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앞둔 카카오뱅크, 적정 가치는 얼마?
상장 앞둔 카카오뱅크, 적정 가치는 얼마?
  • 황예찬 기자
  • 승인 2021.07.19 15:1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플랫폼 경쟁력 앞세워 '비대면 메리트' 이어갈까
결국 '은행' 업종이라는 한계...수익 구조 다변화 관건
(사진=카카오뱅크 제공)
(사진=카카오뱅크 제공)

[베이비타임즈=황예찬 기자] 하반기 기업공개(IPO) 대어로 불리는 카카오뱅크 상장이 어느덧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시장은 여전히 카카오뱅크의 기업 가치를 어느 수준으로 매겨야 할지 의견이 분분한 모양새다.

카카오뱅크는 오는 8월 5일 코스피(KOSPI) 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공모가 기준 예상 시가총액은 약 15조7000억원에서 18조5000억원 사이다. 성공적으로 상장을 마친다면 곧바로 은행업종 대장주 반열에 오르는 셈이다.

최근 코로나19 상황이 길어지면서 산업 전반적으로 ‘비대면’ 모델이 주목 받게 되자 인터넷은행을 향한 관심이 더욱 커진 것은 사실이다. 카카오뱅크는 그중에서도 비대면 형태의 금융 모델이 비용 효율성 측면에서 매력적이라는 점을 증명한 사례로 꼽힌다.

실제로 올해 3월 기준 카카오뱅크의 자산 규모는 약 28조6000억원으로, 경남은행(43.5조원)보다는 작지만 광주은행(26.8조원)이나 전북은행(18.6조원)보다는 크다. 웬만한 지방은행은 이미 추월한 상태다. 같은 업종인 케이뱅크(9.4조원)에 비해서는 월등히 큰 규모다.

◆ ‘카카오’라는 압도적인 플랫폼 경쟁력...장밋빛 미래 계속?

카카오뱅크가 인터넷은행의 성공적인 모델이 될 수 있었던 이유로는 가장 먼저 ‘카카오’ 계열사라는 점이 꼽힌다. 국내에서 압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플랫폼 카카오의 계열사 고객을 공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카카오의 대표 플랫폼인 ‘카카오톡’은 올해 3월말 기준 4636만명의 국내 활성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2019년 기준 대한민국 인구가 약 5171만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수치다. 해외 이용자도 530만명에 달한다.

따라서 카카오뱅크는 카카오가 기존에 보유한 고객 접근성을 통해 마케팅 부문에서 다른 인터넷은행 사업자를 월등히 앞설 수 있었던 것이다.

구경회 SK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가 아무리 좋은 전산 시스템과 금융상품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고객 마케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빠른 성장세를 이루지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터넷은행이라는 모델 자체가 코로나19와 같은 비대면 시기에 더 효율적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과거에는 점포망이 약한 은행들이 가치 절하를 당하곤 했지만, 비대면 채널이 활성화된 지금은 오히려 점포가 없는 것이 판관비 측면에서 강점일 수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순영업수익 대비 판관비 비율은 52.2%였다. 이는 국내 은행 평균치인 52.9%보다 낮은 수치다. 또한 카카오뱅크의 판관비 중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46%(4대 시중은행 평균 64%)인 반면, 인프라 비용은 24%(4대 시중은행 평균 17%)를 기록했다. 구경회 연구원은 이러한 결과를 두고 “카카오뱅크가 시중은행보다 인건비를 아끼면서 이를 유무형 사업 인프라에 투자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 플랫폼이기 전에 은행...“기존 상장은행과 비교해야”

그러나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하는 시각도 있다. 압도적인 플랫폼 그룹의 일원이긴 하지만, 카카오뱅크는 어디까지나 ‘은행’이라는 점에서 은행법이 요구하는 규제를 충족해야 하는 숙제를 품고 있다는 것이다.

기존 은행들과 똑같은 규제를 맞춰나가야 한다면 국내 은행과 차별화되는 ‘비은행 서비스’로의 확장도 어려워진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러한 상황을 두고 “사실상 카카오뱅크는 국내 은행과 크게 다르지 않다. 비대면 영업은 영업 방식의 차이일 뿐 사업의 본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진부한 이야기처럼 느껴짐에도 증권가에서 카카오뱅크를 재차 ‘국내 은행’으로 정의하려는 이유는 카카오뱅크가 비교회사 선정에 미국 여신중개사와 브라질 결제 서비스사, 스웨덴 증권사와 러시아 은행을 선정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KB금융과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과 비교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는다. 이럴 경우, 국내 대형 은행보다 7배에서 많게는 12배까지 높은 PBR을 제시하는 카카오뱅크의 공모가 범위는 비교 대상과 괴리가 커지게 된다.

심지어 타 은행과 달리 카카오뱅크는 비은행 부문 이익을 낼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비은행 자회사는 카카오페이가 가져갔기 때문이다.

정태준 연구원은 “카카오뱅크가 빠른 성장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결국 은행업으로 도달할 수 있는 ROE(자기자본이익률)는 다른 은행과 마찬가지로 10% 수준”이라며 “높은 PBR을 가진 비교회사를 선정하기 위해 사업 유사성이 떨어지는 해외기업을 물색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전했다.

또한 최근 가계대출 성장률이 둔화하는 상황은 향후 여신 분야에서 카카오뱅크의 호실적을 장담하기 어렵게 만든다. 실제로 지난 1분기 카카오뱅크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보다 불과 0.1%밖에 늘지 않았다.

은경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의 가계대출 성장률이 둔화한 것은 대출 시장에서 플랫폼 경쟁력만으로는 추가적인 성장률 확보에 한계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카카오뱅크가 상장에 성공해 대규모 자금을 모집한다 하더라도, 어디서 추가적인 대출 증가를 가져올지는 여전히 숙제인 셈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카카오뱅크에 “2023년 말까지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을 30%까지 확대해달라”고 주문한 것도 부담 요소다. 당국의 권고를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2020년 말 약 2조7000억원의 중금리 대출을 의무적으로 취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금리 대출에는 자본 건전성 악화라는 위험이 따라온다.

물론 카카오뱅크는 지난 14일 애널리스트 대상 기업 설명회에서 “기존 은행과는 차별된 신용평가 기법을 적용해 건전성을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신용평가 기법이 빠르게 자리를 잡지 않는 이상 마냥 긍정적으로 예상하기는 힘들다고 본다.

이처럼 의견이 분분하게 갈리는 가운데, 카카오뱅크는 이달 26일과 27일 이틀에 걸쳐 공모 청약을 받는다. 납입 기일은 29일까지이고, 상장 예정일은 8월 5일이다. 전문가들은 카카오뱅크에서 적어낸 공모가 하단을 가치 기준으로 삼는다고 해도 상장 후 MSCI와 코스피 200 지수에 조기 편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은경완 연구원은 “현재의 기업가치가 정당화되기 위해선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상장 후 비교적 이른 시점에 지수 편입이 예상되는 만큼 당분간 주가는 우호적인 수급 여건의 수혜를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