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허가’ (사)한국반려동물실명이력제협회 피해 주의보
‘무허가’ (사)한국반려동물실명이력제협회 피해 주의보
  • 김기태 전문기자
  • 승인 2022.09.25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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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서울시로부터 협회의 ‘사단법인’ 취득 안해
사단법인 명칭 사용할 수 없음에도 ‘사단법인’ 간판 내걸어
협회 주소지, 구두수선센터 있는 길거리 간이시설로 밝혀져
밴드회원 이름 없거나 같은 이름 중복 사용 ‘회원 부풀리기’

[베이비타임즈=김기태 전문기자] “유기견 없는 대한민국을 만든다”는 취지를 내세워 회원을 모집하고 반려동물 분양사업을 추진하는 ‘(사)한국반려동물실명이력제협회’가 실상은 법인 설립 여부도 불명확한 무허가 단체인 것으로 드러났다.

농림축산식품부나 서울시로부터 ‘사단법인’ 명칭 사용을 허가받지도 않은 상태에서 버젓이 ‘(사)한국반려동물실명이력제’라는 이름을 사용해 회원을 모집하는가 하면 협회 주소지도 구두수선센터가 있는 길거리인 것으로 확인됐다.

회원을 모집하고 있는 네이버의 ‘(사)한국반려동물실명이력제협회’ 밴드 회원들도 이름이 없거나 같은 이름으로 중복 가입하고 성명이 있어도 같은 사진을 쓰는 등 허위 회원을 내세워 회원 부풀리기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네이버 밴드 (사)한국반려동물실명이력제협회, 소재지 서울시 중구 퇴계로 '구두수선센터'
네이버 밴드 (사)한국반려동물실명이력제협회에 게재된 협회 회장의 협회 소개 글. 주소지가 서울시 중구 퇴계로 '구두수선센터'로 돼 있다.

25일 농림축산식품부와 서울시에 따르면 ‘(사)한국반려동물실명이력제협회’는 ‘사단법인’ 성격의 협회라는 간판을 내걸고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회원을 모집하고 ‘DNA 실명제’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농림축산식품부나 서울시로부터 사단법인 설립 허가를 받지 않았다.

농식품부 동물복지정책과 H씨는 “우리 기관에서는 (사)한국반려동물실명이력제협회 허가가 나가지 않았다. 접수 또한 되지 않았다”며 “사단법인을 사칭해 각종 이권 사업에 참여하거나 사람들한테 공신력을 얻기 위한 것 같은데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서울시 동물보호과 Y씨는 “한국반려동물실명이력제협회는 생소한 이름이고 법인 등록 관련 서류를 인수받은 것 자체가 없다”면서 “현재 검토 중인 사단법인 관련 건수는 3건인데 한국반려동물실명이력제협회 관련 건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서울시 사단법인 관련 행정국 J씨는 “아직 법적으로 제약할 방법이 없다 보니 그 점을 이용하여 사단법인 사칭을 하는 것 같다. 속이려 들면 기관 역시 속을 수밖에 없다”며 “사칭을 하는 단체들로 인해 피해를 입지 않기를 바란다”고 우려를 표했다.

‘(사)한국반려동물실명이력제협회’ 주소지로 표시된 장소에 있는 구두수선센터 간이시설.
‘(사)한국반려동물실명이력제협회’ 주소지로 표시된 장소에 있는 구두수선센터 간이시설.

이 단체가 만들어 운영하는 포털 사이트 네이버 밴드 ‘(사)한국반려동물실명이력제협회’에 표시된 협회 주소지는 서울시 중구 퇴계로에 있는 ‘구두수선대’로 간이 시설물인 것으로 확인됐다.

협회 주소지로 등록돼 있는 구두수선센터 사업주는 본지와 전화 통화에서 “(구두수선대를) 인수 받은 지 약 3개월 됐다. 전 주인은 약 20년여 간 영업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사)한국반려동물실명이력제협회’가 행정 당국에 ‘사단법인’으로 등록하지도 않은 채 사단법인 명칭을 사용하고 주소지도 불명확한 상태에서 회원을 모집하는 등 대대적인 홍보까지 하면서 반려인과 반려동물 사업자들을 현혹하는 것이다.

또한 ‘(사)한국반려동물실명이력제협회’ 밴드 회원 665명 중 이름 없이 ‘no name’으로 표시된 회원은 49명, 같은 이름으로 표시된 회원이나 이름은 있으나 같은 사진을 사용해 ‘중복 가입’이나 ‘허수 회원’ 의혹이 있는 회원도 상당수다.

최근 이 단체의 회원으로 가입 했다가 탈퇴한 O씨는 “이게 뭐예요? 사단법인으로 알고 가입했다가 깜짝 놀랐어요”라며 “여기 밴드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반려동물을 좋아하고 정부에서 인가한 사단법인으로 알고 안심하고 가입할텐데 회원 수 늘려 이득을 취하려는 얄팍한 수작인 것 같다”고 분노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기관에서는 면밀하게 살펴보고 사단법인 인가를 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no name, 같은  사진에 이름 가입일만 다른, 중복된 이름
‘(사)한국반려동물실명이력제협회’ 밴드 회원이 no name, 같은 이름 중복, 다른 이름에 같은 사진이 게시된 회원 명단. (사진='(사)한국반려동물실명이력제협회' 밴드 갈무리) 

이와 관련, ‘(사)한국반려동물실명이력제협회’ 회장 H씨는 “사단법인은 농림부에 신청했다가 반려 되어 서울시로 등록 접수하려고 하며 이 모든 건 법무사가 일임해서 맡고 있다. 그리고 ‘가칭’을 사용한다”고 해명했다.

