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 전 실종된 4살 아들...유전자 검사로 극적 상봉
37년 전 실종된 4살 아들...유전자 검사로 극적 상봉
  • 황예찬 기자
  • 승인 2022.03.11 11:2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살에 부모님과 떨어졌던 A씨와 아이를 잃은 죄책감으로 살아온 B씨. (사진=아동권리보장원 제공)
4살에 부모님과 떨어졌던 A(사진 오른쪽)씨와 아이를 잃은 죄책감으로 살아온 B씨. (사진=아동권리보장원 제공)

[베이비타임즈=황예찬 기자] 잃어버린 아이를 37년 만에 만난다면 어떨까. 그 기분이 어떨지 짐작조차 안 가는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아동권리보장원(원장 윤혜미)은 지난 10일, 4살에 실종됐던 A씨(남, 김○○)가 유전자 검사를 통해 37년 만에 가족과 상봉했다고 밝혔다.

A씨는 1985년 4월경 부모로부터 이탈된 뒤 서울 소재 아동보호시설에서 생활했다. 2001년 퇴소 후 현재는 만화를 그리는 일과 지하철 택배 배달원 일을 병행하고 있다. A씨는 가족을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평생을 살았지만 어린 나이에 잃어버린 부모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A씨는 부모님을 언젠가 만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지난 2004년부터 방송출연을 비롯해 경찰서에서 실종아동 유전자 검사를 진행하는 등 부모를 찾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이어왔다.

한편 A씨의 어머니 B씨도 잃어버린 아들의 행적을 찾아 전국을 수소문했으나 생사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마지막 희망으로 지난 1월 3일 경찰서를 방문해 A씨를 실종신고 한 후 유전자 검사를 진행한 것이 기적의 시작이었다.

이후 아동권리보장원은 ‘실종아동업무시스템’에 등록된 아동 신상정보를 기반으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유전자 검사를 의뢰했고 그 결과 A씨와 B씨의 친자 관계가 확인됐다.

아동권리보장원은 서울성동경찰서와 협력해 두 모자를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두 사람은 지난 10일 서울성동경찰서 강당에서 37년만의 감격스러운 상봉을 이뤘다.

(사진=아동권리보장원 제공)
(사진=아동권리보장원 제공)

어머니 B씨가 “너를 버린 게 아니란다” 라고 말하자 가족들은 서로 얼싸안고 울음을 터트렸다.

A씨는 “힘들 때 얼굴도 모르는 어머니 생각을 자주 했다. 언젠가 어머니와 만나 즐겁게 대화 나누는 것을 상상했는데 실제로 이루어졌다”며 “가족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관계자분들에게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B씨는 “소원이 있다면 죽기 전 잃어버린 아들을 찾는 것이었다. 아들을 잃어버려 죄책감과 한으로 평생을 살아왔는데 이제 그 짐을 내려놓고 남은 기간 아들과 행복하게 살고 싶다”며 “이 소식이 다른 장기실종아동의 가족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상봉은 아동권리보장원이 ‘실종아동업무시스템’을 통해 지난 2004년부터 축적한 실종아동 등의 신상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한 성과다.

현재 아동권리보장원의 실종아동업무시스템 데이터베이스에는 실종아동 등의 유전정보 3만8216건과 실종아동을 찾는 보호자의 유전정보 3980건이 등록된 것으로 알려졌다(2022년 2월 28일 기준).

실종아동 등 유전자 검사는 경찰서 여성청소년과나 형사과에 방문해 실종신고를 진행하고 유전자 검체를 채취하면 된다.

아동권리보장원 윤혜미 원장은 “이번 상봉은 실종아동과 가족이 서로 유전자 등록을 하면서 이뤄낸 성과”라고 말하며 “이처럼 장기실종아동 찾기에 유전자 검사가 중요한 만큼, 장기실종아동의 발견을 위해 실종아동과 가족의 조속한 유전자 등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