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가, “너무 무거워”...파운드리가 숙제?
삼성전자 주가, “너무 무거워”...파운드리가 숙제?
  • 황예찬 기자
  • 승인 2021.07.22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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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내내 주가 박스권...메모리 선전에도 제자리
파운드리·M&A 등 새로운 분야에서 '빅 뉴스' 있어야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파운드리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파운드리 (사진=삼성전자 제공)

[베이비타임즈=황예찬 기자] 삼성전자는 오는 29일 2분기 경영실적 발표를 포함한 기업설명회를 앞두고 있다. 투자자들은 이번 기업설명회를 유독 기다리는 분위기다. 삼성전자의 주가가 너무 무거워졌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엄청난 ‘박스권’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주식 투자 열풍의 정점을 찍었던 지난 1월 한때 9만원대 중반을 넘어가기도 했지만, 2월부터는 주춤하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상반기 내내 7만원대 후반과 8만원대 중반을 오가며 지루한 박스권에 갇혔다.

꾸준히 우상향을 이어오던 삼성전자 주가는 왜 주춤하기 시작했을까. 우선 상반기에는 반도체 수급 이슈가 가장 컸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가전과 스마트폰 등 비대면 수요가 늘어나고 백신 접종으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반도체 수요가 많아졌지만, 공급은 그만큼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월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총괄하는 고동진 사장은 정기주주총회에서 반도체 부족에 따른 스마트폰 생산 차질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외부 환경 요인인 만큼 삼성전자의 기업 가치 자체를 흔드는 요인은 아니다. 실제로 삼성전자가 지난 7일 미리 공개한 2분기 잠정 실적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분기 매출액은 63조원, 영업이익은 12조5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메모리 가격이 급등하면서 반도체 부문에서 이익을 대폭 개선했고, 스마트폰 판매량은 코로나19 재확산 등의 환경적 요인으로 5500만대 정도에 그쳤지만 고가 모델 위주의 판매로 수익성은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가전 부문도 직전 분기와 비슷한 수준의 실적을 유지했고 디스플레이 부문에서도 1조2000억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견조한 이익을 이어갔음에도 주가는 따라가지 못했다. 잠정 실적을 공시한 7일 종가는 8만800원이었는데 이후 거래일 동안 단 한 번도 그보다 높은 종가를 기록하지 못했다. 지난 21일 종가 기준 삼성전자의 주가는 7만8500원이다. 여전히 박스권에 갇힌 모양새다.

◆ 메모리는 이제 감흥 없다

증권가는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산업을 주시하고 있다. 지금껏 메모리 분야에 힘입어 어닝 서프라이즈를 이어왔지만 사실상 이제는 메모리 분야의 괄목할만한 성적이 크게 의미가 없게 느껴진다는 평가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슈퍼사이클이라는 얘기는 냉정하게 말하자면 파운드리 슈퍼사이클”이라며 “메모리까지 ‘슈퍼’란 말을 붙여도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남아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물론 삼성전자는 전 세계 주요 기업 중에서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10위권 안에 드는 몇 안 되는 회사다. 이에 비해 시가총액이 여전히 낮다는 점은 실적보다 기업 가치가 낮게 평가되고 있다는 설명에 힘을 실어주기도 한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실적 자체보다도 낮은 매출성장률에 주목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2년 매출 200조원을 넘긴 이후 지난해 겨우 236조원을 기록했다. 최근 8년간 삼성전자가 보여준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2.06%에 불과한 것이다.

이승우 연구원은 이러한 수치를 근거로 “삼성전자의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성장이나 변화의 가능성을 시장 참여자들에게 인식시켜 주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며 “M&A나 사업조직의 변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이는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파운드리 분야로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이미 잘하고 있던 분야에서 큰 변화를 만들기 어렵다면 그동안 잘하지 못했던 분야에서 선전하는 것도 방법이기 때문이다.

3세대 제온 프로세서가 포함된 웨이퍼 (사진=인텔 제공)
3세대 제온 프로세서가 포함된 웨이퍼 (사진=인텔 제공)

◆ 파운드리 숙제, 어떻게 풀어야 할까?

지난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에 따르면 인텔은 300억달러(약 34조원) 규모의 글로벌파운드리(GF) 인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파운드리는 인텔의 경쟁업체인 AMD의 자회사로 출발해 지난 2008년 독립한 회사로 지난해 기준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대만 UMC와 함께 3위를 지키고 있다.

지난 3월 파운드리 시장 진출을 선언한 인텔이 M&A를 통해 본격적으로 경쟁력을 키우는 모양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TSMC에 이어 인텔과도 경쟁을 벌여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는 7나노 이하 초미세공정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직접적인 영향이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파운드리 사업은 단순히 자금을 쏟아붓는다고 되는 게 아니라 기술력 싸움이기 때문이다.

다만 인텔이 삼성전자와 다르게 파운드리를 별도의 자회사로 운영하는 점은 주목할만하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삼성전자 내부의 한 사업부이기 때문에 팹리스 고객을 유치해야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고객사와 경쟁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물론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를 독립 법인으로 설립한다고 해서 유의미한 성과를 낼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기술적인 경쟁력을 더 키우는 것이 TSMC로부터 대형 고객들을 유치하는 방법일 수도 있다. 실제로 최근 삼성전자는 전 세계 반도체 업계에서 최초 양산에 도전하는 ‘게이트 올 어라운드(GAA)’ 구조의 3나노미터 반도체 설계를 완료(테이프아웃)한 바 있다.

이후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검증을 마쳐 시험생산, 대량생산 등의 단계를 거치면 양산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삼성전자는 오는 2022년부터 3나노 GAA 반도체를 양산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이미 고객사와 공정 개발과 관련해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주가가 유의미하게 상승하려면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미국 팹리스 고객사를 추가 확보하거나 M&A 추진과 같은 드라마틱한 이벤트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향후 매출성장률과 주가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선택할지, 오는 29일 기업설명회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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