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새로운 '재앙'인가, 재앙의 '종식'인가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새로운 '재앙'인가, 재앙의 '종식'인가
  • 최인환 기자
  • 승인 2021.12.14 15:5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면역기능 회피방향으로 진화 가능성 높아...증상 가벼워도 상황 급변 가능
제약사들은 수주 내 대응 백신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 발표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베이비타임즈=최인환 기자] 지난 10월 29일 정부는 국내에서 최초 확진자가 발생한지 652일만에 11월부터 ‘단계적 일상회복’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본격적으로 ‘위드 코로나’ 시대에 접어들면서 방역 조치가 완화되고 사적모임 제한도 점차 해제하면서 ‘모두에게 소중한 일상으로의 회복’이 진행될 것이라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불과 한달도 채 지나지 않아 단계적 일상회복 2단계로의 전환은 유보됐다. 늘어나는 확진자 및 위중증 환자수와 더불어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세를 펼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6일 세계보건기구(WHO)는 새로운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 ‘오미크론’이라 정식으로 명명하고 주의 변이종(VOC, Variant of Concern)으로 분류했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처음 발견된 것은 지난달 7일 보츠와나에 입국한 타국의 외교관들이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은 다음이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에드윈 디코르티 보츠나와 보건부 장관은 현지시각 28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해당 사실을 밝히고 24일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 결과 오미크론 감염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경우 지금까지 발견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중 퓨린 절단부 변이가 중첩된 첫 변이주로 백신회피 변이만 최소 4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오미크론 변이는 지금껏 발견된 변이 바이러스 중 가장 약물 저항성이 높을 가능성이 있는데, 남아프리카 공화국 보건부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RNA 설계도의 58군데에서 기존 바이러스와 차이를 보였고, 스파이크 단백질에서는 32개의 변이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문제가 되는 것은 스파이크 단백질에서 변이가 발생한 점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백신의 중화항체 설계에 연관된 부분 중 19곳에서 변이가 발생했는데 여기에는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투하는 데 활용하는 부분은 물론이고 전파력, 치명률을 높이는 것도 포함됐다. 이에 대해 학계에서는 백신 접종의 확대로 인해 바이러스가 면역 기능을 회피하는 방향으로 진화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따라서 초창기 아형을 기반으로 제작된 현재의 백신으로는 부스터샷을 시행해도 이전만큼의 효능을 기대하기가 어렵게 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요 의견이다. 다만 학계에선 오미크론 변이가 백신의 항체면역 효과를 제한한다고 해도 백신이 제공하는 세포면역 효과를 완전히 무력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세포면역이 작용하는 범위는 훨씬 광범위할 뿐만 아니라 중증화 방지에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비록 감염 예방 효과 자체는 떨어질지라도 기존 백신으로도 중증 및 사망 예방 효과는 여전히 효과적일 수 있는 만큼 접종을 거부하는 것은 정답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실제 지난 8일 남아공에서 화이자 2차접종자와 자연감염 및 2차접종자를 대상으로 중화항체를 분석한 첫 연구를 발표했는데, 이에 따르면 중화항체는 41배 감소했지만 완전히 무력화되진 않았으며 자연감염이 있던 경우 더 높은 항체가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는 백신 면역이 완전히 무력화되진 않았다는 신호라며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는 결과라 평가하고 있다. 변이 특화 백신이 나오기 전이라도 고위험군에 대해서는 3차 접종을 통해 시간을 벌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는 이미 수개월 전부터 아프리카에서 오미크론 관련 변종을 연구 중이었으며 모더나는 코로나19 백신이 오미크론에도 효과가 있는지 수주 이내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화이자의 경우 “화이자 백신이 오미크론 변이에도 효능이 있는지 2주 이내에 확인할 수 있다”며 “오미크론 변이 대응 백신은 6주 이내에 개발하고 100일 이내에 초기 물량 출하가 가능하도록 준비중”이라고 영국 가디언지에서 보도한 바 있다. 앞으로 얼마만큼의 변이가 더 발생할지는 미지수지만 빠른 시일 내에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방어책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지는 부분이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안심해도 된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남아공에서는 변이 검출 중 90% 이상이 오미크론 변이로 나타나면서 델타 변이를 누르고 이미 우점종에 등극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오미크론 변이가 델타 변이에 비해 전파력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감염의 광범위한 확산 징후가 나타났다고 봐야한다.

오미크론 변이를 최초 보고한 남아공 의협회장 안젤리크 쿠체 박사는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 “증상은 특이하지만 가볍다. 그러나 노인층에 대한 영향력은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경계했다. 남아공의 경우에는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 중에서 65%가 미접종자인 걸로 파악됐으며 입원 환자 역시 다수가 미접종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앞서 말했다시피 전파력에 영향을 미치는 스파이크 단백질 변이가 델타 변이의 2배 정도라서 전파력이 델타 변이마저도 추월할 거라는 의견도 있다. 이는 홍콩에서 밀접 접촉 없는 2차 감염이 발생함으로써 그 위험성이 증명되기도 했다. 홍콩의 2번 환자의 경우 1번 환자의 바이러스와 유전체 분석이 일치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1번 환자 혹은 공통의 다른 감염원에서 감염된 것으로 여겨지는데, 2번 환자는 아프리카 여행력이 없으며 1번 환자와의 밀접접촉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당국은 역학조사 결과 1번 환자가 밸브형 마스크를 착용하면서 날숨이 바이러스를 함유한 채 그대로 나갈 수 있었고, 격리 중 호텔 문이 여닫힐 때 바이러스가 2번 환자에게 공기 감염이 된 것이 아닌가 추정하고 있다.