H씨는 이어 “밴드에 600여명 들어와 있는 것으로 근자에 만든 것도 아니고 몇 년 전에 만들어 놓은 것으로 영리 목적이 아니다”며 “불특정 다수가 그냥 들어오기 때문에 가입한 이름 없는 회원들, 또 같은 얼굴에 이름만 바꾼 회원, 같은 이름을 쓰는 중복된 회원 또한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H씨는 또 “(가칭)한국반려동물실명이력제협회 주소지는 ‘구두방’ 주소가 아니며, 밴드에 기재된 주소지는 잘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본지 취재 후 네이버 밴드 ‘(사)한국반려동물실명이력제협회’는 밴드 홈페이지 전면 사진 교체와 함께 단체 이름도 ‘(사)한국반려동물실명이력제협회’를 ‘가칭)(사)한국반려동물실명이력제협회’로 부랴부랴 변경했다.

(사)한국반려동물실명이력제협회에서 (가칭)사. 반려동물실명이력제협회 비교 밴드 오픈 방에서 비공개 전환
(사)한국반려동물실명이력제협회는 본지 취재 후 명칭을 가칭)(사)반려동물실명이력제협회로 황급히 변경하고 밴드를 오픈 방에서 비공개로 전환했다.

‘(사)한국반려동물실명이력제협회’ 회장 H씨는 유전자(DNA) 정보 기술을 활용해 반려동물 유실·유기 예방 사업을 추진하는 ㈜도그코리아 회장을 맡고 있다.

도그코리아는 지난 6월 유전자 정보를 이용해 반려동물 분양 시부터 실명으로 등록 후 분양하는 시스템을 통해 반려동물의 유실·유기를 예방하기 위해 한국유전자정보연구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도그코리아는 한국유전자정보연구원에서 최신 DNA 분석 기술로 분석해 유전자 고유식별번호가 부여된 반려동물은 분양자의 정보와 함께 도그코리아, 한국유전자정보연구원, 한국반려동물실명이력제협회에서 등록 및 관리한다고 강조했다.

‘(사)한국반려동물실명이력제협회’ 회장과 ㈜도그코리아 회장을 겸하고 있는 H씨가 실체가 불분명한 ‘(사)한국반려동물실명이력제협회’를 내세워 ‘DNA 실명제’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도그코리아의 핵심사업인 DNA 활용 유전자 등록 시스템, 총판 시스템, 밀양 펫월드타운 등 대규모 유통 시스템 등도 실현 가능성에 의문 제기가 불가피해 보인다.

도그코리아는 최근 ‘관계사의 대표이사 영입’ 보도자료를 통해 “(주)도그코리아는 유전자(DNA) 정보 기술을 활용해 반려동물 유실·유기 예방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밀양 펫월드타운에 대해 1년 동안 보완을 거쳐 금년 7월에 건축허가를 득한 바 있다”고 밝혔으나, 현재 해당부지의 소유권이 없고 소유주부터 사용승낙확인서만을 얻은 상태에서 “매입했다”고 허위 홍보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도그코리아는 지난해 1월 “경남 밀양시 상동면 일대 약 1만평 부지를 계약해 매입했고 이곳에 ‘펫월드타운’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언론과 SNS를 통해 알리면서 “전국적으로 유통관리 총판과 지사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내기도 했다.

또 지난 7월 15일에는 “경남 밀양 펫월드타운은 지하 1층~지상 3층 총 1800평 규모로 건축되며 7월 30일 공사 착공식을 진행하고 2023년 1월 완공 예정”이라고 밝혔다.

도그코리아는 앞서 올해 1월 강화군 화도면 내리 산337번지 일대 15필지 4300여평도 매입했고 건축설계에 착수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를 했다.

하지만 두 곳 모두 토지등기부등본에는 도그코리아 소유로 등재되지 않아 해당부지 매입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사)한국반려동물실명이력제협회’ 회장 겸 ㈜도그코리아 회장 H씨는 “밀양 땅의 토지주 L씨한테 허가를 받아서 진행하게 됐고 이번에 인수 작업에 들어가면서 프로젝트 파이낸싱(PF)를 일으켜 동시에 자금이 들어간다. 토지주 하고는 상당히 좋은 사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부동산 업체 관계자 L씨는 “토지나 건물 매입은 소비자 또는 고객에게 건실하게 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니 안심하고 투자 또는 상품을 구매해도 된다는 유인책”이라면서 “그런데 부지를 확보하지 못했거나 건축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자금을 모집하는 것은 투자자들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밀양 매입, 강화 매입 홍보
‘(사)한국반려동물실명이력제협회’ 회장인 H씨가 회장을 맡고 있는 ㈜도그코리아가 매입했다고 허위 홍보를 한 밀양 펫월드타운 부지 및 강화 펫월드타운 부지 홍보물 내용.

한편, 도그코리아는 ICO(백서) 기반으로 만든 APC(올펫코인) 100억개를 플랫폼 반려동물 케어 사업을 위해 다단계로 판매하다 2019년 이를 60억개로 줄여 플랫폼을 업그레이드한 뒤 반려동물 전반유통 CPC코인(실용코인/생태계코인)을 만들어 총판 및 지사, 지인 소개 등을 통해 판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약 3-4년 전부터 5개 국내 거래소(업비트,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에 상장한다는 점을 내부 통신망을 통해 알렸으나 현재까지 상장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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