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소법 시행, 어떤 영향 미칠까...은행 vs 테크 주가 전망은?
금소법 시행, 어떤 영향 미칠까...은행 vs 테크 주가 전망은?
  • 황예찬 기자
  • 승인 2021.03.2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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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금융위원회 제공)
(자료=금융위원회 제공)

[베이비타임즈=황예찬 기자] 지난 25일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시행됐다. 지난 2011년 금융위원회에서 제정안을 발의하고 추진한 지 10년 만이다. 은행과 보험 관련 부분부터 적용이 시작됐고, 금융상품자문업자와 관련된 부분은 9월 25일부터 적용된다.

금소법은 금융사들의 행위 규제를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금소법 위반 시 금융사들은 경영 위기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강력한 처벌 조항의 영향을 받는다. 금융소비자에게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하고, 과실 여부 증명 책임도 소비자가 아닌 금융사가 지게 했다.

그동안 은행, 증권, 보험, 저축은행 등 권역별로 다르게 적용됐던 규제를 대출, 투자상품 등 기능별 규제로 변경한 점도 눈에 띈다. 이른바 ‘동일 기능 동일 규제’ 원칙이다. 예를 들어, 이전에는 주택을 구매할 때 은행에서 대출하지 못한 자금을 신협이나 저축은행 등에서 빌릴 수 있었으나 이제는 그럴 수 없다.

이러한 변화 때문에 금융권은 지난해 3월 법안이 통과되고 나서 1년 동안 금소법 시행을 위한 대대적인 준비를 진행해왔다. 금소법은 앞으로 국내 금융산업과 자산시장, 경제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은 대출, 예금, 금융투자상품 등 대부분의 업무 내용이 금소법 적용 대상이다. 유예기간으로 1년 이상을 뒀지만, 은행권 관계자들은 완벽히 적응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금소법은 은행업종 주가에 부정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은행권은 우선 금전신탁, 사모펀드 등 자산관리업이 부진할 것을 염려하고 있다. 이는 영업수익이 감소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또한 영업수익은 감소하는데 비용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소법 도입 이후 피해 예방을 위한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판관비 증가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진=KB국민은행 제공)
(사진=KB국민은행 제공)

실제로 5대 시중은행은 최근까지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시스템 구축에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KB국민은행은 투자 상품을 판매할 때 불완전판매를 사전 차단하기 위해 ‘AI 금융상담 시스템’을 구축했다. 신한은행은 퇴직 직원을 다시 채용해 판매 프로세스를 점검하는 ‘금융 소비자 보호 오피서’를 운영한다. 하나은행은 전 영업점에 녹취 시스템을 도입했고, NH농협은행은 각 부서에서 실행하던 모니터링을 통합 시스템으로 재구축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이러한 추가적인 비용은 단기간에 상품 가격으로 전가하기가 쉽지 않다”며 “오른 비용을 가격에 전가하지 못하면 수익성은 기대 이하로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시장 변동성이 과도하게 커지지만 않는다면 장기적으로는 은행업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해외 사례를 볼 때 은행은 비용 상승요인과 수익성 감소분을 가격에 반영해 수익을 보전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대출금리뿐 아니라 송금 수수료, 이체 수수료 등을 올려 손실을 보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금소법 시행으로 오히려 시중은행이 제2금융권이나 빅테크 업계에 비해 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기능별 규제가 도입되면 2금융권은 규제 차익을 더는 누릴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도 영업 유형에 따라 금소법이 적용될 수 있다.

앞서 이명순 금융위 금융소비자국장은 “네이버라는 이름만으로는 금소법 적용대상이 되지 않지만, 실제 영업하는 유형이 규율 대상에 포함된다면 금소법 적용대상이 된다”고 밝힌 바 있다. 강화된 규제에 부담을 느끼는 빅테크·핀테크사의 진출이 줄어든다면 향후 은행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올라갈 수 있다.

은행권 관계자들은 금소법 시행이 대형 금융지주에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 금융지주들은 소비자 보호 여력이 많은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또한 은행에서 자산관리업 수익을 포기한다 하더라도, 위탁 중개 비중이 높은 증권사를 보유한 대형 금융지주라면 지방은행지주보다 타격이 덜할 수 있다는 평가다.

금융당국은 지난 25일 금융위와 금감원 홈페이지에 ‘금융소비자보호법 관련 10문 10답’을 올리고 업계의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은행연합회 등 금융협회에서도 금소법에 대한 홍보 교육에 나섰다. 금소법이 초창기의 혼란을 극복하고, 장기적으로 금융소비자와 금융사 모두에게 득이 되는 법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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