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수의 유머학개론] 말머리가 바뀌면 결과가 바뀝니다
[이정수의 유머학개론] 말머리가 바뀌면 결과가 바뀝니다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0.05.07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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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수 개그맨 겸 주부작가
이정수 개그맨 겸 주부작가

글을 쓰려고 컴퓨터 앞에 앉으면 하얀 화면을 한참 보고 있습니다. ‘말머리를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 고민하느라 그렇죠. 고민 끝에 말머리를 쓰면 그 이후는 어느 정도까지 쭉쭉 써집니다.

‘말머리’, 참 기가 막힌 말 아닙니까? 달리는 말도 머리를 움직여서 방향을 정하는데, 우리가 하는 말도 말머리로 뒷내용이 많이 결정됩니다. 그래서 평소에 하는 말의 말머리로 좋은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육아와 본인의 삶에 상당히 좋은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우리 부모들은 습관적으로 “NO!”를 많이 사용합니다. ‘안 돼! 그거 하지 마!’ 일단 귀찮거나 조금만 위험하면 안 된다는 말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하죠. 여기서 끝나면 좋은데, 아이가 따집니다. ‘왜 안 되는데?! 나는 하고 싶은데!’ 이러면서 줄다리기를 하죠. 그럼 경험상 7대 3정도의 비율로 결국 아이는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하게 됩니다.

참 무의미하게 에너지가 낭비되는 부정적인 대화법입니다. 심지어 신뢰와 권위도 같이 떨어집니다. 그러니 가능하면 말을 “YES”로 시작해 보세요. 일단 말머리를 ‘그래! 좋아’로 시작을 하면 다음은 알아서 말이 만들어 질 겁니다.

일전에 제 딸과 모래가 있는 놀이터에 간 적이 있었습니다. 다른 부모들도 꽤 많이 나왔더라고요. 애초에 모래가 있는 놀이터에 왔다는 것은 모래를 만지게 하겠다는 것이죠. 그런데 그곳에서도 습관적인 NO가 나옵니다.

“안돼! 신발로 모래를 훑으면. 신발 망가지잖아!”

“안돼, 모래 위에 앉지 마! 옷이 더러워지잖아.”

당연히 아이는 바닥에 앉아서 모래놀이를 했고, 신발로 모래를 찼습니다.

“아이고~ 진짜! 너는 왜 이리 말을 안 듣니?”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죠. 이 흔한 장면을 잘 뜯어보면 말머리에 문제가 있습니다. 여기서 부모는 아이에게 통제를 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아이는 그 통제를 무시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했죠. 그로인해 그 부모는 일정부분 무시해도 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아이는 자제력이 약하고, 말을 안 듣는 아이가 되어 버렸죠.

결국 이것은 계속 반복될 겁니다. 너무 안타깝죠. 그런데 말머리를 습관적으로 YES로 하면 상황이 많이 달라집니다. 일단 모래놀이터에 갈 거니까 그에 걸맞은 의상을 준비하겠죠. YES할 거니까요.

당연히 놀이터에 도착해서 모래놀이를 할 수 있게 허락해주겠죠. 아이는 신나서 장난감을 풀고 바닥에 앉아서 놉니다. 그러면 좀 있다 부모에게 같이 하자고 부릅니다.

“그래! 같이 하자!”

그리고 모래바닥에 같이 앉아서 놀이를 합니다. 결국 이 아이는 부모의 말을 어긴 것이 전혀 없습니다. 게다가 부모와 함께 하고 싶은 마음까지 들죠. 그리고 나중에 일어나서 옷도 둘이 같이 털어야 하기 때문에 사후처리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서 배울 겁니다. 부모의 권위는 살았고, 아이는 말 잘 듣는 아이가 됐습니다.

그리고 아이의 입장에선 부모가 웬만한 것은 YES할 줄 알고 있기 때문에 부모의 눈치를 보지 않고 과감하게 물어 봅니다. 사람이 모르는 것이나 물어보고 싶은 것은 물어 볼 수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NO를 많이 하면 거절 당할까봐 무서워서 안 물어보고 몰래 합니다. 몰래하고 또 혼나겠죠.

물론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말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 범위를 진짜 끝까지 안 될 것 같은 경우만 빠르게 판단해서 안 된다고 말하고, 나머지는 YES를 한 후에 행동을 잡아가도 됩니다.

“여기서 씽씽이 타도 돼?”라고 묻는 아이의 질문에

“아니! 여긴 위험해서 안 돼. 저쪽 가면 타!” 이게 아니라

“그래. 근데 잠시 주변이 안전한지 볼까? 오, 저쪽이 더 안전하겠다. 저쪽에서 타자!” 이런 식인 거죠. 이렇게 긍정적인 말머리가 말 전체를 긍정적으로 끌고 가 줍니다.

요즘처럼 이웃과 친해지기 쉽지 않은 때에도 말머리만 잘 선택하면 좋은 관계, 좋은 대화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우리 이웃 중에 이런 분이 있었습니다. 주로 엘리베이터에서만 마주치던 분이었는데, 처음 이사 오셨을 때부터 쉽지 않은 분이었죠. 한번은 엘리베이터에 타시기에 제가 먼저 인사를 건넸습니다.

“안녕하세요! 최근에 이사 오셨나 봐요?”

“네. 아~ 근데 이 동네 너무 짜증나지 않아요? 길이 너무 막히죠? 살 수가 없어요!”

“아…. 그래요…. (난 되게 살기 좋던데)”

“엘리베이터도 너무 안 오고! 살 수가 없어요!”

그냥 안면을 트려고 인사를 한 건데, 이렇게 폭풍 불만을 듣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 또 다시 그분을 만났습니다.

“안녕하세요!”

“그 집엔 하수구 냄새 안 나요? 저희집은 살 수가 없네요!”

“저흰 별로…. (물을 잘 부어주면 괜찮던데)”

“그리고 이 동네 너무 시끄럽지 않아요? 살 수가 없어요!”

“저는 괜찮던데…. (창문이 방음 잘 되던데)”

제가 웬만한 이웃과는 다 친하게 지내는 편인데 이 아주머니와는 어렵더라고요. 어쩌면 저랑 친해지고 싶지 않아서 아주머니가 일부러 큰 그림을 그렸나 싶기도 하지만,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아무튼 이 정도면 진짜 살기 싫으신 것 같은데, 안타깝게도 그분은 그 집이 자가입니다.

만약 이 분이 말머리에 ‘이 동네’가 아니라 ‘우리 동네’라고 시작했다면 뒷말이 좀 듣기 편하게 바뀌었을 겁니다. 자신이 포함된 곳을 비난하긴 쉽지 않거든요.

우리가 흔히 습관처럼 사용하는 많은 부정적인 말머리들을 긍정적인 말머리로 의식적으로 바꿔서 사용해 보세요. 물론 마음의 상태가 언어에 반영이 되겠지만 반대로 언어습관이 마음에 반영되기도 합니다.

“이야~ 다행이다. 이정도면 진짜 잘 된 거야.”

“역시 난 운이 좋아! 이게 이렇게 되네?”

“그럴 수 있어. 살다보면 사람이 그럴 수 있지.”

“대박! 진짜야?! 너무 잘 됐다!”

“사랑해! 보고 싶었어.”

말머리를 행복한 쪽으로 돌려놓고 달려보세요. 금방 행복한 결승점에 도착할 겁니다.

 

<개그맨 이정수 프로필>
- 현) 네이버 칼럼니스트
- 현) EBS 라디오 행복한 교육세상(라행세) 출연
- 이리예 주양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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