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타임즈=황예찬 기자] 올해 상반기 유가증권시장을 뜨겁게 달군 이슈는 주로 대형 상장과 전기차 산업 등이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따상’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장에 진입하고, 국내외 주요 자동차업체가 전기차 비중을 늘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애플카’ 소문도 상반기 이슈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 사이에서 조용히 고개를 들고 있는 산업이 바로 은행이다. 올해 들어 은행주는 코스피를 20%p 이상 초과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금융지주의 실적도 좋았다. KB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은 각각 1분기 순이익이 1조원을 넘기며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하나금융그룹도 순이익 8300억원대를 기록하며 견조한 실적을 이어갔고, 우리금융그룹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이후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초에 시장이 은행주를 재평가하기 시작했다고 본다. 미국에서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면서 글로벌 금리 상승세가 시작됐고, 호실적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상반기 은행주 상승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앞서 국내 은행주는 올해 1월까지는 상당히 약세를 보였다. 금융당국에서 코로나19 대출 만기연장과 이자상환유예 조치를 6개월 추가 연장하고, 배당 성향을 20% 이내로 실시하도록 권고하는 등 규제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2월부터 반등하기 시작한 주가는 주요 산업의 1분기 실적 발표가 다 끝난 지난 5월 말 기준 연초보다 약 30% 가까이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이 10%대에 머무른 것과 비교하면 강세를 보이는 셈이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주가가 꽤 올라 부담스러워졌다는 시각도 있지만, 수년간 하락하던 시중금리가 상승으로 방향이 완전히 전환된데다 적어도 향후 1~2년간은 금리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각종 경기 지표들은 은행주 추가 상승을 예고하고 있고, 은행 ROE(자기자본이익률)도 상승 전환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황상 지금은 은행주 재평가 국면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국내 은행주의 평균 PBR(주당순자산비율)과 PER(주가수익비율)은 각각 0.41배와 5.1배로 미국 대형은행들의 평균 수치(1.38배, 11.9배)보다 훨씬 낮게 형성돼있다. 주가가 많이 오르긴 했지만, 다른 국가 은행주와 비교했을 때 여전히 가격 매력이 있다는 뜻이다.
◆ 경기·금리 개선에 배당 제한 해제까지...코로나19 조치 종료 영향은?
그렇다면 재평가 국면에 들어간 은행주가 더 탄력을 받을 만한 모멘텀은 무엇이 있을까. 우선 경기 개선 기대감을 꼽을 수 있다. 최근 미국 바이든 정부의 경기부양정책이 눈에 띄게 효과를 내면서 각종 경기 지표들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3월의 ESI(경제심리지수)는 101.3, 4월은 105.3으로 모두 100을 웃돌았다. 최근에는 OECD에서 백신접종과 경제회복 가속을 주목하며 한국의 GDP 성장률 전망치를 3.8%로 상향하기도 했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GDP성장률 외에도 경기종합지수와 물가지수, 국제유가 등의 지표들은 지난 수 십년 동안 은행주 주가 방향성과 거의 일치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이들 모든 지표가 현재 계속해서 상승 중이기 때문에 지표 상승 추세가 꺾이지 않는다면 은행주 주가도 추가 상승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리 모멘텀도 여전히 존재한다. 물론 중장기금리가 상승하는 폭에 비해 단기금리의 상승세가 미약하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기대감이 먼저 반영된 장기금리가 오른 다음에는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단기금리까지 따라 오르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들어 계속해서 기준금리를 0.5%로 유지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기준금리 인상 예측 시기를 점점 앞당기고 있다. 최 연구원은 “물가상승률과 경기 회복세 등을 고려하면 시기의 문제일 뿐 기준금리 인상은 시간문제”라고 지적했다.
은경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주식의 선행적인 특성상 첫 번째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되는 시점까지는 은행주 금리 모멘텀이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배당 제한 권고가 풀리면서 배당 매력이 늘어나는 시점도 하나의 모멘텀이 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올해 초 ‘자본관리 권고안’에 따라 2020년 은행 배당성향을 20% 이내로 실시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자본관리 권고안’이 연장되지는 않으리라고 본다. 은행들이 올해 1분기부터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고, 글로벌 경기 회복도 빠르게 진행되면서 배당 성향 제한을 추가로 권고할 명분이 약하기 때문이다.
은경완 연구원은 “안정된 실적 흐름과 함께 6월 말 배당 자제 권고가 해제되면 대형은행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을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당국이 두 차례 추가 연장했던 코로나19 금융지원 만기연장·이자상환 유예조치가 오는 9월 종료될 것으로 보이면서 일시적으로 주가 상승을 둔화시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정욱 연구원은 “만기연장·이자상환 유예 조치가 종료되면 신규 부실이 다소 늘어나고 자산 건전성이 악화되는 상황은 불가피하다”며 “금융지원 유예 조치 종료를 전후해 은행주 투자심리가 다소 위축될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은경완 연구원은 “금융지원 종료 후 건전성 악화 우려는 현 주가가 선반영하고 있다”며 “불확실성 해소 관점으로 접근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이처럼 은행주 상승 폭이 하반기에 잠시 둔화할 수는 있어도, 업계는 계속해서 오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향후 예정된 모멘텀 속에서 추진력을 얻을 수 있는 곳은 어디일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