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기업가치는 과연 얼마...네이버 등 경쟁사 주가 전망은?
쿠팡의 기업가치는 과연 얼마...네이버 등 경쟁사 주가 전망은?
  • 황예찬 기자
  • 승인 2021.02.16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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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타임즈=황예찬 기자] 쿠팡은 지난 12일(현지시각)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클래스A 보통주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지금까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쿠팡의 상장이 본격화되면서 투자자들은 조금 더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업계에서는 다른 변수가 없다면 쿠팡은 기업공개(IPO) 절차를 거친 뒤 3월에 뉴욕증시에 상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쿠팡의 공모가나 향후 일정 등이 자세하게 나온 것은 아니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은 쿠팡의 기업가치를 300억달러(한화 33조2000억원) 정도로 전망한 바 있다. 업계는 쿠팡의 기업가치가 최대 500억달러(한화 55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 이는 지난 2014년 알리바바(IPO 당시 기업가치 1680억 달러)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외국 기업 상장이라는 평가다.

쿠팡이 미국 증시에 상장하려고 한다는 소문은 예전부터 업계에 돌고 있었다. 지난 2011년 김범석 쿠팡 의장은 "2년 이내에 나스닥에 직접 상장해 세계로 도약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꾸준히 적자를 기록해온 쿠팡은 나스닥에 더 어울린다는 평가를 하곤 했다. 나스닥 시장은 현재의 실적보다 미래 가치에 중점을 두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초의 예상과 다르게, 쿠팡은 나스닥 상장이 아닌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신청했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러한 결정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는 재무구조에 대한 자신감의 표명"이라고 설명했다.

쿠팡이 SEC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쿠팡은 2020년 매출액 120억달러(한화 13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90.8% 성장한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적자는 5277만달러(한화 5828억원)로 여전히 적자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률은 전년 대비 +5.9%p 개선됐다.

자기자본 규모는 2020년 말 기준 -6억325만달러로 여전히 자본잠식 상태지만, IPO를 통해 10억 달러를 조달하게 되면 자본잠식에서 벗어날 수 있을 전망이다.

(출처=Pixabay)

만성 적자에 시달렸던 쿠팡은 지난해 7월 개시한 풀필먼트 서비스인 '로켓제휴'를 통해 질 좋은 이익을 창출하기 시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풀필먼트는 물류 전문업체가 판매자 대신 주문에 맞춰 제품을 선택하고 포장한 후 배송까지 마치는 서비스를 말한다.

쿠팡 로켓제휴는 먼저 알고리즘으로 상품의 필요 재고를 예측해 판매자에게 데이터를 제공한다. 데이터를 받은 판매자는 쿠팡의 물류센터에 상품을 입고시킨다. 이후 쿠팡은 상품 보관부터 배송, CS 응대까지 모든 과정을 처리한다. 사업재고 유통모델이었던 '로켓배송' 서비스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쿠팡이 풀필먼트 서비스를 통해 흑자 전환을 가시적으로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나스닥이 아닌 뉴욕증시를 선택했다고 본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쿠팡은 풀필먼트 서비스를 통해 흑자를 기록할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에 자신감을 가지고 뉴욕 증시에 상장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막대한 물류투자는 과거 대규모 적자 요인으로 지적받기도 했으나, 결과적으로는 후발 업체가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쿠팡의 상장은 기존 유통 기업들의 가치를 재평가하는 기점이 될 수도 있다. 가장 주목을 받는 이커머스 사업자는 바로 네이버 쇼핑이다. 2020년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19.1% 성장한 161조원 규모로, 이 중 네이버와 쿠팡은 점유율 17%와 13%를 기록하며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박지원 교보증권 연구원은 "국내 2위 이커머스 사업자인 쿠팡이 성장성을 인정받아 뉴욕증시 상장에 성공하면, 국내 1위 사업자인 네이버 쇼핑 또한 재평가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네이버 쇼핑은 견고한 '국민 포털사이트'의 입지를 이용해 검색 및 페이 서비스와 연계된 플랫폼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CJ대한통운과 파트너십을 맺고 풀필먼트 서비스 수요도 해결하고 있다. 네이버는 현재 포털, 커머스, 페이, 웹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시가총액은 60조원을 조금 넘어서는 수준이다. 만약 쿠팡이 커머스 사업만으로 최대 50조원에 달하는 가치를 인정받는다면 네이버의 기업가치도 재평가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최근 이커머스 플랫폼에 집중하고 있는 이마트와 롯데쇼핑 등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SSG닷컴을 운영하고 있는 이마트는 NEO와 PP센터 등 물류 센터를 적극적으로 런칭하며 SSG닷컴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롯데쇼핑도 이커머스 플랫폼 롯데ON을 출범하고 김포 물류센터를 롯데리츠로 자산 편입하는 등 물류 역량을 강화하는 중이다.

쿠팡이 얼마에 상장하는지에 따라 이들 플랫폼의 가치가 재평가되면서 기업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쿠팡의 상장 자금이 추가적인 이커머스 관련 투자로 이어져 사업적으로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따라서 이제 투자자들의 관심은 쿠팡의 상장 가격으로 쏠리게 됐다. 전통 유통업체들이 가지고 있는 현재의 가치가 다시 평가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오프라인 유통의 강자였던 이마트, 롯데쇼핑보다 쿠팡의 시가총액이 훨씬 더 높게 매겨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는 3월, 뉴욕 증시가 쿠팡의 기업가치를 얼마로 평가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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