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본격 등교 개학에 커지는 ‘민식이법’ 논란
초중고 본격 등교 개학에 커지는 ‘민식이법’ 논란
  • 지태섭 기자
  • 승인 2020.05.27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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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시행 한 달 남짓, 사고 확 줄었지만 법 위반 사례 잇따라
첫 사망사고 발생·불안한 운전자들…운전자보험 가입 증가세
어린이 보호구역 안전수칙 (사진 = 도로교통공단 제공)

[베이비타임즈=지태섭 기자]  코로나19가 진정되고 학생들의 등교수업이 본격화되면서 일명 ‘민식이법(도로교통법·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 3월 25일 시행된 민식이법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학교 개학이 연기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파장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이달 들어선 분위기가 달라졌다. ‘민식이법’ 위반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27일부터 초등학교 개학이 본격화되면서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에서 교통량이 늘어 사고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민식이법에 대한 시선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운전자 사이에선 과잉 처벌이라는 불만이 있다. 반면 스쿨존 내 교통사고를 줄이려면 필요한 조치라는 의견도 많다. 

여기에 법의 형량만을 갖고 이야기 하는 것보다 모든 운전자 본인들이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 법을 잘 지키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 구로구 신도림초등학교 정문 앞 어린이 보호구역 (사진=지태섭 기자

◆ 스쿨존 첫 사망사고 발생…법 위반 사례 잇따라

지난 3월 25일 어린이보호구역 내 운전자의 안전의무 위반 시 가중처벌하는 ‘민식이법’이 시행되고 법 위반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여기에 더해 지난 5월 21일에는 첫 사망사고까지 발생하면서 법에 대한 논란은 더 심화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법의 가중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 모든 운전자 본인들이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 법을 잘 지키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민식이법’ 1호 위반 사례는 법이 시행된지 이틀만인 지난 3월 27일 경기도 포천시의 한 유치원 인근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만 11세의 어린이를 차량으로 들이받아 다치게 한 사고이다. 

이 사고를 낸 운전자 A(46·여)씨는 불구속 입건됐다. 3월 25일 민식이법이 시행된 지 이틀 만에 발생한 사고이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A씨가 사고 당시 시속 39㎞로 차량을 운전한 것으로 추정하고 민식이법을 위반했다는 판단 아래 이 법을 전국 최초로 적용했다. 

A씨는 경찰조사에서 “어린이보호구역이라 조심한다고 했는데 마음이 급했는지 30㎞를 넘긴 것 같다”고 말했다.

피해 어린이는 횡단보도가 아닌 도로 위를 갑자기 뛰쳐나왔고 A씨가 미처 대응을 못해 사고가 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어린이는 팔 골절로 전치 6주 진단을 받았다.

부산에서도 어린이보호구역 내 횡단보도를 지나는 어린이를 친 차량 운전자가 이른바 ‘민식이법’으로 처벌받을 예정이다. 

부산 연제경찰서는 지난 4월 23일 특가법(어린이보호구역치상) 위반 혐의로 30대 운전자 A씨를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3월 31일 부산 수영구의 한 교차로에서 자신의 승용차를 몰고 가다가 어린이보호구역 내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는 B양(12)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B양은 전치 2주의 부상을 당했다. 이는 부산 내 민식이법 첫 적용 사례이고 지난 3월 27일 있었던 민식이법 1호 사건에 이어 전국에서 2번째(사건일 기준)로 민식이법이 적용된 사례다.  5월 들어서는 민식이법이 적용되는 스쿨존에서 첫 사망사고도 나왔다. 지난 5월 21일 전북 전주에서 엄마와 함께 서 있던 두 살배기 남자아이가 불법 유턴을 하던 차량에 치여 숨졌다.  

전북 전주덕진경찰서 등에 따르면 5월 21일 낮 12시 15분경 덕진구 반월동에 있는 스쿨존에서 A군(2)이 B씨(53)가 몰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치였다. 

B씨는 왕복 4차로 도로에서 불법 유턴을 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A군은 출동한 119구조대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사고 당시 현장에는 A군의 엄마가 함께 있었으며 B씨는 사고 당시 술을 마시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운전자가 사고 당시 과속을 했는지 등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며 “조사 결과를 토대로 구속영장 신청 및 민식이법 적용 여부를 종합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운전자보험 판매현황 (사진 = 금감원 제공)
운전자보험 판매현황 (사진 = 금감원 제공)

◆ 불안한 운전자들, 운전자보험 가입 잇따라

스쿨존 내 교통사고에 대한 운전자의 처벌을 대폭 강화한 ‘민식이법’이 3월 25일 시행되자 운전자보험 가입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법 시행 이후부터는 상대적으로 경미한 보행자 사고에도 최소 500만원의 벌금을 물 수 있는데다 보행자 과실이 큰 사안에서조차 처벌을 면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주요 손해보험사들도 불안감이 커진 운전자들을 겨냥해 운전자보험의 보장범위를 일제히 확대하며 경쟁에 나서고 있다. 

