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파운드리 진출’에도...삼성전자 주가 긍정적인 이유는?
인텔 ‘파운드리 진출’에도...삼성전자 주가 긍정적인 이유는?
  • 황예찬 기자
  • 승인 2021.03.3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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팻 겔싱어 인텔 CEO (사진=인텔 제공)
팻 겔싱어 인텔 CEO (사진=인텔 제공)

[베이비타임즈=황예찬 기자] 미국 인텔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삼성전자와 TSMC 등 아시아 기업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파운드리 업계는 인텔의 진출로 과연 지각 변동이 일어날지 주목하고 있다.

인텔은 지난 23일(현지 시간) 미국과 유럽의 파운드리 수요에 맞춰 200억달러(약 23조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생산 공장을 두 군데 짓겠다고 밝혔다. 팻 겔싱어 인텔 CEO는 이날 온라인 미디어 브리핑에서 “인텔이 돌아왔다. 폭발하는 반도체 수요에 대응할 것이다”고 밝혔다.

인텔이 갑자기 파운드리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한때 ‘제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반도체 업계의 절대 강자였던 인텔의 입지가 흔들리는 중이라고 본다. AMD가 잃었던 경쟁력을 되찾고, 애플은 더는 인텔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애플은 지난해 11월, 새로운 ‘M1 칩’ 기반의 PC 제품을 발표했다. M1 칩은 인텔이나 AMD가 공급하는 ‘x86’ 기반의 CPU가 아니라 스마트폰, 태블릿PC와 같은 기기에 들어가는 ARM 코어 기반의 CPU다. 애플은 아이폰을 처음 출시한 2008년 이후 12년간 ARM 코어 CPU를 연구하면서 자사가 생산하는 PC에도 같은 CPU를 활용할 방법을 꾸준히 모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애플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자체 구축할 수 있게 돼 이른바 인텔로부터 ‘독립’을 이뤄낸 셈이다.

인텔의 경쟁사인 AMD는 지난 2019년 7나노 공정 기반의 ‘Ryzen ZEN2’ CPU를 출시하고 나서부터 실적이 급격히 개선됐다. 지난해 AMD의 Computing&Graphics 부문 매출액은 지난 2018년 대비 56% 성장했다. 영업이익률도 11.4%에서 19.7%로 개선됐다. 반면 인텔의 Client Computing Group 매출은 지난해 401억 달러로 지난 2018년에 비해 8% 성장하는 데 그쳤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인텔은 지난 1월 새로운 CEO로 팻 겔싱어를 임명했다. 겔싱어는 과거 인텔에서 CTO까지 역임했던 기술 전략가다. 전문가들은 위기의식을 느낀 인텔이 CEO 교체와 함께 외부 파운드리 활용을 늘리는 ‘팹 라이트(Fab Lite)’ 전략으로 선회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사회가 지금 필요한 것은 재무 전문가가 아니라 기술 전략가라는 점을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인텔은 단순히 외부 파운드리 비중을 늘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직접 파운드리 사업에 뛰어들기로 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x86 시대의 영광이 저물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결국 파운드리 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인텔의 고집을 꺾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점차 반도체 시장에서 ‘누가 설계했는지’보다 ‘누가 생산했는지’가 더 중요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사진=삼성전자 제공)

인텔이 파운드리 진출을 선언하면서 투자자들은 자연스레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파운드리 업계 1위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운 바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업계의 인식이다. 지난해 기준 세계 파운드리 반도체 시장점유율은 1위 TSMC가 약 54%, 2위 삼성전자가 약 17%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만 정부와 반도체 업체들이 조직적이고 전략적인 행보를 보인 반면 한국 반도체 산업은 전국민적 지지에도 전략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여전히 전문가들은 삼성이 인텔보다 유리하다고 판단한다. 파운드리 사업은 단순히 자금을 쏟아붓는다고 되는 게 아니라, 기술력 싸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09년 AMD는 제조공정을 분사해 ‘Global Foundries’를 설립했지만, 현재는 여전히 TSMC에 7나노 이하 공정을 의지하고 있는 상태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현재 인텔에 필요한 것은 파운드리 사업 진출이 아닌 미세 공정전환 기술 경쟁력 확보다”고 지적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미세 공정 기술이나 생태계, 패키징 기술에서 삼성이 인텔보다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인텔이 이번 파운드리 사업을 별도의 독립 법인으로 추진하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삼성전자 내부의 한 사업부인 반면, 인텔은 파운드리를 별도의 독립 법인으로 신설해 팹리스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도 파운드리 사업을 별도 사업부로 두기보다는 별도 법인으로 설립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1분기 스마트폰과 태블릿, 웨어러블 기기의 매출 증가로 실적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미국 텍사스주 정전 사태 등으로 비용이 증가한 반도체 부문은 2분기에 손실 요인을 해소하며 실적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향후 반도체 사업에서 삼성전자가 꾸준히 세계적인 입지를 유지하며 주가 개선을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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