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법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과 2020년 이천 화재사고 분석
[사람과 법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과 2020년 이천 화재사고 분석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1.08.03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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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사람 최은영 변호사
법무법인 사람 최은영 변호사

지난 6월 17일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큰 화재가 발생했고, 화재는 6일 만에 겨우 진압이 완료됐다. 이천에서는 작년에도 유사한 대형 화재 사고가 있었는데, 2020년 4월 29일 발생한 한익스프레스 이천 물류센터 화재 사고다.

2020년 한익스프레스 이천 물류센터 화재 사고는 사망자 38명, 부상자 10명의 대형 인명피해를 발생시켰다는 점에서 ‘산업안전보건법’ 및 시행 예정인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할 때 중대재해에 해당하는 사고였다.

산업안전보건법 쟁점

2020년 12월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에서 이 화재사고 관련 1심 판결이 선고됐다. 해당 판결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 건설산업기본법 등의 위반 사항들이 지적됐고 발주회사의 경영기획팀장, 감리회사 소속 감리단장, 시공사 소속 현장소장, 안전관리담당자 등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및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이 사건의 쟁점이 되었다.

해당 판결을 살펴보면, 여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들이 확인됐는데, 아래의 사항들이 문제가 됐다.

① 화재위험작업 시의 준수사항을 지키지 않았음(용접작업 시 비산방지조치, 환기조치, 작업근로자에 대한 화재예방 및 피난교육 등 비상조치)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241조)

② 불꽃의 비산거리 11m 이내에 가연성 물질이 있어 발화될 우려가 있는 장소 등에 화재감시자를 지정, 배치하도록 하고 있으나 화재 당시 화재감시자는 현장을 벗어나 있었음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241조의2)

③ 위험물질을 제조·취급하는 작업장과 그 작업장이 있는 건축물에 출입구 외에 안전한 장소로 대피할 수 있는 비상구 1개 이상을 설치해야 함에도 이를 설치하지 않았음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17조)

④ 연면적이 400㎡ 이상이거나 상시 50명 이상 근로자가 작업하는 옥내작업장에 경보용 설비 또는 기구를 설치해야 하는데 설치하지 않았음(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19조)

이 판결에서 법원은 도급인 시공사의 현장소장은 이 사건 공사 현장의 안전보건총괄책임자로서 시공사 소속 근로자와 관계수급인의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위와 같은 안전조치 의무를 이행했어야 함에도 이를 하지 않아 근로자들을 사망에 이르게 하여,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 제167조 제1항을 적용해 징역 3년 6개월의 형을 선고했다.

현장소장에 대한 이와 같은 형 선고에는 화재폭발 관련 특별교육 미실시에 관해 지적을 받은 사실이 있다는 점, 화재감시자 배치를 등한시했다는 점, 기계실 통로 폐쇄조치에 대해 검토하지 않았다는 점, 작업 일보(2020년 4월 28일, 29일 자)가 보고되지 않았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점 등이 양형 가중사유로 작용했다.

그리고 도급인 시공사의 안전관리 담당자에 대하여는 ▲작업 일보 등을 통한 공정상황 파악 및 현장점검 등을 소홀히 해 관계수급인의 근로자에게 화재 예방 및 피난 교육을 충분히 실시하도록 하지 않았고 ▲화재감시자를 지정해 배치되도록 조치하지 않았으며 ▲경보장치를 마련하거나 임시소방시설을 설치하지 않았고 ▲유해위험방지계획상 대피로로 존재하던 지하 2층 통로를 폐쇄하고도 다른 대피로를 마련하는 등의 충분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을 이유로 형법 제268조(업무상과실치사상)를 적용해 금고 2년 3개월의 형을 선고했다.

시공사였던 주식회사 A에 대하여는 산업안전보건법 제173조(양벌규정)가 적용되어 벌금 3000만원이 선고됐다.

