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영 변호사의 법률창] 학교주변 만화방에 대하여
[윤미영 변호사의 법률창] 학교주변 만화방에 대하여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2.04.03 1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미영 경기도학교안전공제회 고문변호사
윤미영 경기도학교안전공제회 고문변호사

교육환경은 ‘학습자의 성장, 발달에 영향을 주는 외적 환경’을 의미한다. 또한 교육환경은 구체적으로는 학교시설이나 교육자재 등 교육에 관련한 학교환경까지 포함하고, 간접적으로는 통학로, 교통 환경, 주변 분위기 등 학교 주변의 환경까지를 포함한다.

한편 ‘교육환경권’은 학교 내·외적인 환경적 침해요소로부터 학습자의 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교육시설 내지 교육환경을 적극적으로 보장해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이다.

헌법은 교육을 받을 권리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규정함으로써 교육환경개선을 위한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이에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이 학교의 교육환경 보호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여 학생이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교육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은 학생의 보건·위생, 안전, 학습과 교육환경보호를 위하여 교육환경보호구역 내에서는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 분뇨처리시설, 소음·진동·악취를 배출하는 시설, 제한상영관, 화약류 제조·저장소, 게임물 시설, 유흥주점영업, 숙박업 등을 유해시설로 규정하고, 이들 시설을 설치하거나 영업을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교육환경보호구역이란 학교경계 등으로부터 직선거리 200미터의 범위 안의 지역으로 교육감이 설정·고시한 구역을 말한다. 즉 학생의 보건·위생, 안전, 학습과 교육환경 보호를 위하여 교육환경보호구역 안에서는 유해시설 설치 및 영업을 할 수 없다.

과거에는 교육환경보호구역 안에서 금지되는 시설 중 당구장과 만화방이 포함됐다. 만화방은 공간 구성이 폐쇄적인 경우가 많고, 학생들이 출입 시에는 무분별하게 어른들의 문화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어 학습 분위기 정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이다.

그런데 최근 법 개정으로 앞으로는 교육환경보호구역 안에서 당구장과 만화방 영업을 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법 개정 이전에도 법원은 당구장을 유해업소가 아닌 스포츠시설이라고 본 판결을 여러 차례 하였고, 만화방 역시 무조건 청소년 유해업소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을 한 바 있다.

법원에 의해 유해업소가 아니라고 판단된 만화방의 사정을 보면, 영업장 내부가 트인 공간에 천장에는 밝은 조명이 설치되어 있고, 탁자들이 칸막이 등으로 분리되지 않아 밀실이나 밀폐된 공간이 존재하지 않았으며, 청소년 구독 불가인 유해 매체물은 별도의 분류 표시 후 진열되어 청소년이 자유롭게 접근할 수 없었다.

법원은 이러한 만화방의 사정을 고려하여 만화방의 실내 환경이 열악하다거나 불량한 청소년들의 모임 장소나 청소년 범죄의 온상이 될 우려는 크지 않다고 판단하고, 청소년에 대한 유해성이 낮은 것으로 보아 만화방 영업을 허용한 것이다.

또한 법원은 “만화방 영업이 학생들의 학습에 나쁜 영향을 준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청소년보호법의 만화대여업은 청소년고용금지업소에 해당할 뿐 청소년 출입은 자유로운 시설이고 폭력성·선정성 있는 만화는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하는 등 별도 방법으로 규율하고 있기 때문에 만화대여업 자체가 유해하지 않다는 취지이다.

즉 만화나 만화대여업이 그 자체로 유해한 것은 아니고 폭력성, 선정성이 수반되는 일부 만화가 유해할 뿐인데, 이는 별도 방법으로 규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과거처럼 책 형태만이 아니라 지금은 온라인 웹툰 형태로도 만화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교육환경보호구역 안에서 만화방 영업을 허용했다.

한국교육개발원에서 작성한 ‘2016년 교육환경보호구역 금지행위 및 시설 유해인식도 조사 연구’의 연구보고에 의하면, 학생들이 이용하는 업소 중에서 학습에 지장을 주는 유해업소는 PC방(41.3%), 오락실(40.3%), 당구장(34.6%), 만화가게(30.5%), 노래연습장(25.4%), 무도학원(20.1%) 순으로 조사됐다.

위 연구보고 상 만화가게가 교육환경에 해로운 이유로는 ‘오락성 및 중독성’(43.9%), ‘열악한 실내 환경’(21.5%), ‘불량한 청소년’(21.1%) 등의 사유가 언급됐다.

그러나 만화방에 대한 유해인식도는 상대적으로 낮아졌고 최근에는 카페의 형태나 휴식공간을 제공하는 장소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한 만화카페는 신종업소로서 운영형태가 다양하므로 가령 ‘다락방 모양의 좌석이나 침대를 만들어 놓고 남녀가 누워서 만화를 보는’ 형태의 시설을 유해시설로 볼 것인지 아닌지에 대하여는 보다 논의가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학교 주변 만화방 영업을 허용한 판결과 개정법은 최근 카페 형태로 건전한 환경에서 운영되는 만화방이 늘어났고, 학부모·학생들의 인식이 달라진 점과 유해한 만화에 대해서는 다른 방법으로 규제하면 충분하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이러한 개정법의 취지는 이해한다.

다만 학교는 우리 사회의 미래를 책임질 학생들이 생활하는 장소이고, 국가는 학생들이 쾌적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학습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여건을 마련할 의무가 있다. 일부 만화방 중에는 공간 구성이 폐쇄적이거나, 청소년이 무분별하게 유해물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곳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학교 주변에 만화방 영업을 허용한 만큼 교육행정기관과 학교 등의 유기적이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폭력성, 선정성이 수반되는 일부 유해만화의 경우 청소년의 접근을 막을 수 있는 별도의 조치가 행해져야 하고, 밀실의 설치 등으로 유해 환경이 조성되지는 않았는지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하다.

 

<윤미영 변호사 프로필>
- 제51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수료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직무대리 역임
-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민사조정위원 역임
- 現 경기도학교안전공제회 고문변호사
- 現 서울특별시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 위원
- 現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손해배상 전문 변호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