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1위' 내준 한투증...미래에셋-키움과 경쟁 전망은?
'업계 1위' 내준 한투증...미래에셋-키움과 경쟁 전망은?
  • 황예찬 기자
  • 승인 2021.02.15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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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타임즈=황예찬 기자]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0일 잠정실적 공시를 내고 2020년 4분기 및 연간 실적을 발표했다. 한국투자증권의 연간 영업이익은 7621억원으로 전년 대비 8.9% 감소했으나 당기순이익은 7083억을 기록해 전년 대비 3.4% 증가했다.

지난해 증시 호황에 힘입어 위탁매매(BK) 수수료가 실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동학개미운동으로 인한 브로커리지 수익 확대가 견조한 증가세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한국투자증권의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지난 2019년 1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5조2000억원 규모로 대폭 상승했다. 이에 따라 브로커리지 수수료 역시 전년 대비 109.8%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은행(IB) 부문에서도 우수한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 빅히트 등 대형 IPO의 주관사로 참여했고,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문 실적이 호조를 이어갔다"며 IB 부문에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전통적 IB와 부동산 PF 관련 수수료가 모두 증가하면서 순수수료이익이 추정치를 상회했다"고 설명했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도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는 IB부문 실적은 코로나 우려 완화시 추가 개선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한국투자증권은 견조한 실적을 유지했지만 다소 아쉬운 결과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소폭 하락하면서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2019년 업계 1위에서 미래에셋대우에 추월 당했기 때문이다. 순이익이 오른 것은 여전히 긍정적인 신호지만, 영업이익이 1조원 가까이 육박하고 순이익은 7000억원에 가까운 키움증권에도 쫓기게 됐다. 세 증권사의 삼파전 형태로 접어드는 국면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진다는 인상을 주는 모양새다.

업계는 지난해 증권사 최초로 영업이익 1조원을 넘긴 미래에셋대우를 주목하고 있다. 리스크 해결과 동시에 이익창출 역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다자보험(구 안방보험)과의 소송 같은 대규모 손실 가능성은 추가로 드러난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판교 알파돔시티와 네이버 파이낸셜 투자에 대한 지분가치 상승으로 수익이 늘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무서운 상승세를 보인 키움증권은 주요 수입원인 브로커리지 수수료율 하락에 대비해 전략을 잘 세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경회 SK증권 연구원은 "키움증권은 브로커리지 수수료율 하락을 대비해 온라인 자산관리 부문을 강화하려고 노력 중이다"고 평가했다. 장기적인 전략으로 브로커리지 수수료율의 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이익 체력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업이익 감소에도 순이익 증가 추세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해 1년 만에 4000억원 가까이 자본을 늘려 5조8140억원의 자기자본을 기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자기자본이 3조원이 넘기 때문에 자본의 200% 규모까지 신용공여가 가능하다. 이는 영업이익에서 앞서 간 키움증권과의 경쟁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키움증권의 자기자본은 2조8000억원으로 3조원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투자증권은 상품운용수익을 개선해야 하는 숙제가 남았다. 지난해 운용손익부문이 전년 대비 77.9% 감소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9조원 이상이었던 ELS와 DLS 발행 실적은 지난해 3조원대로 대폭 줄었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1분기 ELS관련 헤지운용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리스크관리 기조가 2021년에도 유지될 것이기 때문에 ELS 발행 잔고는 이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새해에 대형 증권사들의 거래대금 의존도가 더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이 '대체투자 리스크관리 모범규준' 등의 규제를 연초부터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화 자산이 많은 대형 증권사들은 신규 대체투자를 집행하기 전에 보유한 자산에 대한 관리를 먼저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연초 이후 개인 자금의 증시유입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021년에 업계를 이끌어갈 세 증권사가 자산 관리 경쟁에서 어떤 전략을 보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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