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수의 유머학개론] 내가 늘 행복한 이유
[이정수의 유머학개론] 내가 늘 행복한 이유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0.05.28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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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수 개그맨 겸 주부작가
이정수 개그맨 겸 주부작가

행복한 우리 가족의 이야기를 매일 일기처럼 블로그에 올린 지 4년째가 됩니다. 거의 99.8% 행복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죠. 행복한 이야기를 전하려고 만들어서 쓴 것이 아니라 진짜 행복해서 그 이야기를 리얼하게 올리는 것뿐입니다.

그래서 제 블로그 글을 오랫동안 읽으시던 독자들이 종종 이런 질문을 하십니다. “어떻게 매일 행복할 수 있나요?”

사실 매일 행복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고는 있지만, 어떻게 왜 매일 행복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자세히 생각해 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왜 내가 매일 행복한지에 대해서 적어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이유가 90가지 정도 되더라고요. 이렇게 많은 이유가 존재할 줄은 몰랐습니다.(웃음) 많은 이유를 적어 놓고 보니 스스로도 ‘이거 안 행복할 수가 없겠는데?!’ 싶었습니다. 그 이유들 중에 몇 가지만 가져와 봤어요.

제가 늘 행복한 이유 중 하나는요. 바로 허리 디스크가 있다는 겁니다. 허리디스크가 있으신 분은 아시겠지만 이 고통이 상당합니다. 순간적으로 전기에 감전된 듯한 통증에 다리가 풀려서 주저앉게 되죠.

저는 관리한다고 하는데도 1년에 한번은 크게 아픕니다. 치유되는데 1~2주 정도 소요되는 편이라 그 기간은 아주 죽을 맛입니다. 아주 몸에 폭탄을 안고 사는 기분이랄까요? 그런데 그 디스크 덕분에 제 삶이 부지런해지고 건강해졌습니다.

허리를 많이 다치다 보니 나름 대표 이유들이 추려지더라고요. 하나는 술 마신 다음 날 격한 운동을 하는 것, 또 하나는 양반 다리로 오래 앉아 있는 것, 바르지 않은 자세로 오래 앉아서 글을 쓰는 것, 늘어난 뱃살로 허리에 무리를 주는 것, 소파에 오래 누워있는 것, 스트레칭을 잘 하지 않는 것 등이죠.

그래서 그런 것들을 주의하게 되었습니다. 격한 운동을 하기 전 날에는 과도한 음주는 피하거나 과도한 음주 후에는 운동을 하지 않죠. 그리고 작가로 살다보니 글을 쓰기 위해 오래 앉아 있는 편인데, 늘 자세에 신경 쓰고 주기적으로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하죠. 뱃살이 허리에 무리를 주니까 어느 정도 찌면 다이어트를 합니다. 글을 쓰다가 쉴 시간에 소파에 눕기보다는 집안일을 하면서 움직이며 쉽니다. 머리가 피곤하니 몸을 쓰자는 거죠.

아무튼 허리디스크 때문에 하는 일들 덕에 몸도 건강해 지고 음주관리도 되고 아내에게도 사랑 받고 있습니다. 이러니 허리디스크는 제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행복한 폭탄이 됐다고 볼 수 있죠.

늘 행복한 또 다른 이유는 문제라고 인식되면 바꾼다는 겁니다. 저는 담배를 10년 동안 피워 왔습니다. 집안 내력이랄까? 전원이 피고 있었거든요. 사실 그런 이유 때문에 저만은 안 피우겠다고 그렇게 다짐을 했건만 군대에서 배우고 말았습니다.(눈물) 그렇게 군대에서 배운 담배는 개그맨이 되고 고뇌하던 시절에 하루 4갑까지 피우는 지경이 되었죠.

그러던 어느 날, 기립성 저혈압을 느낀 겁니다. 앉아서 담배를 피우고 일어나면 핑하고 돌더라고요. 당시 나이 32살. 이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날 끊어버렸죠. 10년 동안 한번도 끊어 볼 생각이 없었는데, 생각이 든 날 확 끊었습니다. 독하죠?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우리 아내가 임신했을 때 이야긴데요. 우리 아내는 결혼한 첫날부터 임신한 상태였습니다. 하하. 그래서 그 좋아하는 술을 못 마셨죠. 그래서 저도 임신 기간 동안 술을 끊어 버렸습니다. 제가 앞에서 마시고 있으면 아내가 너무 마시고 싶을 테니까요.

사실 술, 담배는 어쩌면 다음 이야기에 비해 상당히 양호한 내용이랄 수 있습니다. 다음은 저희 어머니에 대한 겁니다. 어머니를 끊었다는 것이 아니고요. 우리 어머니의 자식사랑은 불도저급입니다. 덕분에 어머니의 의도와는 다르게 형수님은 강력한 ‘시월드’ 속에 살았습니다. 10년 넘게요.

