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좋아하는 게임도? ‘메타버스’가 뭐길래
우리 아이 좋아하는 게임도? ‘메타버스’가 뭐길래
  • 황예찬 기자
  • 승인 2021.08.16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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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크래프트·로블록스...가상세계가 곧 메타버스
소비자 활동 기반 이동하면 산업 전반 변할수도
(사진=Roblox 제공)
(사진=Roblox 제공)

[베이비타임즈=황예찬 기자] 자신이 실제로 어떻게 생겼는지는 상관없다. 원하는 대로 나만의 캐릭터를 꾸민 뒤 접속한다. 입체감 있게 구현된 3D 가상 현실이 모니터 속에 펼쳐진다. 실제와 똑같은 모양으로 만들어 둔 건물 안에 들어가기도 하고, 함께 접속한 사람에게 손을 흔들기도 한다. 요즘 여러 곳에서 심심찮게 등장하는 ‘메타버스’ 이야기다.

메타버스는 가상·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공간·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쉽게 말하면 ‘가상세계’라는 뜻이다.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현실이 실재감 있게 실현되는 가상의 공간을 말한다.

사실 사람들에게 메타버스가 가리키는 내용 자체는 새롭지 않다. 디지털 기기를 기반으로 한 게임이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부터 게임 속 세상, 즉 ‘가상 공간’을 즐기는 사람들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최근 메타버스가 재조명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성능이 크게 향상된 기기가 출시되면서 가상세계 실현 가능성이 이전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관련 업체가 상장까지 이뤄내면서 금융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미국의 게임 플랫폼 업체 로블록스(Roblox)가 대표적이다. 10대 사이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로블록스는 한동안 국내 청소년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게임 ‘마인크래프트’와 매우 유사하다. 가상 세계 안에서 플레이어가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거나 다른 사람이 만든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플랫폼을 활용해 자신이 게임을 만들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이 만든 게임을 즐길 수도 있다. 게임뿐 아니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나 채팅도 즐길 수 있고 심지어는 자체 통화를 사용한 거래 시스템도 갖춰져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집 안에서만 있는 시간이 많아지자 이러한 ‘메타버스’ 플랫폼이 더 인기를 끌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실제로 로블록스는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시작한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기업 가치가 7배 이상 올라 지난 3월 뉴욕 증시 상장 직전에는 300억달러(34조원)에 달하는 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BGF리테일은 지난 11일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CU제페토한강점을 열고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사진=BGF리테일 제공)
BGF리테일은 지난 11일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CU제페토한강점을 열고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사진=BGF리테일 제공)

◆ 메타버스는 왜 중요할까

‘그냥 게임 아니야?’라고 가볍게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메타버스는 이미 전 산업 분야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주제다. 기술 발달과 함께 가상 세계를 구축할 수 있는 범위가 확대되면 소비자들의 다양한 활동 기반이 모바일 환경에서 가상세계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통신을 비롯해 유통, 금융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산업이 대부분 모바일을 주된 환경으로 삼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이동은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요인인 셈이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성지영 수석연구원은 “가상세계와 모바일 환경의 가장 큰 차이는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라는 시각적 제약이 사라지고 의사소통 방식도 ‘터치’에서 음성이나 동작으로 확장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은행 업무를 이용하려는 고객은 가상세계 디바이스를 착용하고 가상 점포 콘텐츠를 선택해 이용하고자 하는 서비스들을 눈앞에서 입체적으로 구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성 연구원은 “금융사 입장에서는 이전보다 정확하고 자세한 정보 전달이 가능하고, 고객은 점포 방문 없이 전담 은행원 수준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회사는 금융서비스 사전 체험과 직원 교육·업무공간 등에 메타버스를 이미 활용하기 시작한 모양새다.

BNP파리바는 리테일 고객들이 은행 업무를 사전에 이해할 수 있도록 가상 체험 서비스를 출시했고 JP모건체이스는 가상현실(VR)을 통해 최신 솔루션을 경험할 수 있는 엔지니어 인턴쉽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12일 메타버스를 활용해 '하나글로벌캠퍼스'를 구축하고 그랜드 오픈 행사를 열었다. (사진=하나은행 제공)
하나은행은 지난달 12일 메타버스를 활용해 '하나글로벌캠퍼스'를 구축하고 그랜드 오픈 행사를 열었다. (사진=하나은행 제공)

국내 금융사들도 메타버스에 발을 들이고는 있지만 아직 미약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사내교육과 브랜드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12일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를 활용해 가상세계에 실제 연수원의 구조와 똑같이 생긴 ‘하나글로벌캠퍼스’를 구축하고 그랜드 오프닝 행사를 열었다. 신입행원을 위한 행사를 진행하고 은행장과 함께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했다는 후문이다.

우리은행도 지난달 13일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해 은행장과 MZ세대 직원이 함께 소통하고 공감하는 시간을 보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권 행장이 자신을 ‘전광석화’라는 이름으로 부르게 하는 등 직급에서 벗어나 수평적인 소통의 시간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성지영 연구원은 “금융회사는 새로운 산업의 성장을 적극적인 수익 창출의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저 플랫폼을 ‘활용할 줄 안다’를 보여주는 활동을 넘어 관련 기술력을 갖춘 중소규모 기업을 조기 발굴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성 연구원은 “개인 콘텐츠 개발자의 급속한 증가에 대응해 가상세계 콘텐츠 등으로 IP 대출 커버리지를 확대하는 방안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가상세계 기반 가상점포를 지방, 해외 등 지리적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서의 영업 확대 수단으로 활용하는 등 새로운 형태로의 채널 이동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기술의 발전이 계속되는 한 메타버스는 이제 피할 수 없는 흐름으로 보인다. 향후 어떤 기업이 관련 산업을 선점해 시장을 주도할지 주목해 보는 것도 좋다. 우리 아이가 즐겨 하던 ‘마인크래프트’ ‘로블록스’ 같은 게임이 미래에는 새로운 산업을 주도하는 개념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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