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법률] 솔직하게 리뷰 썼는데 명예훼손?
[사람과 법률] 솔직하게 리뷰 썼는데 명예훼손?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2.01.27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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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재 법무법인 사람 변호사
배성재 법무법인 사람 변호사

서울에 사는 A씨는 남편과 아들의 성화에 못 이겨 모 브랜드의 치킨을 주문했다. 배달 앱을 통해 치킨을 시켰는데 예상 시간보다 훨씬 늦게 도착했고 추가로 주문한 치즈볼은 배달되지 않았다.

이에 화가 난 A씨는 배달 앱에 치킨이 너무 늦게 도착했을 뿐만 아니라 추가 주문한 사이드 메뉴가 배달되지 않았다는 리뷰를 남겼다. 그러자 치킨집 주인은 명예훼손으로 A씨를 고소하겠다는 댓글을 작성했다.

위와 같이 사실만을 적은 리뷰만으로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을 수 있을까?

통상 명예훼손은 형법 제307조에 따라 처벌 여부를 결정한다. 그러나 배달 앱에 작성한 리뷰나 맘카페에 작성한 후기글과 같이 인터넷상에서 명예훼손이 문제가 되는 경우에는 정보통신망법 제70조의 명예훼손이 우선 적용된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벌칙) ①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1항의 요건은 인터넷상의 글이 ①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있어야 하고(공연성) ②명예를 훼손당한 대상이 누구인지 알 수 있어야 한다(특정성). 또한 ③주관적인 평가나 의견이 아닌 현재 또는 과거의 구체적 사건이나 상태를 그 내용으로 해야 하며(사실의 적시) ④해를 끼치려는 목적으로 그러한 글을 작성했어야 한다(비방할 목적).

앞서 예를 든 A씨의 리뷰가 위에 제시한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 살펴보자. A씨가 남긴 리뷰는 배달 앱을 사용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볼 수 있어 공연성이 있다. 그리고 배달 앱에서 해당 치킨집 탭에 그 리뷰가 있기 때문에 그 가게에 대한 리뷰가 분명하여 특정성도 성립한다. 또한 ‘치킨을 시켰는데 예상 시간보다 훨씬 늦었다’와 ‘추가 주문한 치즈볼이 오지 않았다’는 사실만을 썼으므로 사실의 적시에도 해당한다.

문제는 A씨가이 해당 치킨집 주인에게 해를 끼치려는 목적, 즉 비방할 목적이 있었는지 여부이다.

판례는 ‘비방할 목적이란 가해의 의사 내지 목적을 요하는 것으로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과는 행위자의 주관적 의도의 방향에 있어 서로 상반되는 관계에 있다고 할 것이므로, 적시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방할 목적은 부인된다고 봄이 상당하다’(대법원 2005.4.29.선고 2003도2137)라고 본다.

즉, 사실을 적시한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판단되면 비방할 목적이 없다고 봐야 하므로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가 공공의 이익에 해당하는지 아래 가상의 예시를 통해 살펴보자.

B씨가 운영하는 성형외과에서 피부 탄력을 높이기 위해 턱부위에 고주파 시술을 받았다가 그 결과에 불만을 품은 C씨는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지식검색 질문·답변 게시판에 “아…. B씨가 가슴 전문이라 눈이랑 턱은 그렇게 망쳐놨구나. 몰랐네. 내 눈은 지방 제거를 잘못했다고 모양도 이상하다고 다른 병원에서 그러던데…. 인생 망쳤음.”이라는 글을 작성했다.

C씨가 작성한 이 글이 비방할 목적이 있는지에 대해 판례는 전체적으로 보아 성형시술을 받을 것을 고려하고 있는 다수의 인터넷 사용자들의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는 정보 및 의견의 제공이라는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어서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여 명예훼손이 아니라고 봤다.(대법원 2009.5.28.선고 2008도8812)

즉 서비스 이용자가 다른 사람이 그러한 서비스를 받을지 말지 고민할 때 도움을 줄 의도로 솔직한 후기를 작성했다면 비방할 목적이 없다고 볼 수 있다.

이를 A씨의 경우에 적용해보자. A씨는 리뷰에 실제 사실만을 작성했고 치킨가게나 그 주인에 대한 비판 등은 별도로 작성하지 않았다. 따라서 법원에서 다른 배달 앱 이용자의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남긴 것으로 보고 비방할 목적이 없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크다. 즉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형법상 명예훼손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과 달리 비방할 목적이 없어도 처벌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A씨를 형법상 명예훼손으로 처벌할 수 있을까? 

형법 제307조(명예훼손) ①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310조(위법성의 조각) 제307조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제310조는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라고 적혀 있으나 판례는 ‘행위자의 주요한 목적이나 동기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더라도 형법 제310조의 적용을 배제할 수 없다’(대법원 1996.10.25.선고 95도1473)고 본다.

즉 사실을 적시했더라도 동기가 주로 공익에 관한 것이면 부수적으로 복수심 등이 있다고 해도 명예훼손으로 처벌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따라서 A씨가 치킨 가게에 대한 정보를 전달할 목적뿐만 아니라 해당 가게 주인에 대한 분노를 표현하기 위해 리뷰를 썼다고 해도 정보전달이 주된 목적이라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 보아 형법상 명예훼손으로도 처벌할 수 없다.

A씨의 리뷰는 치킨 배달이 늦었고 추가 주문한 치즈볼이 오지 않았다는 내용만이 있으므로 법원이 다른 앱 이용자를 위한 정보전달이 주된 목적이었다고 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A씨는 형법상 명예훼손으로도 처벌받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A씨의 경우와 달리 ①실제 경험한 사실이 아닌 허위의 사실을 적거나 ②가게 주인 등에 대한 욕설 등 인격을 모독하는 내용을 쓰는 경우 ③지나치게 과격하고 단정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등 악의적인 목적을 가지고 글을 작성했다고 보일 경우에는 명예훼손 및 모욕죄에 해당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러한 점에 주의하여 리뷰를 작성해야 한다.

 

<배성재 변호사 프로필>
- 한국외국어대학교 영문학과, 경제학과
-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법학전문석사
- 제10회 변호사시험 합격
- 現 법무법인 사람 변호사
- 서울동부지방법원 실무수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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