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수의 유머학개론] 개그맨 커플이 이혼하지 않는 이유
[이정수의 유머학개론] 개그맨 커플이 이혼하지 않는 이유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0.06.29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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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수 개그맨 겸 주부작가
이정수 개그맨 겸 주부작가

저는 개그맨은 자살하지 않고, 개그맨 부부는 이혼도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오래 전부터 해왔습니다. 그러던 중에 최근에 ‘1호가 될 순 없어’라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개그맨 부부가 이혼하지 않는 이유를 적어 볼까합니다. (프로그램 리뷰는 아닙니다!)

우선 개그맨커플은 서로 눈치가 좋아서 착착 맞춥니다. 이것을 개그맨들 사이에선 감이 좋다고 표현하는데요. 그 감이 서로 안 맞으면 코너를 같이 짤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코미디프로를 잘 보면 코너를 같이 하던 사람들끼리 또 다른 코너도 함께 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을 겁니다.

비슷한 이유로 외부 게스트 스타들이 코너에 섭외가 돼도 그들과 함께 회의 하지는 않습니다. 개그맨들은 한 코너를 만들 때 구성원이 전부 모여서 회의를 하지만, 일회성 게스트가 있을 때는 개그맨들이 구성을 다 짜고 그 게스트가 할 부분까지 만들어서 연기만 하면 되게끔 만들어 주죠.

외부 게스트의 스케줄을 고려한 방법이라기보다는 이 방식이 개그맨도 편하고 시간도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개그맨이 아닌 사람과 개그 회의는 어려운 일이거든요. 그만큼 서로의 감이 중요합니다. 그러니 코너도 아니고 결혼까지 한 개그맨 커플의 눈치는 말해 뭐합니까? 강재준-이은형 부부를 보고 있으면 그냥 대화하는 것이 이미 짜인 콩트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부부싸움의 상당부분은 이 눈치가 없어서 생기잖아요. 그러면 개그맨 커플은 부부싸움을 하지 않을까요? 당연히 하죠. 그런데 좀 날이 덜 선다고 할까요?

부부싸움을 하게 되면 눈과 혀에 날이 서고, 그 날이 예리할수록 상대에게 상처가 깊어집니다. 상처가 깊으면 치유에도 당연히 시간이 오래 걸리죠. 치유의 시간이 길다는 것은 그만큼 냉랭한 시간이 길어진다는 겁니다.

그런데 개그맨들은 눈과 혀가 동글동글합니다. 화를 내도 진짜 화내는 것 같지 않다는 것이죠. 개그프로그램에서 많이 보셨을 겁니다. 답답이 캐릭터가 등장해서 깡패 같은 캐릭터가 막 화를 내고, 그 답답이 캐릭터가 시원하게 웃기는 장면이요.

‘코미디빅리그’에선 최성민과 이진호가 이런 개그를 많이 합니다. 그런데 최성민이 화를 내는 것을 보면 전혀 무섭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진호가 웃길 수 있는 거죠. 만약에 최성민이 아니라 최민수 배우 같은 분이 했다면 살벌해서 웃을 수 있을까요?

아무튼 이렇게 동글동글한 눈과 혀로 싸움을 해봐야 상처가 그리 크지 않으니 치유의 시간도 상대적으로 짧습니다. 게다가 개그맨들은 상대를 웃기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상처치유에도 도움이 되죠.

유머라는 것은 화해의 메시지입니다. 미운 사람에게 유머를 할 수 없잖아요. 그리고 미운 사람이 시답지 않게 웃기려고 하면 더 미우니, 미운 마음이 누그러질 때쯤에 유머를 하거나 미운 마음이 누그러질 정도로 재미있는 유머를 해야 하죠. 여기에 상대가 웃기라도 하면 그 다음은 이야기가 편해집니다. 웃으며 넘어간다는 표현이 있죠. 그겁니다.

부부싸움이라는 것이 잘잘못을 가리기가 사실 좀 애매합니다. 거의 쌍방잘못이죠. 그런데도 누가 잘못했는지를 결정하고, 사과를 받고 끝내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냉전이 오래 갈 수밖에요. 그냥 넘어가도 되는 일도 있는데요. 넘어갈 것은 좀 넘어가줘야죠. 가정은 직장이 아니니 넘어가는 일이 많으면 관계가 자연히 좋아집니다.

개그맨들이 또 그렇게 잘 넘어갑니다. 이해심이 상당히 넓죠. 보통 사람은 이해 못할 정도로요. ‘웃겼으면 됐어!’라는 개그맨의 마인드가 그 넓은 이해심의 방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런닝맨에서 유재석과 이광수가 티격태격하면서 유머를 만듭니다. 그 중에 유재석이 이광수의 마이크를 정리해주는 척하면서 따귀를 날리는 장면이 종종 나왔었는데, 다들 웃겨 죽습니다. 본인들도 웃기고요. 그런데 이게 개그맨이니까 이해가 돼서 웃는 거지, 일반인이었으면 큰 싸움으로 번질 수 있을 겁니다.

