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수의 유머학개론] 코로나 시대에 가족 살리기
[이정수의 유머학개론] 코로나 시대에 가족 살리기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0.08.31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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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겸 주부작가 이정수
개그맨 겸 주부작가 이정수

요즘 우린 참 힘든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42년 평생을 살면서 비가 이토록 오래 온 적이 있었나 싶은 기록적인 폭우, 끝날 것 같았던 코로나의 대유행 롤러코스터, 도무지 상식으론 이해가 안 되는 사건들까지. 힘든 일은 몰려온다더니 역시 선배님들의 말은 진리입니다.

아무튼 이런 상황에 우리가 더 지켜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가족입니다. 최소한 이런 힘든 상황 속에서도 가족만큼은 똘똘 뭉쳐서 팀워크를 발휘해야죠. 바깥세상도 힘든데, 집안까지 힘들어서야 되겠습니까?

제가 대학 다닐 때는 누군가 노래 한소절하면 흥을 돋우기 위해 ‘살리고~ 살리고~’이런 후렴구를 넣어 다음 노래를 끌어내곤 했습니다. 바로 지금이 우리 가족을 ‘살리고~ 살리고~’ 해야 할 때입니다. 죽이지 말고요.

먼저 전화가 오면 목소리를 한 톤 올려서 받아주세요.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상당히 힘든 일입니다. 전화를 건 쪽은 이유가 있어서 전화를 걸었을 겁니다. 중요한 일이든 안부 같은 내용이던 말이죠. 하지만 최소한 핸드폰을 들고 상대가 무엇을 할까? 생각하고 버튼을 누르고 전화를 했을 거란 말이죠.

그때 전화를 받는 배우자가 반가운 느낌으로 “어! 전화했네?! 왜~? 그랬구나~ 밥 먹었어? 그래, 나도~” 이렇게 받아만 줘도 전화 건 사람은 상당히 힘이 납니다. 애써 전화를 걸었는데 화난 사람처럼 퉁명스럽게 전화를 받으면 괜히 전화했나 싶고, 기분이 상해서 사기가 떨어지잖아요. 가족끼리 살려주질 못할망정 말이죠.

최근에 저도 이런 경험을 했습니다. 아버지께 낮에 전화를 했습니다. 워낙 술 없이는 말씀이 없으신 분이고, 우리가 자주 통화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도 날이 더우니 괜히 걱정돼서 전화를 걸었죠. 그런데 전화를 받으신 아버지의 반응이 평소와 상당히 달랐습니다.

평소에는 전화를 걸면 마치 회사 상급자의 전화를 받으신 것처럼 ‘예에~~’ 이렇게 올려 받으시다가 저인 것을 확인하시고는 톤이 훅 떨어져서 ‘어…. 그려…. 어쩐 일이여? 밥은?’ 이렇게 된단 말이죠. 전화번호를 확인하지 않고 받으시니까요. 그러면 저도 기분이 다운되죠. 그런데 그 날은 달랐습니다. 전화를 받으시는데 이미 저인 걸 알고 받으신 모양입니다.

“어, 아들! 어쩐 일이여?!”

저도 덩달아 신이 나서 톤이 같이 올라갔습니다.

“아, 네! 날이 너무 더워서 일하는데 괜찮으신가 싶어서요.”

“아, 그럼 괜찮지! 아부지가 철인 아니냐?! 철인! 하하하!”

“하하, 역시 우리 아부지! 괜히 걱정돼서 전화했는데, 걱정 안 해도 되겠네요?!”

아버지랑 술 마시지 않고 평생 처음으로 서로 농담하며 크게 웃어본 것 같습니다. 이렇게 75세의 아버지의 기분 좋은 목소리를 듣고 나니까 저도 하루 종일 기분이 좋더라고요. 그러니까 서로 전화를 걸 때 ‘이 사람은 나의 사장님이다!’ 생각하고 톤 좀 올려 주세요.

아이들의 기분을 살려 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아이들이 기분 좋으면 컨트롤이 잘 돼서 여러모로 수월하거든요.

우리는 종종 아이들에게 어려운 부탁을 받습니다. 그런데 난해하거나 사정이 힘들거나 귀찮아서 그냥 다른 대안을 제시하는 경우들이 많아요. 그리고 그 대안들로 유도하기 위해 아이를 설득하거나 혼내서 의지를 꺾어 놓곤 하죠. 그럼 아이들은 뭔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지만 그냥 꿍하고 넘어갑니다.

사실 이때 그 아이들은 알고 있습니다. 이것이 최선이 아님을요. 5살만 되어도 아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것을 얘기해봐야 소용없고 무슨 말을 들을지도 알기 때문에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우겨넣은 겁니다. 그러니까 아이의 요구에 최선을 다해주고 최선임을 보여주세요. 그런 것이 쌓여서 신뢰가 되고 리더십이 됩니다. 더불어 이해까지 받을 수 있죠.

