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수 없는 메타버스, 새로운 기회 될까
피할 수 없는 메타버스, 새로운 기회 될까
  • 황예찬 기자
  • 승인 2022.02.0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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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확산하는 메타버스, 명과 암 ①
‘중독’ 걱정했던 게임이 가져온 미래
(출처=픽사베이)
(출처=픽사베이)

[베이비타임즈=황예찬 기자] 올해부터 16세 미만 청소년에게 인터넷 게임 제공을 금지하는 ‘게임 셧다운제’가 폐지됐다. 지난 1월 1일부터 청소년보호법 일부개정법률이 시행됐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1월 청소년의 인터넷 게임 중독을 예방하기 위해 도입한 지 10년 만이다.

그런데 이러한 셧다운제 폐지의 배경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제공하는 유명 게임 ‘마인크래프트’가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마인크래프트 개발사 ‘모장’을 인수한 후 지난 2020년 로그인 방식을 하나로 통합했다. 이때 16세 미만 청소년만을 구분하는 시스템을 따로 구축하지 않고 성인인증을 도입했다. 이에 따라 기존 게임 개발사 계정을 사용해 게임을 이용하던 사용자들은 마이크로소프트 계정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성인인증을 해야 했다.

문제는 마인크래프트가 주로 초등학생을 비롯해 어린 연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마치 ‘온라인 레고’와 같은 게임이라는 점이다. 아동·청소년을 겨냥해 만든 게임을 한국에서는 성인에게만 제공하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당시 국내에서는 시대착오적 법률 규제 때문이라는 지적이 잇따랐고, 이듬해인 2021년 셧다운제 폐지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이후 일련의 과정을 거쳐 강제적 게임 셧다운제 폐지 법률안은 지난해 11월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셧다운제 폐지’라는 나비효과를 부른 마인크래프트는 어떤 게임일까. 마인크래프트는 넓은 가상의 공간에서 말 그대로 ‘채광(Mine)’과 ‘제작(Craft)’을 하는 게임이다. 네모난 블록으로 만들어진 세상에서 다른 사람과 함께 건축, 탐험, 채집, 게임 제작 등 자유로운 활동을 할 수 있다. 게임 자체가 가진 이야기나 목적이 따로 없어 게임 속 ‘플레이어’가 마치 현실처럼 스스로 목적을 만들어내고 달성하며 즐기는 셈이다.

이러한 방식의 게임은 2000년 이후에 태어난 아동·청소년을 위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마찬가지로 미국에서 출발한 ‘로블록스(Roblox)’도 비슷한 경우다. 북미 지역 10대 사이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며 주목받은 로블록스는 마인크래프트보다 한발 더 나아가 게임 속에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나 채팅도 즐길 수 있고 심지어는 자체 통화를 사용해 서로 거래를 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이야기는 이제 더는 아이들의 게임 속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이제는 이야기하지 않는 곳을 더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화두가 된 ‘메타버스’ 개념과 같기 때문이다.

◆ 메타버스, 왜 갑자기 뜨는 걸까

메타버스라는 용어 자체는 1992년 닐 스티븐슨의 SF소설 ‘스노우 클래시’에서 처음 사용됐다고 알려져있다. 하지만 메타버스의 개념 자체가 새롭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미 그전부터 일상에 깊이 뿌리 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1980년대 개인 컴퓨터가 보급되면서 산업은 조금씩 ‘전산화’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1990년대 인터넷의 보급은 이러한 전산화에 온라인 연결성을 더해주면서 단순 전산망에 불과했던 디지털 레벨을 하나의 ‘공간’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7년, 스티브 잡스는 세상에 아이폰을 선보였다. 2010년 이후 우리는 스마트폰이 만든 메타버스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온전히 새로운 개념도 아닌 메타버스가 지금 사회를 뜨겁게 달구는 이유는 뭘까.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메타버스가 뜬 배경으로 ‘MZ세대’와 ‘코로나19’를 꼽았다. 디지털에 익숙한 MZ세대가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자 메타버스를 교류의 장으로 고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MZ세대는 가상세계와 현실 세계를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으며 가상세계 속 인간관계와 현실 세계 속 인간관계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특히 게임과 친숙한 MZ세대는 게임을 단순한 놀이 수단이 아닌 소셜 활동의 무대로 여긴다”면서 “이러한 환경에서 기존 게임 등 플랫폼 제작에 활용됐던 게임엔진이 전 산업과 사회 분야로 확산되고 메타버스가 확장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로블록스에 한정판으로 출시된 '구찌 퀸 비 디오니소스' 가방. (사진=로블록스 제공)

