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법률] 사기결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사람과 법률] 사기결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2.04.3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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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재 법무법인 사람 변호사
배성재 법무법인 사람 변호사

A(여성, 31세)는 B(남성, 35세)와 2020년 9월 교제를 시작했다. B는 자신이 해외의 유명 대학을 나왔고, 이제는 한국에 정착해 애견사업을 할 예정이라고 했다. A는 2021년 7월 B와 결혼하기로 하고 신혼부부로 아파트 분양을 받기 위해 결혼식 전에 혼인신고를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B는 2015년경부터 C(여성, 32세)와 사실혼 관계였으며 B와 C 사이에는 자녀도 한 명 있었다. 또한 B는 해외의 유명 대학을 나오지도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사정을 안 A가 B와 헤어지고 혼인신고의 효력도 없애고자 하는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혼인무효(민법 제815조)는 ① 당사자 간 혼인의 합의가 없는 경우, ② 혼인 당사자 간 8촌 이내 혈족 등 근친인 경우이다. 혼인이 무효로 되는 경우 처음부터 혼인 관계가 성립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기 때문에 양 당사자 간 출생자는 혼외자가 되고, 가족관계등록부 정정신청을 통해 기존의 혼인신고가 무효임을 기재할 수 있다.

나아가 가족관계등록부상 무효가 된 혼인신고 기재 자체를 없애려면 가족관계등록부 자체를 재작성해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가족관계등록부 재작성을 위해서는 혼인무효판결·확정증명 및 ‘그 혼인무효사유가 한쪽 당사자나 제3자의 범죄행위로 인한 것임을 소명하는 서면(형사판결문 또는 검사의 기소유예처분 결정문 등)’을 첨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헌법재판소 2016.9.13.선고 2016헌마708결정).

이러한 헌재 결정에 따르면 혼인 당사자 중 일방이 혼인신고서 위조로 인해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죄로 처벌받는 등의 범죄행위가 있어야 가족관계등록부를 재작성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혼인취소(민법 제816조)는 ① 혼인 적령인 만 18세 미만 당사자 간 혼인, ② 만 18세 이상이지만 부모 등의 동의를 받지 않은 미성년자의 혼인, ③ 8촌 이내 혈족 이외의 친족 간 근친혼 ④ 중혼 ⑤ 혼인 당시 당사자 일방에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 기타 중요한 사유가 있음을 알지 못한 경우 ⑥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하여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경우이다.

혼인이 취소되는 경우 취소 시까지 유효하던 혼인은 장래를 향하여 해소되므로 소급효가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혼인이 취소되는 경우 혼인 관계 중 출생한 자는 혼인 중의 출생자로 보며, 혼인관계증명서 등 서류상 혼인이 취소되었다는 기재가 남게 된다.

또한 혼인취소 청구를 할 수 있는 기간은 제한이 있다. 주로 문제가 되는 ‘혼인 당시 당사자 일방에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 기타 중요한 사유가 있음을 알지 못한 경우’에는 상대방이 악질 기타 중요한 사유를 안 날로부터 6개월,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하여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경우’에는 상대방이 사기를 안 날 또는 강박을 면한 날로부터 3개월 내에 취소청구를 해야 한다.

위의 가상 사례에서 혼인신고를 할 당시에는 A와 B 사이에 결혼하려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고 A와 B가 8촌 이내의 혈족 관계도 아니므로 A는 혼인무효를 주장할 수는 없다. 따라서 A는 B에 대하여 혼인취소 청구를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면 B가 C와 사실혼 관계이며 둘 사이에 자녀가 있다는 사실을 숨긴 점과 해외 유명 대학을 나왔다고 거짓말한 점을 이유로 혼인취소 청구를 할 경우 법원의 판단은 어떻게 될까?

위의 두 가지 이유는 혼인취소의 요건 중 ⑥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한 혼인에 해당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B가 C와 사실혼 관계이며 둘 사이에 자녀가 있다는 사실을 숨긴 것’은 소극적으로 어떤 사실을 고지하지 않거나 침묵한 경우이고 ‘해외 유명 대학을 나왔다고 거짓말한 것’은 적극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고지한 경우이다.

판례는 사기를 이유로 혼인을 취소하려면 혼인의 본질적 내용에 관한 기망(거짓말)이 있어야 하고 그러한 거짓말에 속아 착오를 일으키지 않았다면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이는 경우여야 한다는 입장이다(서울가정법원 2004.1.16.선고 2002드단69092판결).

즉 결혼하기 위해서 사실을 과장하거나 불리한 사실을 숨기거나 거짓 약속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으므로 부부생활에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정도의 거짓말이 아니면 혼인 취소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민법 제816조 제3호가 규정하는 ‘사기’에는 법령, 계약 등에 의해 고지할 의무가 있는 사항을 소극적으로 고지를 하지 아니하거나 침묵한 경우가 포함된다고 본다(대법원 2016.2.18.선고 2015므654판결).

이러한 법원의 입장에 비춰볼 때 B가 해외 유명 대학을 나왔는지 여부는 A가 이러한 사실을 알았다면 B와 결혼을 하지 않았을 정도로 중대한 사안이라고 여겨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B가 사실혼 전력 및 자녀의 존재를 알리지 않은 사실에 대해서는 법원에서 혼인취소의 요건인 사기에 해당한다고 볼 가능성이 크다. 유사 사안에서 법원은 혼인의 취소를 인정한 적이 있는데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갑’은 ‘을’과 교제하다가 잠깐 헤어진 기간에 ‘병’과 사실혼 관계를 맺었고, 이러한 사실혼을 해소하지 않은 상태에서 을과 혼인신고를 했다. 또한 갑은 을에게 자신이 애견샵을 운영한다고 말했으나 사실은 유흥업소 종사자였다.

법원은 을이 혼인을 결정함에 있어 갑의 사실혼 전력과 직업은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갑이 이를 을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을이 이를 알았더라면 갑과 혼인하지 않았으리라고 판단해 혼인을 취소했다(서울가정법원 2014.7.9.선고 2013드단83889판결).

비록 하급심 판례이나 이러한 판결에 비춰볼 때, 만일 B가 C와 사실혼 관계이며 둘 사이에 자녀까지 있다는 사실을 A가 혼인신고 전에 알았을 경우, A는 결혼하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A는 B의 사실혼 및 자녀 존재를 숨긴 사실을 들어 혼인취소 청구를 하는 것이 적절하다.

또한 B가 사실혼 및 자녀 존재를 알라지 않아 혼인이 취소에 이르게 되었으므로 B에 대해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 이때 손해배상금액은 사기의 정도, 혼인 기간, 정신적 피해의 정도를 고려해 결정된다.

다만 위에서 밝혔듯이 사기에 의한 혼인의 경우 사기를 안 날부터 3개월이 경과하면 취소 청구를 할 수 없다(민법 제823조). 따라서 A는 B의 사실혼 전력을 안 지 3개월이 지나도록 취소청구를 하지 못한 경우 ‘악질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를 들어 이혼소송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배성재 변호사 프로필>
- 한국외국어대학교 영문학과, 경제학과
-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법학전문석사
- 제10회 변호사시험 합격
- 現 법무법인 사람 변호사
- 서울동부지방법원 실무수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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