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화 원장의 우울증 특강] 조용히 찾아오는 중년기 우울증
[김영화 원장의 우울증 특강] 조용히 찾아오는 중년기 우울증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3.05.12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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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화 강동소아정신과의원 원장
김영화 강동소아정신과의원 원장

중년기(Middle aged)란 청년과 노년의 중간이 되는 나이에 있는 사람들을 이른다. 나이로는 약 40~60세 사이에 있는 사람들이다. UN에서 발간한 보고서에는 45세에서 65세까지를 중년으로 분류한다. 공자는 40세부터 50세까지가 중년이라고 했다.

중년기를 제2의 사춘기라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인생에서 가장 많은 도전을 받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사춘기를 등산에 비유해보면 가파른 산길을 오르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인생에서 급격한 성장과 질풍노도와 같은 변화가 많이 일어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중년기도 등산에 비유하자면 아마도 중산간 구간을 오르고 있는 상황에 비유할 수 있다. 중산간 구간은 날씨에 따라 변화가 심하고 평탄한 것 같으면서도 갑자기 가파른 경사나 울퉁불퉁한 지형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사춘기와 마찬가지로 중년기를 오르는 산길은 어려움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지만 이를 이겨내면 더욱 강해진 자신과 만나고 다양한 가능성에 도전하는 힘을 기를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한다.

 

중년기의 도전은?

중년기에 부딪히는 가장 큰 도전은 건강문제이다. 신체적으로 노화가 시작되고 성인병인 고혈압과 당뇨도 중년기에 시작된다. 질병으로 인한 사망사유 1위인 대장암, 유방암, 전립선암 등도 중년기에 발생한다. 이러한 질병 발생이나 건강문제로 인해 생기는 마음의 위기로 우울증이 발생할 수 있다.

두 번째 도전은 가족 문제이다. 중년기에는 자녀가 성장하여 독립적인 삶을 살기 시작하며 소위 빈둥지 증후군(nest empty syndrome)이 생기기도 한다. 빈둥지 증후군이란 아이들이 자라서 독립하면 갑자기 집안이 조용해지면서 자녀가 떠난 빈집에서 혼자 사는 것처럼 느끼는 불안감, 우울감을 말한다.

또 다른 가족 문제로 배우자의 외도를 들 수 있다. 중년기에 왜 외도를 하게 될까? 중년기는 부부관계 만족도가 가장 낮은 시기이다. 한편 이혼율이 가장 높은 시기이기도 하다.

중년기에 어느 정도 생활이 안정되면 자신의 에너지를 쏟을 방향을 상실했다고 느끼고 공허해지기도 한다. 중년 남성의 경우 남성적 매력이 상실되어가는 듯 느껴지며 자신의 매력을 확인하고자 하는 마음과 여성들의 관심을 받기 위해 중년기 홍역인 외도를 시도하기도 한다.

부부간 의사소통이 안 된다고 느끼거나 배우자에 대한 세심한 배려를 받지 못한다고 느낄수록 외도를 통해 일시적인 해소를 찾으려 한다. 또는 자신의 마음을 누군가와 공유하고 자신을 인정해주는 상대와 외도를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런 시도는 가정이 파괴될 수도 있고 배우자에게 배신감과 좌절을 주고 씻지 못할 마음의 상처를 남기게 된다. 부부간 만족도 검사에서 50대가 가장 낮게 나타나는 것도 황혼이혼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또 다른 중년기 도전은 직장 문제이다. 중년기에는 일과 직업에 대한 변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직장에서 성과를 내기 어려워지거나 조직에서 제외되거나 동료들에 비해 진급이 늦어지거나 하면 상당한 스트레스와 불안을 느끼게 된다. 이외 직장 내 동료 간 또는 상사와의 갈등으로 인한 직장 내 스트레스로도 마음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전업주부인 경우 그동안 직업에 종사해 오지 않았고 주부로서의 인생이 사실상 어떤 보상도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되며 우울해지기도 한다.

 

중년기 우울증은 가면을 쓴다

가면성 우울증(masked depression)이란 슬픔과 흥미 상실, 식욕과 수면 감퇴, 피로감 등을 호소하는 전형적인 전형적 우울증과 달리 스스로도 자기 내면의 우울감을 깨닫지 못한 채 겉으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경우이다.