실제로 최근 메타버스 플랫폼 안에서는 오프라인 세계와 연동된 경제 활동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5월 명품 브랜드 구찌는 로블록스에서 ‘구찌 퀸 비 디오니소스’ 가방을 한정판으로 내놨다. 처음 판매 당시 가격은 475로블록스(약 5.5달러)였지만 이후 이를 산 구매자들이 로블록스 앱스토어 내에서 재판매하자 35만로블록스(약 4115달러)까지 가격이 올랐다. 이 ‘디오니소스 백’은 오직 로블록스 세계에서만 존재하는 가방으로, 현실 세계에서는 만질 수도 없다.

유명 연예인들이 메타버스 안으로 들어오기도 한다. 미국의 래퍼이자 프로듀서인 트래비스 스캇은 에픽게임즈가 제공하는 게임 ‘포트나이트’에서 콘서트를 열었다. 네이버가 운영하는 제페토는 케이팝(K-POP)과 긴밀한 관계를 이어가는 중이다. 지난 2020년 9월 YG엔터테인먼트의 걸그룹 블랙핑크는 제페토에서 팬 사인회를 열었고 지난해 2월에는 JYP엔터테인먼트의 걸그룹 있지(ITZY)도 팬미팅을 열었다.

◆ 새로운 세상, 새로운 비즈니스...NFT ‘주목’

전문가들은 다양한 메타버스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소위 ‘아바타’로 불리는 ‘디지털 휴먼’ 활용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 메타버스에서 실제 대면 상황에 가까운 경험을 하기 위해서는 가상 캐릭터의 얼굴이나 표정, 행동이 실제와 비슷한 수준으로 고도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러한 디지털 휴먼의 활용 분야는 엔터테인먼트, 유통, 교육, 금융, 방송, 교육 등 다양한 서비스의 접점으로서 역할이 가능하다”며 “이는 곧 아바타의 진화로서 기존과 다른 새로운 콘텐츠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메타버스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NFT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NFT는 ‘Non Fungible Token’의 약자로 고유한 인식값을 갖고 있어 상호 대체가 불가능한 블록체인 상의 디지털 파일을 말한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체 불가 유일성은 디지털 자산의 ‘가치화’를 가능하게 한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디지털 파일은 ‘복사-붙여넣기’로 쉽게 복제돼 유일성에서 얻을 수 있는 가치를 부여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NFT를 통해 고유값을 부여받으면 유일성을 확보하게 되고 가치를 재평가할 수 있게 된다. 디지털로 만든 아이템에 대해 진품과 복제품을 구별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는 곧 디지털 자산을 투자 자산으로서 유통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사진=조이시티 제공)

이러한 메타버스 생태계는 게임 산업의 가치를 재평가하는 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게임업계는 최근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게임을 개발해 분산금융, 디지털 자산 및 NFT의 통합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게임은 사용자들이 게임을 할 때 게임 개발사가 그 수익을 모두 가졌다면 이런 구조에서는 사용자들이 게임 안에서 NFT 기반 ‘디지털 자산’을 얻고 거래하며 수익을 낼 수 있다.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버는, 이른바 'P2E(Play to Earn)' 게임이 등장하는 셈이다.

실제로 최근 게임업계는 'P2E' 게임 분야 선점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조이시티(대표 조성원)는 지난달 4일 위메이드의 블록체인 플랫폼 '위믹스'를 통해 자사의 주력 게임 '건쉽배틀: 토탈워페어'를 P2E 버전으로 온보딩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위믹스 플랫폼에 온보딩 될 P2E 버전에는 새로운 퀘스트와 보상, 연맹 전쟁 등 토큰 채굴을 위한 전용 콘텐츠가 추가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상헌 연구원은 “이러한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게임이 활성화되는 이유는 기존과 다르게 게임 아이템과 캐릭터 등에 대한 소유권을 블록체인에 명확히 기록하기 때문”이라며 “블록체인 기반 게임이 ‘토큰 이코노미’를 형성함에 따라 플랫폼 기업으로서 게임주의 가치가 재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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