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부모의 현재는 곧 나의 미래다
[건강칼럼] 부모의 현재는 곧 나의 미래다
  • 유경수 기자
  • 승인 2021.10.13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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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한방병원 한방재활의학과 김형석 교수 칼럼 여섯 번째 시간
경희대한방병원 한방재활의학과 김형석 교수 (사진=경희대의료원 제공)
경희대한방병원 한방재활의학과 김형석 교수 (사진=경희대의료원 제공)

 가끔 TV를 보다 보면 오래 전에 활동하던 연예인이 10-20년 만에 다시 등장하는 모습을 보고 크게 놀라곤 한다. 특히 노년기에 접어든 모습을 아주 오랜만에 목격했을 경우가 그렇다. 왕성하게 활동할 때의 생기 있는 모습과는 달리 이전 모습이 겨우 연상되는 정도의 세월이 묻어나는 얼굴. 10-20대의 젊은 사람들이야 이런 모습에 별 감흥이 없겠지만 30대 중반만 넘어가도 그 변화에서 세월을 읽게 되고, 자신의 미래의 모습을 그려보기도 한다. 반대로 지금 노년기에 접어든 배우들의 30-40년 전 사진을 인터넷에서 접하고 나서도 충격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우리 주변의 노인들도 한 때는 젊은 시절이 있었고, 지금의 젊은이들도 나중에는 할머니, 할아버지 소리를 들을 때가 온다는, 아주 단순하지만 평소에는 잘 떠올리지 않는 생각.

 관계가 없는 타인의 나이든 모습을 볼 때와 달리 우리 부모님의 모습은 내 미래를 가늠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더 중요하게 다가온다. 내가 미래에 어떤 병을 앓게 될 지가 궁금하다면 부모님 혹은 조부모님의 현재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는 것이, 단순히 최근의 건강검진 결과에 집중하는 것보다 훨씬 정확할 수 있다. 심근경색을 경험했던 부모님, 평소 소화기가 안 좋던 부모님, 평소 간수치가 높다가 결국 간암으로 작고하신 부모님, 류마티스로 고질적인 관절 통증에 시달리시던 부모님 등… 결국 나의 세포 하나하나는 어머니와 아버지에게서 온 것이기 때문에 나의 건강 상태도 부모의 몸 상태를 벗어나기가 어렵다. 두 분이 특히 고생하던 질환이 있다면, 그 질환에 관련되어서는 평소 몸 관리에 힘써야 한다. 예를 들어, 간암, 간경화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 입으로 들어가는 모든 음식에 대해서는 주의가 필요하고, 나라에서 권장하는 1~2년에 1회의 건강검진 외에도 추가적인 검사를 받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다. 위암의 가족력이 있다면 평소 과식을 경계하고, 위장 건강을 위해 침, 한약 등의 한의치료를 꾸준히 받는 것이 좋다. 그리고 만 40세 이상의 성인에게 권장되는 위암 검진을 더 이른 나이에 받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반대로, 부모 뿐 아니라 친조부모, 외조부모를 통틀어서도 우리 집안에 없었던 질환이라면, 나도 그 질환에 걸릴 확률이 매우 낮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유전 외에도, 나고 자란 지금까지의 환경이라는 요소도 중요하긴 하지만, 유전의 큰 틀을 벗어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평소 혈압이 약간 높게 나오더라도 가족력에 심혈관 질환이 전무하다면 섣불리 약 복용을 시작하는 것보다는 운동요법, 식이요법, 한의치료 등으로 관리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반대로, 부모님 뿐 아니라 숙부, 고모들까지 모두 뇌경색을 앓았다면, 진작부터 혈압약, 고지혈증약의 복용이 필요할 수 있다. 그리고 집안에 암 환자가 많다면, 스트레스 관리, 생활습관 관리와 더불어, 몸은 많이 움직이고 생각은 줄이는 한의학 상의 전통적인 양생법(養生法)을 지켜야 한다. 유전 인자가 있더라도 미리부터 조심하여 그 병의 발현을 늦추거나 막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유명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의 유방 절제에 대해서는 좀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는 2013년, 40세가 되기도 전에 멀쩡한 유방에 대해 절제술을 시행했다. 자신의 어머니가 유방암 투병으로 고생하기도 했고 그에게 BRCA 유전자가 있는 것이 확인되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높았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었다. 물론 이에 대한 판단은 각자의 몫이겠지만, 미리부터 건강한 장기에 손을 대는 것은 한의학에서 말하는 예방 개념과는 거리가 멀다. 가족력이 있는 병이라면 올바른 생활습관을 통해, 해당 장기에 과부하가 걸리거나 혹은 너무 기능을 쓰지 않아 문제가 되는 경우가 없도록 중용(中庸)을 지키면서 검진 간격을 좁혀 관리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뇌종양이 걸릴 확률이 높은 사람은 어떻게 할 것인가? 강력한 범법자의 자식은 미리부터 교도소에 수감시켜야 하는가? 우리의 몸의 부위 하나하나는 모두 존재의 이유가 있으며, 각자 그 자리에 있을 때에 구조적으로도 기능적으로도 완전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자궁절제술 후에 하복부를 지탱하는 기둥이 무너져 허리가 굽는 등 자세 유지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에게서 쉽게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나 자신의 건강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맞춤 건강관리를 하는 것이고, 나에게 맞춤이 무엇인가는 나의 부모님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나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는 일은 없어야겠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우선 해놓고 그 결과를 기다려도 충분하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은 건강에도 적용되는 말이다.

〈경희대한방병원 김형석 교수 프로필〉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학·석·박사

-경희대학교 한방병원 재활의학과 임상조교수

-한방재활의학과 전문의

-한방재활의학과학회 이사

-한방비만학회 이사

-추나의학 교수협의회 간사

-척추신경추나의학회 정회원

-대한스포츠한의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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