우리 집은 제가 주양육자입니다. 그래서 딸이 친구를 만나고 싶다고 하면 제가 전화를 돌려야 하죠. 엄마들에게요. 그거 참 쉬운 일이 아닙니다. 되게 뻔뻔해야 돼요. 엄마들끼리는 나름 동질감이 있겠지만 아빠는 약간의 벽이 있거든요. 그 벽을 모른 척하고 엄마인양 다가가야 합니다. 그래서 제가 점점 아줌마처럼 되는 것 같아요(웃음).

아무튼 딸이 놀고 싶다는 친구의 엄마들에게 전화를 돌립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이 좀 바쁩니까? 만나고 싶다고 해서 만나지기가 쉽지 않죠. 게다가 부모의 사정이라는 것도 있으니 단번에 승낙 받기가 어렵습니다. 그럼 또 다른 친구에게 전화를 돌리고, 또 돌리고, 그러다가 만날 수 있는 친구가 생기기도 하죠.

사실 저도 연예인인데, 딸 친구의 엄마들에게 전화 돌리면서 거절당하고 싶지 않습니다. 자존심 상해요. 근데 최선을 다하는 거죠. 그리고 그 과정을 아이에게 보여줍니다. 그러면 아이를 속이지 않아도 되고, 의지를 꺾을 필요도 없습니다. 스스로 이해하고 수긍하니까요. 심지어 어쩔 수 없다며 제 어깨를 다독여 줄 때도 있습니다. 이렇게 이해와 공감, 노력으로 자녀와의 관계도 살리고, 기도 살릴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건 스스로를 살리는 방법인데요. 스마트폰을 손에서 좀 놓으세요. 요즘 시대에 너무 필요한 살리기 방법입니다. 요즘 스마트폰 속 환경이 우리가 행복하기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 환경은 짧은 시간에 주목을 많이 받게끔 조리되어 있기 때문에 이토록 자극적인 요리가 없습니다. 상당히 자극적인 인스턴트 음식이죠. 그래서 계속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화가 나는 겁니다. 화가 나면 그 에너지는 반드시 어디론가 분출이 돼야 합니다. 그러니 인터넷 세상은 늘 분노로 뜨거울 수밖에 없는 거겠죠.

안 좋은 음식은 적게 먹는 것이 건강에 좋고, 건강을 위해 간헐적 단식을 하듯이 스마트폰도 간헐적 단식을 해보는 겁니다. 시간을 정해놓고 금식을 하는 거죠. 저는 간헐적 단식 시간을 주로 16시간을 잡습니다. 이렇게 핸드폰을 안 잡는 시간을 정해놓고 지키는 거죠.

그런데 이것도 실제 금식과 비슷해서 그냥 무작정 안 하면 못 견딥니다. 그 사이에 다른 것을 해야 하죠. 개인적으론 책읽기를 추천 드립니다. 인터넷의 빠른 호흡에 익숙해져서 헐떡거리며 읽는 것을 좀 멈추고 긴 글의 호흡을 느껴보세요.

원래 책을 학습처럼 자기계발의 도구로 사용했었다면 이제는 일종의 치료목적으로 읽으라는 겁니다. 진짜 큰 효과를 보실 겁니다. 확실히 생활 속 호흡이 느려집니다. 너무 중요한 것이죠. 지금 시대는 조용한 숨고르기가 필요합니다. 제가 요즘 이것의 효과를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 도심의 고층 아파트 밀집 지역에 살면서 시끌벅적하게 바쁘게 지내다가 최근에 조용한 숲속의 집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공부는 적성이 아닌가 싶던 7살 딸이 집중력이 좋아져서 숙제도 혼자 척척해내고, 책도 스스로 잘 읽는 겁니다. 진짜 학습 태도가 너무 좋아졌습니다. 그러다가 드디어 일을 냈죠. 전교 1등을 했습니다. 물론 몇 명 안 되는 유치원에서요.(웃음) 영어 테스트가 있었는데, 100점을 맞은 친구는 이 친구뿐이라기에 그냥 제가 전교 1등으로 명했습니다.

거참! 이게 뭐라고 그리 신나더라고요. 아이에게 부모 이상을 바라지 말자는 것이 제 철학이거든요.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니까요. 그래서 공부 말고 뭘 시켜야 할지 늘 고민이었는데, 이 친구 잘하면 공부를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웃음)

자, 기억하세요! 행동해야 해요. 이 글을 읽고 실행하지 않으면 이 또한 스마트폰 속 인스턴트일 뿐입니다. 힘든 시기에 가족만이라도, 우리 집만이라도 편안한 울타리가 되어 주면 좋겠습니다. 구성원이 들어오고 싶은 그런 곳으로 만들어 봐요. 그러기 위해 서로 살려주세요. 어떻게 하는 것이 가족을 살리는 것인지 스스로의 방법도 찾아보시고요. 

 

<개그맨 이정수 프로필>
- 현) 네이버 칼럼니스트
- 현) EBS 라디오 행복한 교육세상(라행세) 출연
- 이리예 주양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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