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원한다, 얘기 들어주고 존중해 줄 것을
아이들은 원한다, 얘기 들어주고 존중해 줄 것을
  • 이진우 기자
  • 승인 2018.05.01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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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아동복지연구소 김은정 소장 5월 가정의달 인터뷰
아동청소년 행복지수 OECD 최하위·저출산·성폭력 등 '부끄러운 현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아동복지연구소 김은정 소장.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아동복지연구소 김은정 소장.

[베이비타임즈=이진우 기자]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 날과 어버이날이 함께 있어 가족과 구성원인 부모·자녀의 소중함을 되돌아보고 일깨우는 시기다.

베이비타임즈는 국내 대표적인 아동복지·권리 후원 및 연구기관인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산하 아동복지연구소 김은정 소장으로부터 가족공동체의 복원, 아동·청소년 보호, 저출산 등 사회문제들을 어떻게 지혜롭게 풀면서 발전적으로 매듭지어야 하는지 의견을 들어보았다.

 

올해로 70주년 맞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아동복지연구소의 주된 관심 영역은 무엇인가.

“지난해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발표한 ‘2016년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에서 한국은 82점으로 조사 대상 OECD 회원국 22개국 중 최하위다. 재단과 연구소는 주된 관심은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까, 저출산을 극복하는 문제이다.

또한 우리 사회를 아동친화적으로 변화시키고, 그런 분위기로 확산하는데 힘쏟고 있다.

사실 우리 사회가 그동안 어른 중심으로 진행해 온 트렌드를 이젠 유아동 어린이에게로 넓혀야 한다. 동시에 출산율을 높이는데도 기여하고자 한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기본적으로 빈곤아동에 관심 가져왔다. 하지만 지금은 ‘사각지대 아동’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 정부의 아동 지원이 많이 이뤄지고 있음에도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이 꽤 있다. 가족해체에 따른 아이뿐 아니라 최근에는 국내에 거주하는 난민아이들도 늘어나고 있는데 전혀 혜택을 못받으며 생존권을 위협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단도 난민 등 해외아동을 돕고 있지만 다문화가족의 해체로 한국에서 태어난 한국국적의 아이들이 다시 보호자의 나라로 돌아가 전혀 지원을 못받고 어렵게 살고 있는 등 사각지대에 처해 있어 재단이 나서 도움을 손길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재단에서 우리 아이들이 왜 행복하지 않은가를 직접 아이 얘기에 귀 기울여보자는 취지에서 온-오프 라인으로 신청을 받아 조사한 적이 있다.

국내 아동청소년 8600명 가량에게 당선되는 대통령에게 원하는게 무엇인지, 뭐가 바뀌었으면 좋은지 의견을 물었다.

응답 내용의 절반인 50% 가량이 교육 관련으로 가장 많았다. 구체적으로 교육시간을 축소해 달라, 대신에 놀이공간 및 예체능 시간을 늘려달라, 학교시험을 축소해 달라, 입시제도를 개선해 달라 등의 요구들이었다.

교육 외에도 아동 대상 폭력을 근절시켜달라, 지하철의 승객 손잡이를 아이의 키에 맞춰 짧은 것도 만들어 달라, 어른들이 ‘초딩’이라는 어린이를 비하하는 언어폭력을 자제해 달라, 미세먼지의 대기오염을 개선해 달라는 등 다양한 의견도 많았다.

이 같은 의견들은 결국 부모들이 자녀의 여가와 놀이에 상관없이 공부에만 올인해 좋은 대학 가서 사회에서 나은 위치를 차지하도록 하는 욕심이 개입된 결과로 볼 수밖에 없고, 아이들은 이에 저항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자기 목소리, 의견을 존중해 달라는 호소였다.

한편, 최근 재단 차원에서는 학교 주변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해 달라고 지방자치단체에 요청해 놓은 상태이고, 학교 앞 횡단보도 구역을 어린이 교통안전지대인 옐로카펫으로 지정해 450개 가량 설치했고, 아동 성폭력 사건에 공소기한을 두는 것을 폐지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하는 등 적지 않은 성과를 도출해 냈다.”

서울 무교동에 위치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건물의 외부 모습.
서울 무교동에 위치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건물의 외부 모습.

