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지각변동 일으킨 키움, 영업익 1조 육박...한투증-미래에셋과 3파전
증권가 지각변동 일으킨 키움, 영업익 1조 육박...한투증-미래에셋과 3파전
  • 황예찬 기자
  • 승인 2021.02.10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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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자본 미래에셋 9조, 키움은 2조8000억 불과

[베이비타임즈=황예찬 기자] 키움증권이 증권업계 판도를 바꿔놓고 있다. 키움증권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연결기준)은 9549억원으로 전년 대비 101.59% 증가했다. 지난해 증권사 최초로 영업이익 1조원을 넘긴 미래에셋대우의 턱밑까지 따라붙은 셈이다.

키움증권은 지난 9일 2020년 4분기 및 연간 실적을 발표했다. 키움증권의 4분기 당기순이익은 204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1.5% 증가했다. 연간 당기순이익은 6949억원으로 전년 대비 91.3% 증가했다.

전년도 증권사 실적 순위와 비교하면 엄청난 상승이라는 평가다. 지난 2019년 키움증권의 연간 당기순이익은 3628억원에 불과해 실적으로 보면 증권사 순위 5위 안에도 들지 못했다. 브랜드 평판 순위가 더 낮은 증권사보다도 실적이 저조했던 것이다.

하지만 2020년 실적은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 2019년에 실적 순위 3위였던 메리츠증권은 이번에 영업이익을 8280억원으로 발표했는데, 키움증권의 이번 영업이익은 1조원에 가까운 수치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대부분의 증권사가 호실적을 발표했지만 전체적인 순위에는 큰 변동이 없었는데, 키움증권이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온 것이다. 

전문가들은 키움증권의 급성장은 개인 투자자들이 급증한 덕분으로 보고 있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2020년 연간 이익이 증가한 이유는 개인들의 주식시장 참여 증가와 해외 주식 관련 수탁 수수료 수익이 증가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계좌 개설이 늘어나는 상황에 키움증권이 점유율을 확대했다는 분석이다.

키움증권이 2021년에도 이런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구경회 SK증권 연구원은 "브로커리지 수수료율이 하락하고 있지만, 키움증권은 이를 대비해 온라인 자산관리 부문을 강화하려고 노력 중이다"며 "이는 적절한 장기 전략"이라고 판단했다. 브로커리지 의존도가 높아 거래대금 변화에 따라 이익이 크게 달라질 수 있지만, 온라인 자산관리를 강화하는 전략으로 메울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최근 폭증하고 있는 신용거래 수요를 받아내기 위해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고은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키움증권의 경우 신용잔고 MS(점유율)가 떨어지는 모습이 나타난다"며 "향후 증시 호조가 지속된다는 가정에서, 자본 확충을 통한 신용 공여 한도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증권사는 자기자본에 비례해 신용공여 총액 한도가 정해진다. 자본시장법상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대형 증권사는 신용공여 총 합계액이 자기자본의 200%까지인 반면, 3조원 이하의 증권사는 100%를 넘을 수 없다.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메리츠증권, NH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은 3조원 이상의 자기자본을 가지고 있지만, 키움증권의 자기자본은 아직 2조80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자기자본이 더 늘어나지 않으면 키움증권은 신용공여 한도를 자본 100%보다 확대할 수 없다.

따라서 실적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꾸준한 경쟁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자기자본을 확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실제로 키움증권과 실적 경쟁을 하게 된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지난 2018년부터 꾸준히 자기자본을 늘려 2020년에는 9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아직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한국투자증권도 지난 2019년 자기자본 5조원을 돌파한 바 있다.

이처럼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면서 키움증권은 대형 증권사들과 본격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동시에 차별화된 MTS 시스템을 내세우고 있는 토스증권도 견제해야 한다. 이러한 경쟁구도 속에서 2021년에도 키움증권이 업계의 상위 입지를 계속 지켜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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