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영 변호사의 법률창] 조심해야 할 사이버 학교폭력
[윤미영 변호사의 법률창] 조심해야 할 사이버 학교폭력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2.07.01 16:2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미영 경기도학교안전공제회 고문변호사
윤미영 경기도학교안전공제회 고문변호사

요즘 아이들은 직접 만나서 말하는 것보다 SNS, 채팅방 등을 통해서 대화하는 것이 더 익숙하고, 편하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상황에서 직접 만나 얼굴을 보고 얘기하는 경험은 줄어든 대신 사이버 공간이 익숙해진 탓일 것이다.

이 때문인지 최근에는 사이버 학교폭력도 증가하는 추세다. 교육부가 발표한 ‘2021년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이버폭력의 비중이 2019년에 비해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폭력예방법은 ‘학교폭력’의 유형으로 ‘사이버 따돌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음란·폭력 정보 등에 의하여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규정하고 있다.

또 ‘사이버 따돌림’이란 ‘인터넷, 휴대전화 등 정보통신기기를 이용하여 학생들이 특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속적, 반복적으로 심리적 공격을 가하거나, 특정 학생과 관련된 개인정보 또는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상대방이 고통을 느끼도록 하는 모든 행위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발생하는 ‘사이버 학교폭력’의 유형은 모욕, 명예훼손, 성희롱, 스토킹, 따돌림 등으로 다양하다. 그리고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생각하지 못했던 행동들이 학교폭력으로 판단받기도 한다. 예를 들면 메신저에서 무심코 한 발언이나 장난으로 친구의 얼굴이 웃기게 나온 사진을 단톡방에 올리는 행동들이 학교폭력에 해당하기도 한다.

요즘 학생들이 단체 카톡방이나 채팅방에서 욕설이나 성적인 발언을 해 문제가 되는 사건이 증가하고 있다. 학생들 스스로는 사소한 성적 농담이라거나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과격한 표현 정도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으나 나중에 학교폭력 행위로 판단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특히 피해학생이 대화방에 없는 경우 피해학생이 알 수 없으니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피해학생 없는 단톡방에서 한 욕설도 학교폭력

최근 피해학생이 없는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한 욕설도 학교폭력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중학생 A는 친구 10명이 모인 카카오톡 단톡방에서 피해학생 B를 대상으로 욕설을 했다. 피해학생은 이 단톡방에 없었으나, 나중에 본인을 상대로 A가 욕을 한 사실을 알았고, 이후 우울장애 등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이에 A는 학교폭력 가해학생으로 서면사과 처분 등을 받았는데, A는 “단톡방에서 욕설한 행위는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처분을 취소하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는 “단톡방에 있던 학생들 여러 명이 불만을 토로하는 상황에서 동조해 우발적이고 일회적으로 분노의 감정을 표출한 것에 불과하고, 피해 학생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의도와 공연성이 없으므로 명예훼손, 모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단톡방에 피해학생이 없었더라도 욕설을 한 것은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 “채팅방 구성원이 서로 친한 사이라도 피해 학생들에 대한 모욕의 전파 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 없다”며 “실제로 이후 피해 학생들이 알게 된 점까지 고려하면 공연성이 없었다고도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리고 법원은 “A는 자신의 발언이 표현의 자유 범위 내 있다고 주장하지만, 욕설 수위 등을 보면 허용 수준의 표현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피해 학생이 단톡방에서 모욕당한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충격을 받았을 수 있다”고 판시했다.

결론적으로 당사자가 없는 카카오톡 단톡방에서 한 욕설도 학교폭력에 해당한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따라서 학생들은 피해학생이 없는 단체방에서도 모욕이나 명예훼손에 해당할 소지가 있는 발언을 조심해야 한다.

장난으로 한 성희롱 발언도 조심해야

단체 대화방에서 장난으로 한 성적인 농담이라고 생각하거나, 피해자가 대화방에 없으니 문제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성희롱 발언을 하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최근 친구와 카카오톡 메신저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담임선생님과 같은 반 여학생들을 성희롱한 고등학생이 출석정지 10일 등의 처분을 받자, 이 처분을 취소하라며 행정소송을 냈으나 법원은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가해학생 B는 친구와 카카오톡 메신저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여학생들의 신체 특징을 놓고 조롱하고, 담임교사를 두고도 성희롱 대화를 나누었다. 이후 B가 피해 여학생들에게 메신저 내용을 전송하면서 다른 학생들이 메신저 대화 내용을 알게 되었다.

B는 “친구의 발언에 맞장구를 친 것일 뿐 피해 여학생들이나 담임교사를 대상으로 성희롱이나 인격 모독성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친구와 단둘만 있는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나눈 이야기이기 때문에 공연성도 없어 징계는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가해학생이 한 발언은 피해자들이 성적 굴욕감이나 모욕감을 느낄 내용이었다”고 판단했고, “당시 대화 내용은 둘의 휴대폰에 그대로 남겨져 언제든지 제3자에게 전파될 수 있는 상태였다”며 “학교폭력예방법상 명예훼손이나 모욕에 해당함으로 징계 처분의 사유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최근에는 물리적인 학교폭력보다는 SNS, 카카오톡 등을 이용하여 모욕적인 발언을 하거나, 피해학생이 이상하게 찍힌 사진을 올려 피해학생을 비하하는 등의 사이버 학교폭력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법률만으로는 실제로 발생하는 여러 형태의 사이버 학교폭력에 대한 대응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이에 정부는 사이버상에서 발생하는 2차 가해를 막기 위해 학교폭력 가해행위를 한 학생이 인터넷, 휴대전화, SNS, 채팅방 등을 통해서 피해학생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한다.

현행 법령상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 중에는 ‘피해학생 및 신고·고발 학생에 대한 접촉, 협박 및 보복행위의 금지 접촉금지’ 조치가 있다. 이러한 현행법상 ‘접촉금지 조치’가 신체적, 물리적인 접촉을 금지하는 것이라면, 이번 법 개정으로는 ‘접촉금지 조치’ 범위에 휴대전화와 SNS 등도 추가함으로써 가해학생이 피해학생에게 사이버상으로도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조속한 법령의 개정을 통해서 사이버 학교폭력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를 기대한다.

 

<윤미영 변호사 프로필>
- 제51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수료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직무대리 역임
-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민사조정위원 역임
- 現 경기도학교안전공제회 고문변호사
- 現 서울특별시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 위원
- 現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손해배상 전문 변호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