한동안 높은 이혼율로 악명이 높았던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웃자고 했던 농담반 진담반의 이야기들이 녹화 후에 진담 가득으로 진지하게 변했을 것이고, 그것이 안 좋은 결과로까지 이어진 것이 아닌가 추측해봅니다. 그런데 개그맨 커플들은 어떤 무리수를 두고 유머를 해도 웃겼으면 됐다고 넘어가니 찐하게 진지한 상황은 잘 생기지 않습니다.

이것도 개그맨 커플이 이혼하지 않는 이유가 되겠습니다. 진지한 순간을 잘 못 견딥니다. 어쩌다 조금 진지해질라치면 그 순간이야 말로 웃기는 절호의 찬스거든요. 그러면 진지하던 분위기에 한바탕 웃음꽃이 핍니다. 그러면서 느슨해지고요. 이것이 소위 ‘쥐었다 폈다’입니다.

쥐었다 폈다는 개그와 연기의 고급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긴장과 이완을 적절히 사용해서 몰입감과 재미를 만들어 내는 것이죠. 이모선배님이 이 쥐었다 폈다의 달인이십니다. 사업이 잘됐다 망했다를 반복하시어 박모선배님의 인생에 몰입감과 재미를 잔뜩 불어 넣어 주셨다고 하셨죠. (웃음)

마지막으로 개그맨 커플의 최대 장점이랄 수 있는 것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바로 뻔뻔함입니다. 이 뻔뻔함이 여기저기서 활용이 되겠지만 결정적으로 결혼생활 중에 가장 중요한 부분에서 빛을 발합니다.

결혼생활은 낮보다 밤이 중요하죠. 그런데 밤의 활동은 한번 틀어지거나 고민이 생겼을 때, 자존심 때문에 말을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서 곪아서 결국 관계의 실종으로 이어지죠. 관계가 실종되면 거의 해법이 없기 때문에 실종되지 않게 신경 쓰는 것이 최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하고 싶은 말을 뻔뻔하게 할 수 있어야 하는 거죠.

박준형-김지혜 부부가 그것 예약제로 뻔뻔 능력을 잘 보여줬는데요. 그걸 사전에 미리 예약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일단 재미있고, 그것을 대외적으로 이야기 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둘이선 어떤 더한 이야기도 할 수 있을 겁니다.

아! 그리고 개그맨 커플의 특징이라기보다는 개그우먼의 강점이라서 마지막에 소개를 해드리는 건데요. 바로 생활력입니다. 개그맨들은 생활력이 아주 강합니다. 설령 방송을 못하게 된다고 해도 가지고 있는 유머력과 뻔뻔함, 말재주, 친화력으로 어떻게든 먹고 삽니다. 위기에 빠졌다가 다시 재기에 성공한 개그맨의 일화는 아주 많이 들어 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개그맨보다 개그우먼이 더 대단하다는 것이죠.

팽현숙 선배님의 재테크 능력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습니다. 집을 10채가 넘고, 순댓국 사업도 성공하고, 남편에겐 땅문서를 선물하는 분이죠. 사실 저는 제 딸에게도 “네가 너의 가정의 가장이 될 수 있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집의 세대주가 우리 아내인 것처럼요. 여차하면 가장을 바꾸면 된다는 거죠. 부부가 서로 믿는 구석이 되어 어깨에 부담을 줄여 줄 수 있으니 사이가 좋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겁니다.

개그맨 부부들이 이혼하지 않는 이유를 짧게나마 정리해 봤습니다. 그런데 저 내용들을 적은 진짜 이유는 개그맨 커플은 이혼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하니까 이혼하지 않는다를 말하고 싶었던 겁니다.

어떤 부분은 실행 가능한 부분도 있을 것이고, 어떤 부분은 무리인 부분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장사 잘 되는 집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듯이 행복한 가정엔 다 이유가 있으니 잘 살펴보시고 벤치마킹 하시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마무리하니까 진짜 ‘1호가 될 순 없어’ 홍보 글 같네요. 진짜 아닌데요. 뭐 그렇다고 보지 말라는 뜻은 아닙니다. 하하하!! 개그맨 커플들 파이팅!!) 

<개그맨 이정수 프로필>
- 현) 네이버 칼럼니스트
- 현) EBS 라디오 행복한 교육세상(라행세) 출연
- 이리예 주양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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