 출마나 아니면 제3지대 출마를 강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적장인 이 대표까지 양 의원의 경쟁력을 확인해줄 정도다.

공천배제에 반발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설훈 의원(오른쪽)과 홍영표 의원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새로운미래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공천배제에 반발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설훈 의원(오른쪽)과 홍영표 의원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새로운미래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이번 공천 과정에서 양기대 의원뿐만 아니라 박광온, 박용진, 강병원, 윤영찬 의원 등 비명계 현역이 무더기 탈락한 배경에는 지난해 9월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국회 표결 때 찬성한 것으로 지목되는 비명계 국회의원들에 대한 복수설이 가장 유력하다.

당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뒤 선출직공직자평가심의 때부터 치밀한 기획을 통해 집요한 방법으로 이른바 ‘수박’과 ‘비명계’ 쳐내기를 실천해왔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특히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 방탄뿐 아니라 오는 8월 당권 재도전을 위해 강성지지층인 ‘개딸’들을 등에 없고 여론조사를 통해 선출직 평가 하위 20%~10%에 찬성파 의원들을 대거 포함시키고, 이를 시스템 공천이라고 내세우면서 체포동의안과 직간접 관련 있는 비명계 의원들을 찍어냈다는 것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런 주장은 민주당 인재위원회 간사인 김성환 의원이 지난달 23일 현역의원 평가 하위 20%에 비명계가 대거 포함된 것과 관련해 지난해 9월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결과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데 근거를 두고 있다.

김 의원은 2월 2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작년 9월 말에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우리 당에 30여 명 정도는 가결표를 던졌고 10명 정도는 기권 무효표를 던졌지 않았냐”며 “그 이후에 ‘누가 도대체 가결표를 던졌냐’ 이 논쟁이 한참 있던 시기에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다면평가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당 지역의 권리당원들도 여론조사에 응했다. 이 요소들이 당시에 공직자 평가에 반영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또 “의원 평가는 의정 활동, 당 기여도, 지역 활동 등 크게 세 덩어리가 있는데 이 세 곳에 일종의 상대평가가 들어가 있다”며 “의정 활동에는 의원들이 선수별로 하는 다면 평가가, 또 당 기여도에는 당직자들이 하는 평가가 있다”며 “지역 활동에는 권리당원과 주민들이 하는 평가가 있다. 이게 다 작년 11월, 12월에 이루어졌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표는 시스템에 의한 혁신공천이라고 강변하지만, 선출직공직자평가와 컷오프, 경선 과정에서는 결과적으로 비명계는 죽이고 친명계는 살리는 ‘비명횡사, 친명횡재’가 현실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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