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화 원장의 우울증 특강] 우울증·치매 없이 행복한 노년 보낼 비법
[김영화 원장의 우울증 특강] 우울증·치매 없이 행복한 노년 보낼 비법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3.06.20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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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화 강동소아정신과의원 원장
김영화 강동소아정신과의원 원장

하루는 70대 초반의 아들이 90대 부모를 모시고 병원을 방문했다. 부모님 두 분이 함께 사시는데 최근에 아버지가 어머니를 구타하는 행동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유는 TV에서 젊은 남자 목소리를 듣고는 젊은 남자와 자기 부인이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의심하기 시작한 것에서 비롯됐다. 이런 망상은 노인성 우울증 때문일까 아니면 노인성 치매 증상일까?

노년기는 언제부터일까. 100세 시대에는 노년의 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노년기는 65세 이상의 연령대를 말한다. 그러나 개인적 특성과 질병 유무에 따라 노년기의 시작과 끝은 사람마다 천차만별로 나타날 수 있다.

우리는 태어나서 인생의 주기에 따라 물 흐르듯 살아가다 보면 어느덧 노년기를 맞이하게 된다. 노년기는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변화를 급격하게 경험하는 시기다. 일반적으로 건강 문제, 사회적 고립과 정서적 문제, 금전적인 문제가 가장 큰 문제가 된다. 그중 가장 큰 정신건강상 문제는 노인성 치매와 노인성 우울증이다.

노인성 치매와 노인성 우울증을 감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치료방식이 완전히 다르고 병의 경과도 많은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무기력 심하면 치매, 기분의 기복 심하면 우울증 의심해야

노인성 우울증이 치매와 다른 점은 노인성 우울증은 정신과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노년기 우울증의 원인은 다양하다. 만성질환이나 통증에 시달린다면 우울해질 것이다.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지고 고립감과 소외감을 느끼는 것도 원인이 될 수 있다. 노년기에는 가족 특히 배우자의 사망으로 인한 상실감도 우울증의 주요 원인이 된다.

반면 노인성 치매 증상은 실제로는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생생한 환상이나 착각을 가지는 것, 존재하지 않는 것을 보거나 듣는 것 등이 있다. 가족이 자신의 돈을 훔쳐 갔다거나 자신의 통장을 모르는 곳에 숨겨뒀다거나 하는 금전상의 망상이 흔하다. 하지만 치매 환자들도 흥미를 잃고, 무기력하고, 피로하며, 슬픈 기분을 계속 느끼는 우울 증상도 보인다.

노인성 치매는 기억력이 점차 악화되며 이전에 일어났던 사건이나 경험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특징이지만 노인우울증은 기억력은 정상적이다.

노인성 치매 환자는 일상생활에 대한 관심을 잃고 무기력하며, 사람들과의 소통이 어렵지만 노인우울증 환자는 일상생활에 대한 관심은 보이지 않아도 소통이 가능하다.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노인성 치매는 지속적으로 우울하지만 우울증의 경우엔 기분이 좋았다가 나빴다 하는 기복을 보인다.

노인우울증 환자는 자신의 우울 증상을 인식하고, 자신의 감정에 대해 표현한다. 치매 환자는 자신의 기분을 인식하지도 표현하지도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는 점도 차이점이다.

 

노인성 우울증을 방치하면 노인성 치매가 된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 중 치매 유병률은 약 10.9%로 나타났다. 이는 대한민국에서 65세 이상 10명 중 약 1명은 치매로 고통받고 있다는 뜻이다. 65세 이상 인구 중 우울증 유병률은 약 17.9%로 65세 이상의 6명 중 약 1명이 우울증에 유병 되어 있다는 뜻이다.

단순 비교로는 우울증 환자가 치매환자보다 더 흔하지만, 문제는 노인성 우울증을 방치하면 치매 유병률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노인성 우울증과 노인성 치매 모두 나이가 들어 뇌 구조와 기능의 변화로 발생한다. 사회적인 고립감과 가족의 상실과 같은 스트레스는 뇌 신경세포의 손상을 초래하고 스트레스는 뇌에서 염증 반응을 촉진한다. 염증 반응이 증가하면 뇌에 노후성 손상이 발생하고, 이는 치매 발생원인이고 우울증이 치매로 진행되는 메커니즘이다.

