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화 원장의 우울증 특강] 짜증내고 반항하는 사춘기 우울증
[김영화 원장의 우울증 특강] 짜증내고 반항하는 사춘기 우울증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3.03.09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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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의 8%가 심각하게 우울하다 ▲청소년의 40%가 자살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청소년의 9%가 일생의 한 번 이상의 자살을 시도한다 ▲우리나라 청소년 사망원인 1위는 자살이다. 이런 통계는 사춘기 우울증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가를 보여준다.

청소년은 누구인가?

청소년이란 누구를 말하는 것일까? 농경시대에는 모두 10대에 결혼을 했다. 댕기머리 총각 시절을 거치긴 하지만 어린이에서 성인이 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현대에는 교육 기간이 길어지면서 청소년기도 나날이 길어지고 있다.

그럼 청소년 시기는 언제까지일까? 사춘기 연령을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인 12살부터 18살까지로 생각했으나 최근에는 10살에 시작되어 25살이 되어야 비로소 완성되는 것으로 본다.

“엄마 잔소리를 듣고 있으면 미쳐버릴 것 같아요.”

“아버지 충고를 들으면 화가 나요. 아버지는 나를 늘 바보 취급해요.”

“친구들 신경 쓰면서 부모님 눈치도 봐야 하고, 공부에 집중해야 하는데 외모에도 자꾸만 신경이 쓰이니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 순간순간 갈피 잡기가 어려워요.”

사춘기가 되면 아이들은 마법에라도 걸린 것처럼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게 된다. 일반적인 사춘기에는 기분의 기복이 심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짜증을 내거나 변덕을 부리거나 잠만 자거나 친구를 만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우울증의 신호라고 봐야 한다.

다음은 사춘기 우울증을 암시하는 증상들로 어느 한 가지라도 2주간 지속되면 위험을 알리는 신호이다.

• 별다른 이유 없이 머리가 아프고 배가 아프다고 한다,

• 좋아하던 일에 갑자기 흥미를 잃어버린다.

• 수면 습관과 식습관이 변한다.

• 친구가 없고 사회적으로 위축된 모습을 보인다.

• 학교에 가지 않으려 한다.

• 여러 과목에서 성적이 떨어진다.

• 학교에서 지속적인 학습 부진을 보인다.

• 죽음에 대해 집착한다.

 

사춘기 우울증은 가면을 쓴다

청소년의 경우 우울증을 진단받고도 자신은 우울하지 않다고 말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리고 아이들은 우울감을 가족들에게 표현하는 것을 꺼린다. 대신 무단결석하거나 등교를 거부하고 담배, 술을 가까이하는 등 가출과 비행의 형태로 드러나곤 한다.

비행이나 일탈행동을 주로 일삼는 비행 청소년도 내면적으로 우울증을 앓는 경우가 흔하고 이런 경우엔 ‘우울성 품행장애’란 진단을 내리게 된다.

십대 청소년의 우울증은 성인의 우울증과 다르다. 성인의 경우는 식사량이 매우 적고 잠을 잘 안 자는 반면, 10대들은 과식하고 지나치게 잠을 많이 자는 것이 특징이다. 대다수 우울증 청소년들은 학교에 돌아와서 낮잠을 잔다. 그리고는 저녁에 일어나서 가족들에게 심술을 부리고 짜증을 내며 저녁식사도 부모와 함께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리고는 새벽까지 잠들지 못하고 다음 날 학교 가기 위해 일어나는 것을 힘들어한다.

또 다른 흔한 증상은 기분의 변덕이 심하다는 것이다. 가령, 집에서는 항상 짜증을 내지만 친구를 만나면 갑자기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하게 보이기까지 한다. 부모들은 “그렇게 짜증 내다가 어떻게 갑자기 즐거워 할 수 있을까?”하고 의아해하지만 이런 변덕이 우울증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못한다. 때문에 부모들은 사춘기 자녀가 부모에게 일부러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또 다른 우울증이 있는 십대들은 거절당하는 것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지나치게 과민해져서는 무시당한다고 느끼면 극단적으로 반응하면서 심하게 흥분하는 모습도 보인다. 친구가 약속을 어겼다고 해서 죽고 싶다고 말한다든지, 부모에게 사소한 꾸중을 들었다고 집을 나가고 싶다고 말하는 것이 그런 경우다.

 

사춘기 우울증을 예방하는 법

건강한 식사와 운동을 한다

사춘기에 좋은 경험을 하면 아이들의 뇌세포도 좋은 경험이라는 양분을 먹고 활발하게 자란다. 공부도 해야 하지만 인성과 사회성 교육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경험과 오감을 자극하는 예술 활동,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자원봉사 활동이 건강한 뇌 발달에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 경험 못지않게 영양가 있는 식사와 뇌의 혈액 순환을 돕는 적당한 운동도 필요하다.

삶에 대한 의욕과 사랑을 키운다

풍부한 감정적 경험도 필요하다. 사춘기 아이들은 문제를 감정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좋은 감정 경험은 건강한 발달에 도움을 준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자신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친구와 가족에게 사랑을 느끼는 것은 사춘기 뇌를 건강하게 자라도록 하는 필수 항목이다.

멋진 꿈을 키운다

한 사람의 인생의 궤도는 사춘기에 설정되고 만약 이 시기에 어떤 꿈을 가진다면 어른이 된 후에 꿈을 가지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적으로 꿈을 이룰 수 있다. 따라서 아이들이 자신의 정서와 미래에 대해 긍정적으로 묘사하고 미래를 위한 멋진 꿈을 가질 수 있도록 주변에서 도와줘야 한다.

 

<김영화 원장 프로필>
- 現 강동소아정신과의원 원장
- 現 서울시 강동구 의사회 부회장
- 現 대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회 부회장
- 現 강동구 자살예방협의회 부회장
- 現 서울시교육청 위센터 자문의
- 現 국가인권위원회 아동인권 자문위원
- 前 여성가족부 정책자문위원 
- 前 한국 양성평등교육진흥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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