빈곤아동 구제 벗어나 다문화·난민·가정해체 등 사각지대 아동에 관심을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 아동복지나 권리 신장도 아이가 전제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점에서 저출산 문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기본적으로 ‘낳은 아동을 잘 키우자’고 강조한다.

그리고 저출산 극복을 위해 기본적으로 주거비, 교육비 문제 해결이 전제돼야 한다고 본다. 아울러 부모의 다자녀 출산 및 양육을 위한 일·가정 양립 문화도 확산 안착돼야 한다.

젊은세대들에게 결혼하고픈 생각이 줄어드는 이유는 여성의 할 일이 너무 많아서 그렇다고 본다. 여성들은 여전히 결혼하면 손해가 많다는 인식이 팽배한데 이를 불식시켜야 하는데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또한 한국사회에는 보육원 아이, 베이비박스(미혼모) 아기, 난민아동, 다문화아이들이 많아 성장하고 있다. 많은 아이돌봄 정책도 있지만, 이런 아이들의 성장과 양육을 돕는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

가령, 다문화지원센터 등에 인력을 늘려 다문화 출신 부모를 위한 재가 방문 한국어교육 지원, 취업 지원 등이 쉬워져야 한다.

앞에서 언급한 사각지대 아동청소년 지원을 위한 국가 차원의 인프라 확충이 중요하다.”

오는 9월부터 시행되는 아동수당 지급을 평가해 달라.

“일단 문재인 정부에서 아동수당을 시작한 것에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 일찍부터 전문가들은 아동수당 도입을 주장해 왔다. 일본에선 아동수당을 15세까지 지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수혜 범위를 만 5세 이하로 시작했지만 앞으로 만 10세(이하)까지로 확대해야 한다.

아동수당 10만원은 어려운 가정에 큰 도움이 된다고 본다. 자녀를 학원에, 수학여행에 보낼 수 있는데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덧붙인다면 아동수당에 출산 인센티브가 적용되기를 바란다. 다자녀가정에 한자녀가정과 똑같은 10만원을 지급할게 아니라 셋째, 넷째 아이에게 국가가 더 많은 수당을 지원해 준다면 출산율 향상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물론 당초 공약과 달리 전체 아동에 수혜가 돌아가지 않은 점은 아쉽다.

우리나라가 산업화시대에 많은 인구와 높은 교육열을 성장동력으로 잘 발전해 왔는데, 지금은 그 후유증으로 공동체의식이 없어지고, 다른 사람을 눌러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개인주의 경쟁의식이 지배하고 있다. 출산율을 올리기 위해선 공동체의식 회복이 필요하며, 이를 바탕으로 세대간 상생과 공존의 국민의식이 형성돼야 한다.”

김은정 아동복지연구소장이 외부 강연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김은정 아동복지연구소장이 외부 강연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놀이에 관심 많고 참여 의식 높아진 아이에게 가족·사회와 소통 넓혀줘야

올들어 성희롱, 성폭력 피해자의 ‘미투(#MeToo)운동’이 폭풍처럼 휘몰아쳐 우리 사회의 성평등인식과 문화에 전기를 제공하고 있다. 그 와중에 최대 약자인 아동 미성년자 성폭력 피해자의 실태는 가려져 있는데 아동권리 보호 측면에서 특별한 관심을 받을 필요가 있지 않은가.

“우리나라가 과거 남성 위주 사회에서 현재 양성평등으로 가면서 계몽인식 실태를 파악하지 못한 남성들이 저지른 나쁜 폐해 때문에 미투운동이 일어났다고 본다.

과거 전쟁이나 사회격변기 때마다 최대 피해자는 아이와 여성이었음에도 이들은 약자로서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없었다. 그런데 페미니즘 운동으로 여성들이 성인이 되면서 양성평등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그렇지 못하다. 미성년자 성폭력 피해는 주로 가족과 친지 등 주변 지인들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다.

20년 전쯤에 아동보호기관에 일했던 시기에 삼촌이 여자조카를 상습적으로 성폭행하고 한 집에서 살았음에도 사회의 묵인 하에 처벌되지 않은 사례를 직접 보기도 했다. 구속할 법도 없는 현실이었다.

