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느리게의 소중함
[교육칼럼] 느리게의 소중함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6.05.12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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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승범 서울경인초등학교 교사
방승범 서울경인초등학교 교사

요즘 부모들은 아이의 재능을 빨리 찾아주고 싶어 한다.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어떤 분야에 가능성이 있는지를 일찍 알고 싶어 한다.

그래서 아이가 그림을 조금 잘 그리면 미술 쪽에 재능이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고, 계산을 빠르게 하면 수학을 더 깊이 시켜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한다. 노래를 잘하거나 몸을 잘 쓰는 모습을 보면 음악이나 운동 쪽으로 길을 열어줘야 하는 것은 아닌지도 생각하게 된다.

이는 아이를 위하는 마음에서 출발한다. 부모는 아이가 가진 가능성을 놓치고 싶지 않다. 혹시 아이에게 특별한 재능이 있는데 그것을 너무 늦게 알아차려 기회를 놓치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기도 한다.

특히나 주변에서 일찍부터 한 분야를 시작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더 급해진다. 우리 아이만 아무것도 정하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아이의 재능은 정말 빨리 찾아야만 하는 것일까? 그리고 부모가 생각하는 재능이 정말 아이의 재능일까?

초등학생 시기의 아이들은 여러 면에서 성장하는 중이다. 좋아하는 것도 자주 바뀌고, 잘하는 것도 시기에 따라 다르다. 어느 날은 그림 그리기에 푹 빠졌다가도 며칠 뒤에는 축구에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책 읽기를 좋아하던 아이가 갑자기 만들기에 몰두하기도 하고, 발표를 어려워하던 아이가 어느 순간 친구들 앞에서 자기 생각을 또렷하게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어른들은 아이의 이런 모습을 너무 빨리 하나의 이름으로 정하려 할 때가 있다. “우리 아이는 문과형이야.”, “이 아이는 수학 머리가 있어.”, “얘는 예체능 쪽이 맞는 것 같아.”와 같이 생각한다.

물론 아이를 관찰하고 특성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문제는 그 관찰이 너무 빠르게 확정으로 이어질 때다. 아이의 가능성을 살피는 일과 아이의 길을 미리 정해버리는 일은 다르다.

재능은 아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아이를 가두는 이름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림을 좋아한다고 해서 반드시 미술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계산을 잘한다고 해서 수학만 잘하는 아이로 볼 필요도 없다. 아이가 어떤 활동에서 즐거움을 느끼는지 살펴보는 일은 중요하지만, 그것을 곧바로 진로의 방향으로 연결하는 것은 조심스러울 필요가 있다.

초등학생에게서 보이는 재능은 완성된 형태라기보다 반응에 가깝다. 어떤 일을 할 때 시간이 가는 줄 모르는지, 어려워도 다시 해보려 하는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반복해서 하는 것이 있는지, 활동을 마친 뒤 표정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볼 수 있다. 좋은 결과를 냈는지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아이가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도 함께 봐야 한다.

부모의 조급함이 커질수록 아이는 자신이 좋아하던 일에서도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처음에는 즐겁게 시작한 활동이 어느 순간 잘해야 하는 일이 되기도 한다.

그림을 좋아해서 그리던 아이가 미술학원 평가를 신경 쓰기 시작하고, 공을 차는 것이 즐거웠던 아이가 경기 결과 때문에 눈치를 보게 되기도 한다. 책을 좋아하던 아이가 독서량과 독후감 평가에 지치기도 한다.

아이가 좋아하는 일이 부모의 기대와 연결되는 순간, 그 일은 더 이상 순수한 즐거움만은 아니게 된다. 아이는 “내가 이걸 계속 잘해야 하나?”, “부모님이 실망하면 어떡하지?”, “그만두고 싶다고 말하면 안 되는 걸까?” 같은 생각을 할 수 있다. 재능을 찾아준다고 생각했던 부모의 마음이 아이에게는 기대에 맞춰야 하는 부담으로 느껴질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부모가 아이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필요하다.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려면 여러 활동을 해볼 기회가 있어야 한다. 다만 중요한 것은 경험의 목적이다. 그 경험이 아이를 빨리 분류하기 위한 과정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이 아이가 어느 분야에 맞는지 빨리 찾아내야 한다”는 마음이 앞서면, 아이는 경험을 탐색이 아니라 시험처럼 받아들일 수 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정답을 찾듯 재능을 찾아내는 시간이 아니라 여러 경험 속에서 자신을 알아가는 시간이다. 어떤 것은 재미있지만 오래 하고 싶지는 않을 수 있다. 어떤 것은 처음에는 어렵지만 시간이 지나며 좋아질 수도 있다. 어떤 활동은 잘하지만 좋아하지 않을 수 있고, 어떤 활동은 아직 서툴지만 계속해보고 싶을 수도 있다. 이런 차이를 알아가는 과정 자체가 초등 시기에는 중요한 배움이 된다.

이 과정에서 부모에게 필요한 태도는 선택보다 관찰에 가깝다. 아이 대신 길을 정해주기보다, 아이가 어떤 순간에 살아나는지를 바라보는 것이다. 아이가 무엇을 할 때 질문이 많아지는지, 어떤 활동을 하고 난 뒤 다시 해보고 싶어 하는지, 실패했을 때 쉽게 포기하는지 아니면 다시 시도하는지 살펴보는 태도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그만둘 수 있는 여지를 주는 일이다.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가 어떤 활동을 시작했다가 금방 싫증 내는 모습이 걱정될 수 있다. 물론 모든 것을 쉽게 그만두는 태도는 주의해야 하지만 아이가 어떤 활동을 그만두고 싶어 한다고 해서 그것을 곧바로 끈기가 부족한 것으로만 볼 수는 없다.

아이에게는 해보면서 맞지 않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도 필요하다. 어떤 활동이 생각보다 재미없을 수도 있고, 방식이 아이와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처음의 호기심이 오래 지속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것은 실패라기보다 자기 이해의 한 과정일 수 있다.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는 것만큼, 무엇이 자신과 맞지 않는지 아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는 아이의 재능을 빨리 찾아줘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어쩌면 더 중요한 것은 빨리 찾는 일이 아니라 오래 바라보는 일일 수 있다.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경험 속에서 성장하는지, 어떤 실패를 지나 다시 시도하는지 지켜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이의 재능은 어느 날 갑자기 발견되는 보물처럼 나타나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아이가 살아가는 과정에서 천천히 자라난다. 아이가 경험하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고, 좋아하고, 때로는 그만두는 과정에서 조금씩 드러나는 자기 자신의 모습일 수 있다. 그러므로 아이를 위해 어른이 해야 할 일은 가능성을 서둘러 확정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자신의 가능성을 천천히 만나갈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일일지도 모른다.

 

<방승범 교사 프로필>
- 서울경인초등학교 교사
- 서울교대 학사 및 동 대학원 졸업
- 디지털 교과서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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