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IB다" 증권사 투자은행 경쟁 본격화...KB증권-미래에셋 선두경쟁할 듯
"이제는 IB다" 증권사 투자은행 경쟁 본격화...KB증권-미래에셋 선두경쟁할 듯
  • 황예찬 기자
  • 승인 2021.02.19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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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ixabay 제공)

[베이비타임즈=황예찬 기자] 지난해 증시 호황에 힘입어 증권사들은 모두 웃을 수 있었다. 많은 증권사가 사상 최대 실적을 내놓으면서 주요 20개 증권사의 영업이익은 총 8조원에 육박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증권사 영업이익 1조원 시대를 열었고, 키움증권도 95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증권업계 순위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업계에서는 올해도 연초부터 주식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어 지난해 이상의 실적을 기대할 수도 있다고 본다. 다만 브로커리지 수익에 힘입어 '깜짝 실적'을 기록했던 지난해와는 전략이 조금 다를 것으로 전망한다. 개인 투자자들의 급증에 힘입어 리테일 수익이 크게 성장하긴 했지만, 전문가들은 올해 브로커리지 수익률이 소폭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구경회 SK증권 연구원은 올해 증권가를 전망하면서 "브로커리지 수익 급증은 일시적인 선물"이라며 "주식 거래 수수료가 계속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장기적으로 호황을 이어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증권가에서 새롭게 '경쟁의 장'으로 주목받는 곳은 바로 IB(Investment Bank) 분야다. 지난해 국내 주요 증권사 중 가장 많은 기업의 상장을 추진한 곳은 미래에셋대우(17개)였다. 공모총액 기준으로는 NH투자증권이 2019년에 이어 작년에도 상장주선 실적 1위(2조1182억원)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브로커리지와 달리 IB 부문은 약진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고 있는 만큼, 새해 증권업계 판도는 IB 분야가 좌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업계에서는 IB 분야의 판도를 좌우할 수 있는 열쇠로 발행어음업을 꼽는다. 어음을 발행하는 증권사는 자기자본의 최대 두 배까지 자금을 조달 운용해 중소기업에 투자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발행어음은 초대형 IB의 핵심 업무로 불리고 있다. 증권사는 어음 발행을 통해 중소기업 등에 자금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발행어음은 초대형 IB의 핵심 업무로 불린다.

특히 지난 1일 금융위원회는 '증권사의 기업금융 활성화 방안' 논의 결과를 발표하고 ▲증권사 신규업무로 벤처대출 허용 ▲모험자본 공급 관련 건정성 규제 부담 완화 ▲종금사의 기업금융 신용공여 확대 허용 등의 조치 사항을 밝혔다. 업계는 이와 같은 기업금융의 규제 완화와 함께 올해는 기업의 환경 변화에 따른 발행어음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8곳의 초대형 IB(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메리츠증권) 중에서도 발행어음업 인가를 받은 곳은 세 곳(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이다.

이 중 올해 가장 주목받고 있는 곳은 KB증권이다. KB증권은 최근 IPO 시장에서 약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KB증권은 LG에너지솔루션과 카카오뱅크 등 주요 기업들의 상장 주관을 따내며 올해 기업공개 시장에서 선두 지위를 가져갈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 LG화학에서 분사한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SK이노베이션과의 ITC 소송에서도 승리하며 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한 상태다. 증권가에서 예상하는 공모액만 10조원 이상이다.

게다가 KB증권은 자기자본 5조원대를 유지하고 있어 이후로도 어음 발행을 통해 최대 10조원 규모까지 중소기업 등의 상장을 위해 투자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IB 분야에서 'BIG 3'로 불렸던 미래에셋대우·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을 KB증권이 위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전통적인 IB 강자인 미래에셋대우도 새해 초부터 굵직한 IPO 주관을 따내며 KB증권의 추격에 신경을 쓰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게임 회사 크래프톤의 대표 상장 주관사로 선정됐다. 게임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크래프톤은 지난해에만 약 2조원 내외의 연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가에서는 장외시장에서 형성된 거래가를 바탕으로 최소 15조원 이상의 시가총액을 예상하고 있다.

최근 미래에셋대우가 발행어음업 진출에 한 발 다가선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업계 소식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의 발행어음업 인가 안건이 지난달 말 금융감독원의 외부평가위원회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2017년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조사로 발행어음업 진출이 좌절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5월 공정위가 검찰 고발을 진행하지 않고 시정 명령과 과징금만 부과해 다시 인가 심사를 받게 됐다. 전문가들은 10조원에 가까운 자기자본을 보유하고 있는 미래에셋대우가 발행어음업에 진출하면 최대 20조원 규모로 투자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녀 이후 IB 시장에서 꾸준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삼성증권도 IB 분야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그동안 다른 초대형 IB 증권사보다 보수적인 전략을 유지하면서 자사 실적에 IB 수익 비중이 비교적 낮은 편이었다. 하지만 연초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피비파마) IPO를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점차 비중을 늘려가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삼성증권은 올해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카카오페이의 단독 주관사로 선정됐다. 업계에서 카카오페이의 기업가치를 10조원 안팎으로 전망하고 있는 만큼 삼성증권의 IB 수익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삼성증권은 꾸준히 불거지는 대주주 리스크에 발목이 잡혀 신사업에 진출하기 어려운 상태다. 삼성증권은 지난 2017년 초대형 IB로 지정됐지만,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발행어음업 인가는 받지 못했다. 삼성증권의 대주주로 적격성 심사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당시 국정농단 관련 재판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상 금융사의 대주주가 형사소송을 진행하고 있거나 금융당국 혹은 국세청, 공정위 조사를 받고 있는 경우 금융당국은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생긴 금융회사는 단기금융업 인가 심사가 보류된다.

최근 국정농단 관련 소송이 마무리됐지만 이 부회장은 이후 불법승계 의혹과 관련한 재판도 진행해야 해서 대주주 리스크가 아직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러한 리스크를 해결하지 않는 한 삼성증권은 앞으로도 한동안 발행어음 사업에 진출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증권업계는 지난해 호실적에 이어 올해도 대체로 양호한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이 해를 넘겨서도 계속되면서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이 돈을 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이러한 양적 완화를 통해 커진 자금 유동성을 바탕으로 주식시장에 투자자들의 자금 유입이 커질 것을 기대하는 중이다.

다만 계속된 증시 급등에 따른 피로감과 5월로 예정된 공매도 재개는 위탁거래분야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개인 투자자들의 급증으로 이룬 '깜짝 실적'을 넘어 상장 주관 등 IB 분야를 기반으로 탄탄한 실적을 이어갈 증권사는 어디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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