찡그린 가면을 쓴 우울증 : 여기저기가 아프다고 한다. 원래 위나 장이 약하고 고혈압이나 당뇨가 있을 수도 있지만 그러한 질병보다 훨씬 많고 애매한 증상들을 경험하는 것이다. 또 증상에 대한 염려가 심하지만 계속되는 치료에도 나아지지 않는다.

화가 난 가면을 쓴 우울증 : 작은 일에도 버럭 화를 내는 경우다. 섭섭하고 억울한 마음이 자주 들며 이제껏 희생하면서 살았는데 알아주는 이나 내 편은 아무도 없는 것 같이 느껴지는 것이다. 사소한 일에도 불안하고 초조해지면서 얼굴이 붉어지고 쉽게 짜증이 난다.

두 눈을 질끈 감은 가면을 쓴 우울증 : 일상생활에서 즐거움을 얻지 못하고 억지로라도 기운을 일으키려는 듯 혹은 잠시라도 복잡한 머리를 쉬게 하고 괴로운 마음을 보지 않기 위해 술이나 도박 등 쾌락적인 활동에 몰두하려 한다. 술 중독, 약물중독, 도박 중독의 경우 이면에 우울증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년기는 인생의 가을에 해당된다. ‘반드시 ~해야 한다. 적어도 ~정도는 되어야 한다’와 같은 욕심이 생기는 시기로 인정받고 보상받고 싶은 마음이 깊어진다.

반면 자신이 우울감을 느낀다는 것은 내 삶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쉬우며 수치스러움을 일으키거나 자존심을 상하게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중년들은 자신의 어떠한 행동의 이면에 우울감이 원인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기가 힘들다.

 

중년기 우울증 극복하려면

중년기의 도전은 다양하지만, 이러한 도전들을 극복하면 삶을 더욱 풍요롭고 의미 있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공자는 중년을 ‘기상과 일어남’의 단계라 했다. 즉, 인생에서의 중년은 이전 단계에서 얻은 지혜와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전에 대해 준비하고 일어서는 시기라는 의미다. 어떤 도전이 와도 일어설 수 있는 지혜와 경험을 충분히 갖췄다고 본다.

중년은 인생의 한 단계에 불과하다. 다른 모든 인생의 단계와 마찬가지로 이 단계에서도 새로운 가능성과 성장이 가능하다. 따라서 공자는 중년을 소중하게 여기며, 중년이 지나고 나면 도전과 좌절을 이겨내고 일어나서 새로운 단계에서 더욱 깊이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믿었다.

중년기는 불안정한 변화의 시기일 수 있지만 새로운 도전을 위한 기회 또한 많이 생기는 시기이다. 새로운 취미나 관심사를 발견하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여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음의 위기인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일단 자신이 마음의 위기에 처해있음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여 상황을 해결해나가려는 의지 또한 중요하다. 건강한 식습관과 운동 등 생활 습관을 유지하고, 도전과 위기가 기회라는 생각으로 설사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자신의 강점과 능력을 찾아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이 우울증 예방에 가장 필요한 일일 것이다.

 

<김영화 원장 프로필>
- 現 강동소아정신과의원 원장
- 現 서울시 강동구 의사회 부회장
- 現 대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회 부회장
- 現 강동구 자살예방협의회 부회장
- 現 서울시교육청 위센터 자문의
- 現 국가인권위원회 아동인권 자문위원
- 前 여성가족부 정책자문위원 
- 前 한국 양성평등교육진흥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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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한 2023-05-12 16:05:22
의학이 발전하고, 인간의 수명이 길어져, 현대에는 중년의 개념이 달라진것으로 보입니다. 의학기술에 병행하여, 중년의 나이가 달라질수 있습니다. 공자님께서는 시대의 발전을 반영하여, 시속도 감안하시고, 중용의 개념도 후세에 남기셨습니다. 꼭 선사(先史)시대의 聖天子의 사례로 모든걸 규제하지는 않으셨습니다. 문자가 없던 시대 인류의 조상들의 사고방식과, 공자님시대의 사고방식은, 하느님 숭배나, 神明숭배, 조상신 숭배등은 그대로 유지되었지만, 모든걸 원시사회의 관행대로 강요하지는 않으셨습니다. 후세의 우리들이, 이런건 잘 분간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은 인간을 창조하실때, 육체만 창조하신게 아니라, 생각하는 능력도 부여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