삼성화재·현대해상·KB손보·DB손보 등 주요 손해보험사들은 기존 최대 2000만원 수준이던 벌금 보장 한도를 3000만원까지 상향 조정했다. 최근 민식이법 시행에 따라 스쿨존 사고 시 벌금이 최대 3000만원으로 강화돼서다. 

이들 보험사들은 운전자보험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진 만큼 보장을 강화해 상품을 개정 출시하고, 이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도 아끼지 않는 분위기다. 운전자보험은 교통사고 발생 시 운전자 또는 상대방의 피해를 보장한다는 점에서 자동차보험과 유사하게 느껴지나 보장내용에서 차이가 있다. 

교통사고 발생 시 민사·형사·행정적 책임이 발생하는데 그 중 손해배상 등 민사적 책임은 자동차보험으로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구속·벌금 등 형사적 책임과 면허정지·취소 등의 행정적 책임은 운전자보험으로 해결해야 한다.
또 자동차보험은 의무보험이지만 운전자보험은 형사적·행정적 책임을 보완하는 보험으로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보험은 아니다. 그럼에도 최근 민식이법의 영향으로 운전자보험 신규 가입도 잇따르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4월 한 달간 운전자보험 신계약 건수는 83만건으로 올해 1분기 월평균 대비 2.4배나 된다. 4월 말 현재까지 운전자보험 가입건수는 총 1254만건에 이른다. 특히 주요 손해보험사들은 올 4월부터 벌금 및 형사합의금 보장한도 등을 높이거나 새로운 담보를 추가한 신상품을 출시하면서 운전자보험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민식이법 도입 후 처벌이나 보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손해보험사별로 관련 상품 가입이 크게 늘었다”면서 “일부 보험모집자(설계사, GA대리점)가 기존 보험이 있음에도 추가로 가입토록 하거나, 기존 운전자보험을 해지토록 유도하는 등 불완전 판매가 우려되므로 운전자보험에 가입하고자 하는 운전자의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성화재·현대해상·KB손보·DB손보 등 주요 4개 손해보험사의 4월 운전자보험 신규 계약 건수는 61만7556건에 달한다. 전년 동기대비 30% 이상 증가했다. 

◆ 운전자 경각심 및 운전 습관 개선 필요하다

민식이법의 긍정적인 영향력을 주목하는 시선도 있다. 한 경찰청 관계자는 “민식이법 시행 이후 스쿨존 내에서 속도위반 단속량이 확연하게 줄었다”며 “스쿨존에선 제한 속도(30㎞)보다 더 낮게 운전하면서 전방을 주시하는 운전 습관이 정착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스쿨존 내에선 매년 400건이 넘는 어린이 교통사고가 발생한다.

일부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운전자 사이에선 ‘어린이는 교통 약자’라는 인식이 부족했다”며 “민식이법은 스쿨존에서 운전을 조심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줬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다만 운전자의 부주의로 보기 어려운 사례에 대해서도 강한 처벌을 적용하는 부분은 논란의 소지가 크다고 봤다. 이어 “어린이가 갑자기 뛰어들었을 때 운전자가 피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과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도구나 기법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식이법이 논란이 커지면서 일부에서는 운전자들의 기존 운전 습관에도 문제가 많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기존에 일부 운전자들은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도 보행자가 없다고 속도를 줄이지 않고 통과하는 등의 운전 습관을 보여왔다.  

법적으로는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 어린이 통학차량이 앞에 있을 경우에 차량을 앞질러 갈 수 없지만, 일부 운전자들은 빨리가기 위해서 차량을 피해 중앙선을 침범해 가는 위험한 운전을 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또한, 전문가들은 민식이법의 입법 취지는 여전히 중요하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박병철 변호사는 “민식이법은 어린이보호구역 운영제도 도입 취지대로 운전자가 아닌 보행자인 아동을 우선 보호하기 위한 법 개정안”이라며 “민식이법을 반대하는 여론이 상당하다는 점도 알지만, 두 아이를 키우는 개인적 입장에서 지지할 뿐 아니라 법적 안정성 차원에서도 최소 3년간은 시행해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민식이법 시행 이후 일부 운전자들에게서 운전 습관이 개선된 부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아직도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 조심스럽게 운전하는 운전자들은 드문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민식이법에 대한 논란은 법 위반 사례가 계속 나오면 그때마다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논란 이전에 운전자들의 운전 습관의 개선이 우선적으로 필요해 보인다.  

모든 운전자들이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 법을 잘 지키고 안전 운전을 한다면 법을 위반하는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질 것은 분명하다. 

민식이법은 스쿨존 내 단속 카메라 설치 의무화 등을 담고 있는 ‘도로교통법’과 스쿨존에서 안전운전 의무 부주의로 어린이 사망·상해 사고를 낸 가해자를 가중처벌하는 내용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2건을 지칭한다.  지난해 9월 충남 아산의 스쿨존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김민식(당시 9세)군 이름을 딴 이 법률 개정안들은 국회를 통과해 지난 3월 25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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