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존재가 지워진 ‘출생미등록 아동’ 약 2만 명
세상에서 존재가 지워진 ‘출생미등록 아동’ 약 2만 명
  • 채민석 전문기자
  • 승인 2021.05.22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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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임 및 학대등에 무방비 노출...가족관계 등록법 개정 요구
출생시 의료진이 직접 출생신고를 하는 ‘출생통보제’가 대안

[베이비타임즈=채민석 전문기자]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세상에서 존재가 지워진 아이들이 있다. 소위 ‘미등록 아동’이라 불리는 이 아이들은 방임 및 학대 등에 무방비로 노출되어있다.

최근 인천에서 8살 아이가 보호자에게 살해당한 채 발견 된 사건 이 있었는데 출생신고가 되어 있지 않아 초등학교 입학통지서도 받지 못했으며, 사망 증명서에는 ‘무명’으로 등록되었다. 관련 기관에 따르면 이러한 아동은 국내에 최소 8000명, 최대 2만 명 정도 있는걸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대한 법률 제46조에 의거 친부모가 자녀가 태어날 시 출생일로부터 1개월 이내 출생지 관할 구청이나 읍·면·동사무소에 출생 신고를 해야 하는 ‘출생신고제’를 채택하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가족관계등록법상 출생신고는 부모가 직접해야 하도록 되어있어, 부모가 고의적으로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 국가가 아이의 출생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로 인해 방임, 학대, 사망에 이르는 여러 가지 사회적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이 아이들은 필수 예방접종, 영·유아 검진, 아동수당 등 국가의 기본적인 지원조차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반면 영국·독일·미국 등에서는 의료기관 및 제3자에게 출생신고 의무를 부여하고, 부모의 법적 지위 등과 상관없이 국가 관할권 내 모든 아동의 출생을 신고하는 ‘보편적 출생신고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 등 국제 사회도 한국 정부에 이와 같은 제도의 마련을 권고해왔지만 뚜렷하게 실행이 되지 않고 있다.

최근 아동학대와 그로 인한 사망이 눈에 띄게 늘어난 최근에서야 이러한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줄을 잇고 있다.

보편적출생신고네트워크 에 따르면 이주 관련 단체들이 추산한 국내 '미등록아동'의 수는 최소 8000명에서 최대 2만명 정도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등록 아동의 경우 베이비박스에 유기된 이후에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상태로 아동양육시설(보육원)으로 옮겨진 아이들이 여전히 많았다. 지난 3월 251개 아동복지시설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상태에 놓인 아동은 최근 2년간 146명(2019~2020년)으로 확인 됐다. 또한 아동 발견 당시 평균 0.77세(약9개월)로 출생 미등록 아동의 70.5%가 0세 인 것으로 나타났다.

출생미등록 사유로는 혼인 외 출생이 45%로 가장 많았다.

또한 아동보호전문기관의 경우에는 최근 3년간 출생 미등록 아동 178명이 아동학대로 신고,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신고, 접수 당시 평균 2.4세(약29개월)로 출생 미등록 아동의 32.3%가 0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실태조사는 국내 아동복지시설과 아동보호전문기관 309개 기관을 통해 진행됐다.

국가인권위원회와 전문가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출생통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출생통보제란 이러한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아동이 출생 시 분만에 관여한 의료진이 직접 출생사실을 국가기관 또는 공공기관에 통보하도록 해 아동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고자 하는 제도다.

정부에서는 2019년부터 출생 통보제를 도입하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방법이 나오지 않고 있다. 국회에서도 이를 위한 다양한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산부인과의사회에서는 이 법안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의료인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법안이라는 의견과 출생신고를 회피하려고 병원밖에서 위함한 출산 가능성의 존재 등 출생통보제의 문제점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월 법무부가 밝힌 ‘외국인아동 출생등록제’ 도입 추진계획을 적극 환영한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인권위는 "인권의 시작은 출생이 공적으로 등록되어야 가능해진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출생신고 대상을 대한민국 국적자로 한정하고 있어 공식적으로 등록되지 못한 외국인아동이 인권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아동옹호대표기관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및 보편적출생신고네트워크는 지난 4월 30일 모든 아동의 출생등록 될 권리인 ‘출생통보제’ 도입을 촉구하는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간담회에는 서영교, 소병철, 신현영, 양금희, 최혜영의원 등의 국회의원이 참여하고, 법무부, 법원행정처,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등 관련 담당자가 참석해 토론이 이뤄졌다.

간담회에서는 각 부처에서 진행중인 사항과 문제점,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등이 논의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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