이제는 미투운동이나 양성평등, 전문기관 등이 사회에서 관심 갖고 특별법이 제정되는 등 사회적 계몽이 이뤄지는 현상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또한 직장내 성희롱 성폭행도 많은데 권력이나 위계를 이용해 가해지는 성폭력은 근절돼야 한다.

제도적으로는 아동 성폭력 피해 문제는 전국에 50개에 이르는 아동보호 전문기구와 피해신고 채널(대표전화 112)이 운영되고 있는 만큼 피해자나 조력자들이 좀더 적극 이용해 주면 좋겠다.”

곧 5월 가정의 달과 어린이날이 다가온다. 요즘 어린이날은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가.

“저출산 심화로 갈수록 아이들을 보는 게 힘들어지고 있다. 어린이날에도 어른들은 많은데 아이는 1명인 광경이 흔하다.

한 사례로 우리 재단 직원 중에도 어린이날 나들이에 가면서 아이 1명에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아빠뿐 아니라 삼촌, 고모(이모) 등 6~8명의 어른이 총동원된다는 얘기를 들었다.

또한 아이를 많이 안 낳다보니 ‘외동이 증후군’이 나타나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지역주민과 네트워크를 많이 갖고, 아이를 자꾸 또래집단과 어울리도록 해 주고, 단체나 집단 놀이를 익혀 사회성을 배우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남들에게 양보도 하고 좌절하는 법도 배우면서 성장하도록 하는게 바람직하지 않겠는가. 외동이들이 사람들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키워야 한다.”

지난 촛불시민혁명과 대선 기간 전후로 부쩍 청소년들이 선거권 연령을 만18세로 낮춰달라는 요구가 나오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나쁘지 않다고 보며 찬성한다. 요즘은 17, 18세 청소년들이 정치를 비롯한 여러 다방면에서 홍보력이 뛰어나고 그만큼 빠르게 성숙한 의식을 보이고 있다.

사실 저를 포함한 기성세대는 산업일꾼으로 장시간 일하고 회사에 충성한 대가로 현재의 성장 열매를 맛보았다면, 지금 청소년은 그렇지 않다. 일자리를 얻기 힘든데도 3D(기피)업종이나 중소기업에선 일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를 개선하려면 사회적 역할이나 직업에서 개인의 재능에 맞게 일할 수 있는 노동 환경 및 직업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

월급 격차를 좁혀주면서도 자기 일에 만족하고 충실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 풍토가 조성돼 청년들이 현실에 맞는 진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 주면 좋겠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간략하게 소개해 달라.

“올해로 설립 70주년을 맞아 현재 국내 46개, 해외 23개 후원회에 40만명 가량의 후원회원이 가입해 있다.

‘나눔보다 위대한 명예는 없다’는 모토로 활동하는 후원회는 소외계층 아이 후원활동뿐 아니라 나눔문화 전파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후원자와 후원아동이 함께 하는 나눔음악회를 비롯해 ‘기부+공연+예술+관계’를 콘셉트로 한 자선파티 ‘행복한 하루’, 개그맨 이홍렬의 락락페스티벌 외에도 아프리카·남미 지역의 부족한 식수 및 오염된 물로 고통받는 아동들에게 깨끗한 물과 위생시설을 설치해 주는 ‘워터 포 차일드(WATER 4 CHILD)’ 같은 해외사업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동복지연구소를 중심으로 ‘차일드 프랜들리 소사이어티(Child Friendly Society, 아동친화사회)’ 아젠다에 맞춰 아동친화학교, 아동친화기업, 아동친화가족 등 아동친화 콘텐츠를 발굴 개발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우리나라가 궁극적으로 아동청소년들이 각자 재능을 갖고 꼭 대학을 가지 않더라도 자기 재능을 발휘해 사회에 기여하면서 자기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며, 재단도 의미있는 도움을 주는데 노력할 것이다.

아울러 2011년 출범한 아동복지연구소도 지난 7년 동안 총 60권의 연구물, 7건의 학술지 게재 등 성과를 거뒀고, 연 2회씩 현재까지 모두 14회 포럼을 치르면서 국제적인 위상과 영역을 넓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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