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기다림에 대한 생각
[교육칼럼] 기다림에 대한 생각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6.01.19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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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승범 서울경인초등학교 교사
방승범 서울경인초등학교 교사

초등학생의 한 차시 수업 시간은 40분이다. 초등 교실의 40분은 늘 빠듯하다. 교실 안에서는 이 40분 동안 많은 내용을 다루고 다양한 활동을 하며, 일정한 학습 성과까지 요구받는다. 짧은 시간 안에 ‘가르쳐야 할 것’은 늘 많다.

사실 어른들도 40분짜리 회의나 강의를 끝까지 집중해서 듣기 어렵다. 초등학생에게는 이 시간이 더욱 길게 느껴질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아이들에게 이 시간이 충분하다고 여기고, 오히려 더 많은 내용을 담아내려 한다.

우리나라 교육과 외국의 교육을 비교한 자료를 보면, 초·중등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는 대체로 높은 편에 속한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로 자주 언급되는 것은 ‘많은 내용을 가르쳐 왔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 교육과정은 전통적으로 학습 내용을 촘촘하게 구성해 왔고, 교사는 정해진 시간 안에 이를 전달해야 했다.

아이들이 어떤 내용을 잘 알고 문제도 잘 푸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선생님의 충분한 설명, 여러 번의 안내, 잘 정리된 내용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설명 위주 수업, 흔히 말하는 주입식 수업을 꼭 나쁘게만 볼 수는 없다. 기본 개념을 빠르게 알려 주고, 공부 방향을 또렷하게 잡아 주는 데에는 분명한 장점이 있다.

재미있는 점은 교육과정이 바뀔 때마다 거의 빠지지 않고 나오는 말이 있다는 것이다. 바로 “학습량을 줄였다”, “공부 부담을 덜었다”는 표현이다. 하지만 실제 학교 현장의 선생님이나 학부모들은 공부할 양이 크게 줄지 않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아마 다음 교육과정이 바뀔 때도 비슷한 설명이 또 나올 것이다. 그만큼 ‘짧은 시간에 많은 걸 가르쳐야 하는 구조’는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에 많은 내용을 가르쳐야 하다 보니, 교실에서는 자연스럽게 어떤 수업 방식이 쓰이게 된다. 대부분 그 답은 ‘설명이 많은 수업’이다. 교사가 말하고, 학생이 듣는 방식이 가장 효율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설명 중심 수업은 시간을 아끼고, 빠짐없이 내용을 전달할 수 있다. 그래서 이런 수업 방식은 오랫동안 교실의 기본 형태로 자리 잡아 왔다.

문제는 설명이 많아질수록 선생님이 교실 안에서 아이들의 반응을 알아채기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아이가 잘 이해하고 있는지, 생각을 따라오고 있는지, 아니면 이미 놓치고 있는지를 교사가 말하면서 알아차리기란 쉽지 않다.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이거나 조용히 앉아 있지만, 그런 모습이 꼭 이해했다는 뜻은 아니다.

설명이 많은 수업에서 자주 보이는 모습은 ‘조용한 교실’과 ‘수동적인 태도’다. 교사가 질문을 해도 바로 대답이 나오지 않고, 활동을 시켜도 아이들의 손이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그럼 교사는 아이들이 집중하지 않는다고 느끼고, 아이들은 점점 말할 기회를 잃는다. 그러다 보면 수업은 또다시 설명만 늘어나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이런 수업에서는 아이의 반응보다 교사의 말이 수업 흐름을 이끌게 된다. 교사는 다음 설명을 준비하고, 아이는 그 설명을 따라가야 한다.

아이들의 생각은 말로 표현되기 전 단계에서 멈춰 있을 때가 많지만, 교실에서는 그런 시간을 충분히 기다려 주지 못한다. 결국 아이의 생각은 정리되기보다 다음 설명에 묻히게 되고, 수업은 겉으로 보기엔 잘 진행되는 것처럼 보여도 아이들의 활동은 점점 줄어든다.

이 지점에서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아이들이 조용한 건 정말 다 이해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생각할 시간조차 없었던 걸까? 설명을 줄이고 기다려 주기 시작하면, 교실 분위기는 조금 달라진다. 교사가 말을 멈추면 처음엔 어색한 정적이 흐른다. 아이들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주변을 둘러보거나, 연필을 만지작거리거나, 친구를 쳐다본다. 이 시간은 어른 눈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조금만 더 기다려 보면, 그 조용한 시간 속에서 아이들은 저마다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어떤 아이는 천천히 말을 꺼내고, 어떤 아이는 손을 들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다. 이런 기다림은 아이가 스스로 생각을 키워 가는 시간이다.

기다린다는 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교사나 부모에게는 가장 어려운 선택일 수 있다. 설명해 주고 싶고, 알려주고 싶고, 정답으로 이끌고 싶은 마음을 잠시 멈춰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기다림 속에서 아이는 ‘듣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이 된다.

아이가 말을 천천히 꺼내거나, 표현이 어설퍼 보여도 그 과정을 기다려 주는 것이 필요하다. 설명이 줄어들면 아이는 오히려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수업이 잠시 느려지거나 멈춘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느림은 아이 마음속에서 생각이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기다린다는 건 단순히 시간을 비워 두는 일이 아니라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는 일이기도 하다. 설명을 줄이면 교사는 아이의 말과 표정을 더 세심하게 살펴보게 되고, 아이는 자기 생각이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럴 때 교실에서 오가는 건 단지 지식만이 아니다. ‘생각해도 괜찮다’는 메시지 역시 함께 전해진다. 이 메시지는 아이가 다시 말해 볼 용기를 갖게 되는 바탕이 된다.

어쩌면 초등 교실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설명이 아니라 조금 더 기다려 주는 태도일지도 모른다. 아이가 말을 꺼내기까지, 생각을 정리하기까지의 시간을 믿고 지켜보는 것. 그 기다림이 아이의 배움에 어떤 변화를 불러오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방승범 교사 프로필>
- 서울경인초등학교 교사
- 서울교대 학사 및 동 대학원 졸업
- 디지털 교과서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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