 

우울증과 치매 없는 건강한 노년기 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자신의 건강상태를 잘 알기

몸과 마음은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 특히 노년기의 신체적인 질병이나 손상은 큰 낙담으로 이어져 우울해지기 쉽다. 노년기에는 신체 건강이 자연스럽게 유지되지 않기 때문에, 신체 건강을 유지하는 노력이 이전 시기에 비해 더 필요하다. 그러려면 병원을 더 자주 찾고 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과 같은 신체 건강 이상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고 질병의 예방과 조기진단을 위해 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건강한 식단 유지

‘먹는 것이 곧 나 자신이다’라는 말이 있다. 한 끼의 해로운 식사(햄버거, 튀긴 음식, 청량음료 등 가공식품)가 바로 동맥에 손상을 끼치고 몸에 이로운 한 끼 식사(샐러드, 녹차, 연어)로 신체는 이 손상을 복구한다.

일본의 오키나와, 이탈리아의 사르데냐는 100세 이상인 사람이 많은 장수마을이다. 이들은 육류와 설탕을 적게 먹고 채소와 콩, 통곡물 등 신선식품을 더 많이 먹는 ‘장수식단’으로 식사를 한다.

장수연구에서는 되도록 적게 먹는 ‘영양실조 없는 열량제한’이 장수로 이어진다고 하니 일주일에 2일은 열량을 평소보다 75%로 줄인 식사를 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운동으로 땀 흘리기

65세 이상 노인 중 10%만 운동을 한다는 통계가 있다. 운동은 우리 몸에서 에너지 생산량과 근력을 늘리고 심장과 폐, 혈관을 더 건강하게 하고 몸을 튼튼하게 한다. 하루에 15분 정도 뛰기만 해도 심장병 같은 질병으로 인한 사망이 45% 줄어든다.

건강을 유지하는 운동으로는 인터벌 트레이닝(숨이 헐떡거릴 정도의 강한 운동과 가벼운 운동을 섞어서 반복하는 것)이 권장된다. 지금 당장 자리에서 일어나서 뛰어보자. 달리기나 뜀뛰기를 한 다음 숨 고르기를 한다면 건강한 수명이 몇 년 더 늘어날 것이다. 가능하다면 유산소운동, 근력운동, 스트레칭을 함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회 활동을 적극적으로 유지하기

가족과 친구, 이웃과의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고 관심사를 공유하며 사회적 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노년기의 인지 기능과 정신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새로운 취미나 관심사를 개발해 정신적으로 자극적인 활동을 지속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악기 배우기, 노래 배우기, 정원 가꾸기, 글쓰기 등 여러 분야에서 자신에게 맞는 활동을 찾아 배우고 취미생활을 한다면 우울증과 치매 발생 가능성은 줄어들 것이다.

공자는 ‘논어’에서 노년기는 성숙한 시기로 어린 시절에 비해 더욱 현명해지기 때문에 더 진취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오래 살아도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다”며 끊임없이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트레스 관리하고 정신 건강 유지하기

스트레스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일(직장이나 인간관계의 문제)가 생겼을 때 느끼는 갈등상황이다. 사실 우리 인생은 스트레스로 가득하다. 가장 좋은 일도 때론 스트레스가 된다. 세상에 공짜는 없기 때문이다.

만성 스트레스는 면역기능을 떨어뜨리고 소화장애 뿐 아니라 당뇨병, 심장병, 암에 악영향을 끼친다. 또한 분노, 우울, 불면 등 정신장애를 일으키고 노화를 가속해 치매 발생률도 높인다.

잘 될 것이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하면 실제로 이뤄진다. 낙관적이고 태평하고 만족하는 사람들이 더 건강하고 오래 산다고 한다. 매일 살아가는 삶의 태도가 긍정적이라면 가장 훌륭한 스트레스 해소법이 된다.

매일 감사의 일기를 쓰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서 더 긍정적이며, 목표로 정한 일을 더 잘 해내고, 자신의 인생에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가 지나면 잠자리에 누워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감사하는 마음이 드는 일을 찾아보자.

지난 수천년 간 여러 종교에서 권한 명상도 훌륭한 스트레스 해소법이다. 2만 6000년 역사의 인도 요가, 중국의 태극권, 우리나라의 단전호흡 등 신체 운동과 결합된 명상법도 훌륭한 스트레스 해소법이다.

 

<김영화 원장 프로필>
- 現 강동소아정신과의원 원장
- 現 서울시 강동구 의사회 부회장
- 現 대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회 부회장
- 現 강동구 자살예방협의회 부회장
- 現 서울시교육청 위센터 자문의
- 現 국가인권위원회 아동인권 자문위원
- 前 여성가족부 정책자문위원 
- 前 한국 양성평등교육진흥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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