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실종 아동의 날, 돌아오지 않는 아이들
세계 실종 아동의 날, 돌아오지 않는 아이들
  • 최인환 기자
  • 승인 2022.05.17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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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5일 ‘세계 실종 아동의 날’ 지정
집주변에서 가장 많이 발생... 주위 관심 필요해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베이비타임즈=최인환 기자] 5월에는 가정을 위한 날이 많다. 5월 5일 어린이날, 5월 8일 어버이날, 5월 11일 입양의 날, 5월 15일 스승의 날 등 주위 사람들에게 사랑과 감사를 표하는 날이 몰려 있어 ‘가정의 달’이라고 불린다.

앞서 언급한 날들에 비해 아직 인지도는 낮은 편이지만 또 하나의 중요한 기념일이 5월에 자리하고 있다. 바로 5월 25일 ‘세계 실종 아동의 날’이다.

지난 1979년 5월 25일, 미국 뉴욕에서 한 아동이 유괴되어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피해 아동의 이름은 에탄 파츠(Etan Patz, 당시 6세). 스쿨버스를 타기 위해 혼자서 약 두 블록의 거리를 걸어가던 에탄 파츠는 대낮에 실종된 이후 지금까지 그 시신을 찾지 못한 상태로 지난 2001년 부재중 사망 선고가 내려졌다. 에탄 파츠 사건은 발생 당시 언론은 물론이거니와 우유 팩에까지 실종 광고가 게재되는 등 전 미국을 발칵 뒤집을 정도로 큰 관심을 몰고 왔다. 이후 1983년에는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 대통령이 파츠가 실종된 5월 25일을 ‘실종 아동의 날’로 선포하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1998년 국제 실종 아동 센터(ICMEC, International Centre for Missing & Exploited Children)와 미국 국립 실종 아동 센터(NCMEC, US's National Center for Missing & Exploited Children)가 연합해 세계 실종 아동 네트워크(GMCN, Global Missing Children’s Network)를 설립하게 됐다. 이에 캐나다·영국·스페인·독일·이탈리아·멕시코·뉴질랜드·러시아·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전 세계에서 여러 나라가 참여하면서 실종 아동에 대한 정보와 모범적인 사례를 조사하게 된 것이다.

세계 실종 아동 네트워크에서는 매년 5월 25일이 되면 아동 유괴 문제를 조명하고 자녀 보호를 위한 조치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 날은 실종 아동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환기하고 실종 예방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실종 아동의 안전한 귀가를 바라는 희망의 상징인 ‘그린리본’ 캠페인도 함께 실시된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에서는 어린이재단에서 1986년 5월부터 어린이찾아주기종합센터를 개설하고 미아찾아주기사업을 전개해왔다. 이후 2005년 ‘실종 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실종 아동 및 장애인과 그 가족을 지원하는 실종아동전문기관을 설립했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 보건복지부의 위탁을 받아 운영하다가 2018년 1월 중앙입양원으로 업무가 이관됐다.

이듬해인 2019년 7월 ‘아동복지법’이 개정되면서 아동권리보장원이 설립되고 해당 업무가 이관된 이후에는 부설 실종아동전문센터에서 실종 아동 및 장애인 가족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지난 2006년 ‘한국 실종 아동의 날’ 제정을 위한 행사가 개최되면서 5월 25일을 기념일로 정하고, 2007년부터 기념행사를 가지고 있다. 이후 2009년부터는 세계 실종 아동 네트워크에 가입해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거리 곳곳에 차량용 블랙박스 및 CCTV 카메라가 있고 지나가는 시민의 손에 스마트폰 하나씩은 들려있는 요즘에도 실종 아동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경찰청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18세 미만 아동의 실종사건은 총 2만1379건이었다. 이 가운데 2만1257건은 해결됐으나 79건은 여전히 미발견 상태로 남아있다. 최근 5년간 실종아동 당해년도 미발견 추이를 보면 ▲2017년 100건 ▲2018년 108건 ▲2019년 99건 ▲2020년 105건 ▲2021년 79건으로 매년 적지 않은 수의 미발견 아동이 발생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실종 아동을 조기 발견하지 못하면 장기실종사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 따르면 만 18세 미만 아동을 실종 12시간 안에 찾을 확률은 42%에 달한다. 그러나 만 24시간이 지나면 32%로, 만 7일이 지나면 11%로 그 확률이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 실종자 수색의 ‘골든타임’이 실종 후 24시간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아동 실종 사건이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장소는 집 주변으로 전체 실종 사건의 약 30%가 발생했다. 이어 길거리(20%), 학교·학원 주변(18.6%) 순으로 나타났다. 평소 아이들의 생활 반경과 멀지 않은 곳에서 대다수의 실종 사건이 발생하는 만큼 아이와 부모 및 주변 사람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아프리카 속담 중에는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아이들이 온전하고 행복하게 자라나기 위해서는 아이의 가정 하나 뿐만이 아니라 마을 전체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웃을 비롯한 지역사회의 관심과 애정 위에서 비로소 아이는 온전하게 성장할 수 있다. 오는 25일 ‘실종 아동의 날’을 맞아 주변의 실종 아동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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