중대재해처벌법 쟁점

이처럼 도급인 시공사와 그 현장소장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처벌된 2020년 한익스프레스 이천 물류센터 화재사고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이 해당 사고 전에 시행됐다고 가정하여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었을 때 시공사의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가능할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중대재해처벌법과 지난 12일 입법 예고된 동법 시행령 제정안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 해당 시행령 제정안은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 제9조에서의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의 ①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와 ②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를 구체화했다.

중대산업재해에서의

①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

⇒ a.안전보건 경영방침 설정, b.유해·위험요인 확인·점검·개선 절차 마련, c.전문인력 배치, d.적정 예산 편성,집행 및 관리 체계 마련, e.상시근로자수 500명 이상의 사업 등에서의 전담 조직 구성, f.종사자 의견 청취 및 개선조치, g.위기 시 대응절차 마련, h.도급 시 적정 비용·기간의 보장.

②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

⇒ a.반기별 1회 이상 의무이행 점검 및 결과 확인, b.의무이행이 되지 않은 경우, 이행을 위한 인력 배치 및 예산 추가 편성, 집행 조치, c.유해·위험 작업에 필요한 안전보건교육 실시여부 확인 및 조치.

우선 위 판례사안에는 화재사고와 관련된 현장 실무자들의 산업안전보건법 의무위반에 대한 내용들만 포함되어 있을 뿐,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및 관리상의 조치 이행 여부 판단을 위한 사실관계는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지 않다.

그러나 판례에 나타난 사실관계를 통해 확인 가능한 내용을 토대로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 여부를 검토해보자면, 도급인 시공사 현장소장이 이 사건 공사 현장에 상주하면서 시공 및 안전에 관한 업무 전반을 총괄·감독하는 업무를 수행했다는 점에서 도급인 시공사는 장소 등에 대한 실질적 지배·운영·관리 책임이 있는 것으로 보고 시공사의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제5조의 도급관계에서의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사건 공사 현장의 안전보건총괄책임자이자 도급인 시공사의 현장소장인 자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에서 경영책임자로 볼 수 있을지를 판단해본다면, 중대재해처벌법에서는 ‘대표이사에 준하여’라고 규정되어 있고 중대재해처벌법의 제정 취지가 그동안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기업의 대표이사 등 고위 임원이 형사상 면책되는 사례가 많은 것에 대한 반성적 고려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 등을 생각해볼 때, 현장소장을 경영책임자로 해석하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

그리고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이 중대재해처벌법 제5조의 안전 및 보건확보 의무를 다하였는지를 보면, 이 화재 사고 사건에서는 ① 화재발생 위험작업 현장이었음에도 비상구 설치, 경보용 설비 또는 기구 설치, 화재감시자 배치가 전혀 되어있지 않았고, 2019년 12월 이후로 위험성 평가가 실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유해·위험 요인 확인·점검·개선 절차가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② 화재예방 및 피난교육이 제대로 실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위기 시 대응절차 마련이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볼 수 있고, ③ 사고 발생 전 관리감독자 교육 미실시, 화재폭발 관련 특별교육 미실시로 지적을 받았다는 점, 이 사건 공사 현장 근로자들이 기초안전보건교육도 제대로 이수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유해·위험 작업에 필요한 안전보건교육 실시 여부 확인 및 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가 적절히 이행되지 않았다고 볼 것이고, 결론적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을 가정한다면, 해당 화재사고의 도급인 시공사의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상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으로 인한 중대산업재해 발생에 대한 책임이 문제될 수 있을 것이다.

 

<최은영 변호사 프로필>
- 제3회 변호사시험 합격
- 법무법인 사람 변호사
-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산재 전문변호사
-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손해배상 전문변호사
- 근로복지공단 대구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위원
- 주식회사 제이앤비 자문변호사
- 양천구 노동복지센터 법률자문 및 노동상담위원
- 서울글로벌센터 법률상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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