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 줄어들고 외식 늘어난다...음식료주 향후 전망은?
‘집콕’ 줄어들고 외식 늘어난다...음식료주 향후 전망은?
  • 황예찬 기자
  • 승인 2021.05.26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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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 수요 정상화 조짐...‘밀키트’는 여전히 강세일 듯
곡물 가격 상승, 부담 될까...CJ제일제당-대상, 가격 전가력 높아

[베이비타임즈=황예찬 기자] 올해 1분기부터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코로나19 우려가 완화되면서 사람들의 외부 활동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대면’ 문화에서 강세였던 내식 수요는 둔화하고 있지만, 외식 수요는 다시 회복되는 추세기 때문이다.

증권업계는 최근 주요 음식료 업체들이 발표한 1분기 실적에 이 같은 상황이 반영됐다고 본다. 사람들의 외부 활동이 다시 시작되면서 외식 수요가 정상화되는 모습이 실적에 드러났다는 것이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라면 업체들의 매출은 급격히 감소했고, 2분기 실적 추정치도 전반적으로 하향 조정됐다”고 설명했다. 간편식 중심의 가공식품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박 연구원은 “설날 선물 세트 비중이 작은 오뚜기와 풀무원식품이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반면 외식 수요가 회복되면서 롯데칠성, CJ프레시웨이, 신세계푸드 등은 실적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유업도 지난 3월부터 매출성장률이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여러 지표도 외식 수요의 회복을 증명하고 있다. 음식점업 생산지수는 지난 1월 저점을 기록한 후 반등하는 추세다. 2월 중순을 기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더 높은 지수를 보이고 있다.

외식 산업 경기전망지수도 올해 1분기에 처음으로 전망치가 실제치보다 높았다. 2분기 전망치는 1분기보다 10포인트 이상 높게 잡혀있는 상태다. 만약 2분기 이후 음식점 영업시간 규제가 풀린다면 외식 소비 심리는 더 강해질 수도 있다.

반면 내식 수요 강세는 점차 둔화하는 모양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특히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혜가 컸던 슈퍼마켓의 음식료품 수요성장률은 역신장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배달 음식이나 HMR(Home Meal Replacement, 가정대용식), 밀키트 같은 간편식 수요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 연구원은 “구조적으로 시장 침투율이 상승하고 있는 가정 간편식 제품들은 양호한 매출 흐름이 기대된다”며 “반면 라면처럼 이미 시장 침투율이 높은 식품의 수요 둔화 흐름이 강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증권가는 식자재 회사 중 신세계푸드를 주목하고 있다. 심은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신세계푸드는 최근 HMR과 밀키트 제조를 늘리면서 외식·베이커리 사업과 시너지를 내는 방향으로 사업을 재편했다”고 설명했다.

1분기 실적 개선은 급식과 외식 사업부의 적자 축소가 주된 이유였지만, 하반기에는 가맹점을 늘리면서 유의미한 개선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심 연구원은 “신세계푸드는 올해 연말까지 ‘노브랜드 버거’ 가맹점 100개, 내년 말까지 300개를 오픈할 예정”이라며 “중장기 확장 여력이 높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의 차세대 HMR (사진=CJ제일제당 제공)
CJ제일제당의 차세대 HMR (사진=CJ제일제당 제공)

한편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곡물 가격이 음식료 업계에 부담을 주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주요 곡물인 소맥, 옥수수, 대두, 원당 가격은 연초 이후 각각 10.4%, 33.0%, 20.6%, 9.5%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심은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업체들은 2~3분기까지 원가 부담 가중을 예상했다”면서도 “다만 곡물 재고 확대, 통합 구매 등을 통해 실제 투입가는 일부 상쇄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진단했다.

부득이하게 판가를 올려야 하는 업체도 있을 수 있고, 뛰어난 전가력으로 부담을 상쇄할 수 있는 업체도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가공식품 업체들은 원재료 재고 보유기간이 짧거나 글로벌 비중이 높은 업체들부터 원가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농심은 팜유 단가가 오르면서 원가 부담을 겪고 있다.

반면 원재료 재고를 보유하는 기간이 평균적으로 6개월 정도로 긴 편인 소재·사료 업체들은 1분기 원가 부담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2분기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2분기에 가격 인상이 없다면 일부 소재·사료 업체들은 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증권가는 이런 상황에서는 비즈니스 포트폴리오가 다양한 업체들을 주목해야 한다고 본다. 크진 않더라도 꾸준한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캐쉬 카우(Cash Cow)’ 사업부를 가진 업체라면 가격 전가력을 발휘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업체가 바로 CJ제일제당이다. 박상준 연구원은 CJ제일제당을 두고 “국내 음식료 업체 중에서 가장 강력한 가격 전가력을 보유한 사업자”라고 평가했다.

기존 식품 사업을 국내에서 해외로 확장했을 뿐 아니라 아미노산과 사료·축산 사업을 계속 확대하는 등 이익 창출 분야를 다양하게 만들어뒀기 때문이다.

박 연구원은 “CJ제일제당은 전통적인 ‘캐쉬 카우’ 제품인 설탕, 밀가루, 식용유, 조미료, 장류, 소스류 외에도 육가공품과 간편식 제품에서도 높은 시장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며 “원재료 단가 상승 부담이 수익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이 많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대상도 마찬가지다. 전분당, MSG, 조미료, 장류, 소스류 등에서 꾸준히 발생하는 이익을 통해 원가 부담을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상준 연구원은 “전분당, 가공식품, 아미노산 사업을 중심으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가 다변화돼 있고, 해외 매출 비중도 32%로 국내 음식료 업체 중에서는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경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상은 코로나19 영향에도 식품과 해외 자회사 영업실적이 오르면서 사업구조 체질 개선을 진행 중”이라며 “구조적으로 성장하는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췄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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