형수님의 아들들의 이름도 어머니가 지어오셨고, 명절엔 당연히 시댁을 먼저 가는 것이었고요. 시댁은 형 집이랑 가까운 서울이고, 처가댁은 구미였는데 말이죠. 제가 보기엔 말이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처가댁이 더 멀고, 다녀오는 길에 서울을 들리는 것이 동선상 훨씬 더 깔끔했습니다. 게다가 어머니도 자식들 이름을 짓고 싶으셨듯이 저도 제 자식 이름을 짓고 싶었단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결혼 후에 어머니 룰을 끊고, 제 딸의 이름은 제가 짓고 명절엔 거리가 더 먼 처가댁을 먼저 가기로 했습니다. 문제라고 인식된 것을 바꾸니까 또 행복해 지더라고요.

어쩌면 위처럼 행동할 수 있는 것은 제가 제 인생의 주인으로 살고 있어서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한번 밖에 못 사는 인생인데도 자신이 주인이 아닌 양 수동적으로 살고 있습니다. 내가 능동적으로 선택해서 상황을 바꿀 수 있음에도 그러지 못한다는 거죠.

쉬운 예로 누가 날 화나게 하면 그냥 화가 납니다. 누가 날 슬프게 하면 슬퍼지고요. 마치 작용-반작용처럼요.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저는 분노와 슬픔을 불행으로 간주합니다. 그래서 누군가 나를 불행하게 하려 하는데, 그대로 불행해 지는 것이 자존심 상해요. 저는 이걸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봅니다. 화나게 했을 때 화를 내는 것도 제가 선택하고, 슬프게 해도 슬플지를 제가 선택한다는 거죠. 불행은 내 것이 아니니까요.

운전을 하다보면 이런 순간들이 많이 있습니다. 바쁘게 어딜 가고 있는데, 갑자기 깜빡이도 켜지 않고 내 앞으로 훅 들어오는 그런 상황. 그럼 놀라서 급브레이크를 밟죠.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 나에게 불행을 가지고 온 겁니다. 대부분 여기서 화가 나서 경적을 욕처럼 빵빵 눌러댑니다. 여기서 더하면 문을 열고 앞차로 찾아가는 상황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다행히 나의 뛰어난 운동신경으로 차를 멈춰 세웠고, 너의 차를 박지 않았어. 나한테 고마워해라, 꼬맹아! 앞으로 운전 조심하고. 나 아니었으면 너 사고 났어, 인마! 네 차가 고급차라서 이러는 거 아니다! 감히 너 따위가 내 행복한 시간을 방해하는 것은 그냥 보고만 있지 않으려는 거야.’ 그리고 다시 기분 좋게 운전을 합니다.

우리 삶엔 이처럼 당사자도 모르고 가져오는 불행들이 많습니다. 그런 불행들을 일일이 받아주면 불행한 시간만 늘어날 뿐입니다. 내가 내 삶의 주인이니 행복하고 불행한 것도 내가 결정하는 겁니다.

본지에 할애된 부분이 이쯤까지라서 더 이상 제가 늘 행복한 이유를 알려드릴 수 없음이 안타깝네요.

요즘 세상을 보면 뜨거운 물로 설거지를 하는 갱년기 엄마를 보는 것 같습니다. 정말 여차하면 터지죠. 코로나 때문에 화가 나고, 집에만 있어서 힘들고, 나만 고생하고 있는 것 같고, 우리 경기만 어렵고, 미운 사람, 이해 못할 사람, 욕하고 싶은 사람이 넘쳐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라고 해서 불행하게 살아야 하나요? 우리는 한번 밖에 못사는데 꼭 그래야만 하겠습니까? 하루하루를 더 가치 있게 소중하게 행복을 누리며 살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자신이 지금 뭘 하고 있는 건지, 내 상태가 어떤지 돌아 볼 필요가 있어요. 한번 적어보세요. 불행하다면 왜 불행한지, 그 이유를 조목조목 적어보세요. 행복하면 왜 행복한지 적어 보시고요. 그리고 그 내용을 보세요. 그 안에 내가 스스로 바꿀 수 있는 부분이 얼마나 있는지요. 어쩌면 적어 놓은 이유들이 전부 누군가에 의한 수동적 행복과 불행이었을 수 있습니다. 스스로 행복해지려고 노력해야 행복해 질 수 있습니다. 행복은 셀프에요.

 

<개그맨 이정수 프로필>
- 현) 네이버 칼럼니스트
- 현) EBS 라디오 행복한 교육세상(라행세) 출연
- 이리예 주양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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