혹자는 바이러스에 지나치게 많은 변이가 일어나서 바이러스가 불안정하기 때문에 전파력이 약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지금까지의 사례를 봐서는 전염성이 낮은 것으로 여겨지지는 않는다. 물론 아직까지는 데이터가 부족해 현재까지 전세계적으로 유행중인 델타 변이의 전염성을 뛰어넘을지 알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람다 변이의 경우에도 남미 중심으로 빠른 확산세를 보였고, 우세종으로 등극한 나라도 있어서 델타 변이의 전염성을 뛰어넘는다는 의견이 있었으나 결국 뛰어넘지 못했다.

다만 이와는 반대로 오미크론 변이가 기존 야생종 대비 6배, 델타 변이 대비 2배의 전염력을 가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는만큼 오미크론 변이가 델타 변이보다 강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현재까지의 경과를 보면 증상이 경미한 델타 변이와는 달리 표본이 적기 때문에 속단할 수 없지만, 바이러스 변이의 정석인 ‘더 큰 전파력, 더 낮은 위험성’으로 코로나 변이가 진행된 결과가 오미크론 변이라는 주장도 있다. 만약 이러한 전망이 사실이라면 오미크론 변이는 감염성만 높은 질병으로, 위험성 자체는 낮게 평가될 수 있다. 실제로 오미크론 변이가 검출되고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국가들에서 ‘증상이 없거나 가볍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발원지인 보츠와나의 경우 대다수가 무증상이었고 나머지 환자의 경우도 가벼운 증상만이 나타나고 있다고 하며, 최다 환자 발생국인 남아공에서도 의사협회 회장이 ‘증상이 가볍다’는 발언을 했다. 특히 기존 코로나의 증상이었던 후각 및 미각 상실이 나타나는 환자가 없으며 인후통조차 없고 단지 마른기침과 열, 그리고 극심한 피로감이 증상의 양상이라고 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변이 부위가 많다고 해서 변종이 더 위험해지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다른 변이를 생성함으로써 인간 종에 맞춰 적응하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더 큰 전파력과 더 낮은 위험성’으로 인해 코로나19가 엔데믹이 될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는 주장도 있다. ‘낮은 위험성’이 자칫 방역 해이를 야기할 수 있으며, 이 틈을 타 ‘높은 전파력’으로 순식간에 숙주를 감염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백신의 감염 차단 효과를 변이가 ‘높은 전파력’을 무기로 파고들어 돌파감염을 유발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뜻이며, 이로 인해 기저질환자 및 고령층에게는 실질적으로 델타 변이와 동등하거나 오히려 더 높은 치명성을 유발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WHO가 미처 명명하기도 전에 이미 국경을 넘나드는 확진 및 전파 사례가 속속 발생하면서 국경 폐쇄는 더 이상 감염 차단의 근본적 수단이 될 수 없음이 증명됐다. 델타 변이 때에도 발생했던 전세계적 절대적 방역 실패가 오미크론 변이에서 반복된 격이다. 결국 오미크론 변이는 전통적인 방역 차원보다는 사회공학 차원에서 경계가 필요한 변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오미크론 변이가 발생한 최초 감염원은 지난달 14일부터 23일까지 나이지리아를 방문한 목사부부로 알려졌다. 나이지리아에 학술세미나 참석 차 방문 후 에티오피아를 거쳐 귀국한 것으로 알려진 해당 부부는 지난달 25일 최초 확진 판정 이후 지난 1일 오미크론 변이로 확진됐다. 이후 밀접 접촉자 및 지역감염 확진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오미크론 변이가 타지역으로 퍼져나가게 됐고, 14일 0시 기준으로 국내 오미크론 환자는 총 119명에 이르는 것으로 공식 집계됐다.

오미크론 변이가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 및 타 변이에 비해 전염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달 27일 남아공 등 8개 국가에서 오는 외국인들에 대해 입국 금지 조치를 내렸으며 내국인 역시 백신 접종 여부에 관계없이 시설 격리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8개 국가 외 입국자라도 아프리카에서 입국한 경우 임시생활시설에서 의무적으로 1일차 PCR 검사를 실시해야 하도록 한 바 있다.

이후 지난 3일부터는 나이지리아를 방역강화국가・위험국가・격리면제 제외국가로 추가 지정하고, 남아공 등 8개국과 동일한 방역조치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또한 3일부터 16일까지 모든 국가에서 입국하는 내・외국인에 대해 예방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10일간 격리하도록 하는 추가 대응조치를 결정했다.

해외의 경우 이번 오미크론 변이가 퍼지면서 필리핀, 홍콩, 일본, 캐나다, 미국, 중동, 유럽 국가들에서 남아프리카 국가들을 여행 금지국으로 지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본 정부는 지난달 30일부로 사업목적의 단기체류나 유학생, 기술실습생을 포함한 모든 외국인의 신규입국 금지를 발표하며 사실상 국경 폐쇄를 선언했다. 이스라엘과 호주 정부도 마찬가지로 모든 외국인의 신규입국 금지와 함께 2주간 사실상 국경 폐쇄에 들어갔으며, 호주 정부는 지난 1일부터 유효한 호주 비자를 소지한 한국인과 일본인에 대한 입국을 15일로 연기했다.

이번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 국내외 전문가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부 학자들은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 ‘풍토병처럼 지나갈 것‘이라며 낙관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반면 오미크론 변이는 결코 경미한 바이러스가 아니며 오히려 이로 인해 최악의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고 경계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무엇보다 지금은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 충분한 자료가 쌓이지 않은 만큼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고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들의 말마따나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우리에게 새로운 ’재앙‘이 될지, 재앙으로부터 우릴 거두어줄 ’구세주‘가 될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